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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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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


BY 그대향기 2009-05-03

새벽기도를 마치고 이른 아침에 늘 가던 산 등성이를 향해서 고고씽~~

시골이라 맑은 공기야 기본이지만 이른아침의 공기는 더더욱 폐부까지

맑아지게 하는 산뜻한 맛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꼭 작은 산을 오른다.

늦잠을 잤다던가...행사가 있는 날 빼곤 거의 오르는 작은 산을 향해서

파워워킹을 하는 자세로 씩씩한 행군....ㅎㅎㅎ

도시의 아침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겠지만 시골은 이른 아침에

특별히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간간이 온 비로 가물거리던 양파며 마늘잎이 푸르고 싱싱하게

녹색도 짙게 하늘 향해 그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지지지지지지지..............

아침조회라도 여는 듯 작은 새들이 산나뭇가지에 떼 지어 앉아서

작은 몸뚱아리들을 까딱까딱....주둥이를 지지지지지.....

바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슬이 채 가시기 전의 풀잎에는 이른 아침에만이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이 남았고

아직 먼동이  붉기만 한 동녘은 신비롭기만 하다.

왕복 약 4 킬로미터의 산이라 그리 멀지도 않고

야트막한 산이라 힘들지도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 산에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가 있어서다.

 

새벽이나 마찬가지인 그 시각에 저수지 둑에를 올라가면

물안개가 자욱이..피어오르고 바람결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저수지 둑에서 그 물안개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매력에 빠져 날마다 그 시각에 산엘 오른다.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가 작은 폭포수처럼 저주지로 유입되고

그 물줄기가 이루어내는 힘으로 바위들이 드러나 있는 곳은

아우아주 오래된 깊은 산 속 같은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쏴아아아...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며 저수지 가운데로 퍼져 나가는 파문이며

소나무 숲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바람소리까지.

그 시각에 내가 느끼는 소리와 물안개의 낮은 춤은 나만이 즐기는

아주 특별한 의식같은 아침의 시작이다.

산을 내려 올 때 쯤엔 신발이 아침이슬에 다 젖고

드문드문 도깨비 풀이 바지에 붙어있지만 기분은 아주~상쾌하다.

큰 ~~기지개도 펴고 심호흡도 하면서 시원한 아침을 여는 시간.

그 시간에 그 장소에는 나만이 있을 때도 있고 가끔..아주 가끔은

도시에서 낚시를 오는 사람들이 두엇?? 정도 있지만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는 차에서들 잠만 자고 있더라.ㅎㅎ

고기를 낚겠다는건지 세월을 낚겠다는건지.....

 

그 날도 이른 아침에 혼자서 씩씩한 걸음으로 산을 향해 저수지를 향해

룰루 랄라~~~~

좋은 아침을 열면서 가는데 안 듣던 새소리가 들렸다.

지지지지지지지...........

이렇게 노래하는 새소리는 자주 들리던데 그 날은 휘익~`휘익~`

흡사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짧으면서도 경쾌한 새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의 들판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고

논 밭에서 일하시는 마을사람들도 아직은 안 보이는데

휘익~휘익~휘파람새가 저 혼자 즐겁다.

한참을 저 혼자 노래하던 휘파람새.

고개를 돌려 찾아봐도 어디에 숨었는지 모습이 안 보인다.

어디 작은 나뭇가지에라도 앉았나보네~~

풀숲에라도 숨었나???

 

휘익~휘익~~

짧고 경쾌한 휘파람새의 노래가 들리는 시골 길을 빠르게 걷는데

동네 아저씨가 시골장에 강아지를 사러 가신다며 인사를 건네신다.

\"운동 잘 하시네요~`저기서 부르구마는...\"

에엥????

저기서 누가??

아저씨가 손질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손을 모으고 자세히 보니

먼 논둑 길에서 남편이 말라뮤트를 몰고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게 아닌가?

평소에는 안경을 잘 안끼는 내 눈에 큰 개가 먼저 들어 오고

그 뒤에서 손을 마구 흔드는 남자가..가만..가만....

아까 그 휘파람새가 다시 노래를 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럼???

