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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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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을 맞으며.


BY 오월 2009-05-03

곱디고운 너울을 뒤집어쓰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춤사위처럼 점점이 제 자리에 붙박혀 혹독한

한 세상을 살아내고 사라져 가는 겨울에게 바치는

진혼무 였어.

정갈하게 차려입은 희고 고운 빛들.

한 겹 한 겹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낙화하여 사라져간

4월  별 잘날것도 못날것도 없는 푸르름만을 향해

질주하는 녹음 속에.

푸른물이 뚝뚝 흐를거 같은 쑥국새 소리만

거침없는 푸르름에 동무가 되고.

 

한 통속인 푸름 속 저 산 중턱 쯤

유령처럼 흰 꽃이 만개하여 돌출된 한 그루 나무.

잠시 달리든 차를 멈추고 시선을 끄는 그 산 중턱을 향해

시선을 못 박는다.

무엇일까 저 나무는 어떤 꽃이길래 온 통 그 물이 그 물인

속에서도 저토록 확연히 드러날 수 있나.

 

내 상상의 나래는 당장 산 중턱으로 오를수 없는 내 처지를

감안해 날개를 단다.

그 옛날 누군가의 그리운 집이 저 산 중턱쯤에 있었어.

시원한 물이 사시사철 녹강위로 흐르고 그 속에는

엄마가 담궈서 띄워논 빨간 모자를 쓴 열무 김치통이

엎치락뒤치락 떠 있고 울타리로 심어둔 산매화가

노랗게 피어났지.

 

때꼬장물 쫄쫄 흘리든 단발머리 소녀하나.

검은 고무신 자국 수없이 찍어 댔을 그 곳

배고파 섧게섧게 울면서 흘렸을 눈물 배어든 곳

유년의 한 세월 고이고이 뭍혀진 곳.

그렇게 어느 한 사람 서러움 그리움 몽땅

묻어두고 떠난 집터.

그 곳에 그리운 누구 돌아오길 기다리며.

제 모습 휩쓸릴까 느즈막히 혼자서 제 모습 밝혀놓고

그 곳 그리워하는 누구를 기다리나.

나 아직도 그대 잊지 않았노라고.

 

잘난것도 없는 한 통속 푸르름 앞에

한 생각   보일것은 보인다.

그 속에도 연두도 있고 진초록도 있고 연초록도 있고.

어우렁더우렁 어우러져 사랑하고 살아도.

유난히 흰빛이여서 유난히 붉은 빛이여서

눈에 띠는 색들은 선명하게 확연하게 그 모습이

보인다

.

산 중턱 내 상상의 나래 펴게해준 이름모를 흰꽃도

고맙고 한 통속이 되어 어우렁 거리는 오월의 산도

고맙다. 어느곳에 무슨 색으로 있든지 우리는

열심히 살며 따뜻한 가슴내어 사랑만 하고

살면 된다..

튀면 튀는데로 아니면 아닌데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우리들의 모습은 다 보인다.

푸르름으로 한 통속이 되어버린 오월의 산도

다른 빛으로 우뚝서 더 아름다운 색다름도 다 고마운

오월 나도 훌훌 털고 질주하는 저 녹음이나

쫒아뛰다 숲 속 파란 요정이나 될까.

아니면 푸른물 뚝뚝 흐르는 쑥국새가 되어

 

저 깊은 산 중턱 흰꽃의 정체를 밝히려

날아볼까. 동동 걷어올린 바지밑 아버지 정강이에

마른흙 묻어있고 한주먹 뜯어쥔 푸성귀 한 끼

반찬되어 양푼속에 버무려 지고 우거지는 숲풀

찔레순 찾아 느린뱀 뒷꽁무니 쫒아뛰든

어여뿐 오월의 아프고도 고운 맑디 맑은 추억이여.

아!!그리운 오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