그 휘파람새가 정말 새가 아니라 남편의 휘파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시력의 한계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이는데 조금만 멀어도 흐릿하게 사물이 흩어지는

내 시력이 아까부터 휘파람을 불면서 아내를 부르던 남편도 몰라보다니....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남편이 가까이 오도록 기다리는데

네 발로 서 있기만 해도 그 등이 내 허리께에 오는 큰 말라뮤트를 앞세우고

남편이 다가 오더니 한마디 한다.

\"그렇게 안보여? 아구...아까부터 휘파람을 불어도 모르고 말이야...\"

\"난 안 울던 새가 왔구나..했지.ㅎㅎㅎㅎ

 사람이 부는 휘파람이랑 참 많이 닮았다 싶었지.

 난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부르지 그랬어요?\"

\"거리가 너무 멀고 안 들릴 것 같아서 휘파람을 불었지.사람도 참....\"

우리 둘은 한바탕 웃고 저수지 둑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면서

상쾌한 아침을 열었다.

그런 중에 막 솟아 오르는 아침 해를 가슴으로 안았고

도깨비풀이 여기 저기에 마구 붙은 말라뮤트를 쓸어주면서

저수지 둑길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둘이서 천천히  걸었다.

아니 셋이네 말라뮤트까지.ㅎㅎ

이런 아침시간을 둘이서 보낼 수 있음에 얼마나 즐거운지.....

같이 나선 길보다 밖에서 뜻밖에 만나니 한층 더 반갑네.ㅎㅎ

 

그 날 그 아침에 휘파람새는 노래하지 않았다.ㅎㅎㅎ

난 주머니에 넣고 간 붓꽃씨를 저수지 둑 이곳 저곳에 흩뿌려두고 내려왔다.

언젠가는 한아름씩의 보라색꽃이 만발하겠지....

그래서 해가 거듭되면서는 내가 더 구해다 심을 꽃들이 이 둑길을 꽃길로 만들겠지.

키 작은 야생화나 코스모스 금계국 같은 화려한 색이 좋을거야..

길에서 한참 들어가는 길이고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여야하니까....

둑길이 높아서 꽃이 많이 피면 참으로~~멋질거라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일 아침에도 다른 꽃씨를 뿌리러 저수지를 찾으리라.

하루 아침에 다 뿌리면 심심하니까.....ㅎㅎㅎ

피고지고...또 피고지게 계절이 다른 꽃들로 심고싶다.

내 땅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즐거울 수만 있다면.

아니 내가 먼저 즐거울거니까.......행복할거니까.

 

해마다 이 맘 때는 일 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크고 작은 행사도 크게 없고  어버이 달이라 할머니들 손님은

어쩌다 간헐적으로 오시긴 하지만 늘 선물보따리를 안고 오시고(ㅎㅎㅎ)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 년 중에서 제일 한가한 시간이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달이 오월이다.(??)

개인적으로 어른들께 선물비용이야 좀 나가긴 하지만

뭐 그쯤이야 내가 즐기는 이 푸르름에 대한 보답 쯤으로 생각하지 뭐.

봄 꽃들이 이른 녀석들은 벌써 피었다가 지고 여름 꽃들이 마악  시작하고

무엇보다도 뒷산의 아카시아들이 하얗게 송글송글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그 향기가 너무 좋다.

마치 실수로 아카시아 향이 짙은 향수병을 깨트린 것 같은

향기롭고도 감미로운 그 향이 내 온 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들 듯이

저녁무렵의 우리 집은 온통 그 향기에 흠뻑 젖기 때문이다.

아니 온 마을이 다 그 향기에 젖어 잠긴다.

난 아침 일찍부터 이방 저방 ...거실이며 안방 아이들 방문들을 활짝 열어둔다.

한 줄기의 바람결에라도 그 향을  욕심껏 더 들여 놓고 싶어서.

지금 이 글을 적는 거실에도 온통 아카시아 향으로 취해있다.

도시로 가면....

도시에서 살게된다면 이런 낭만을 공짜로 맘껏 누릴 수 있을까?

그것도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가장 편한 자세로다가?

잠자는 내 침실까지도 친절히 찾아 와 주는 무 공해 이 향을???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