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안 닫혀있던 문이 벚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대문을 열어 둘 때가 많아졌다.
그 문엔 환자들과 함께 봄이 들락거리고 멀리 떨어져 있던 나무가 벚나무인지 모르다가
꽃이 피면서 그것이 벚나무인지 알게 되면서 자주 문밖을 내다보게 되었다.
허리가 아파 찡그린 환자들 틈으로 벚꽃이 만개할 땐
간호사들도 문밖을 보며 벚꽃이 너무 예뻐요, 아픈 사람 사정도 모르고 감탄을 하곤 했다.
언제 세상을 등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에게도,
허리에 병이 생겨 누워서 세월을 보내는 인생에게도,
환자들 푸념을 다 들어줘야할 의사에게도,
바쁘게 종종걸음으로 일하는 내 마음에도 벚꽃나무 한그루 피어났다.
백 미터 멀리 있던 나무에 벚꽃이 피니 멀리 있어도 그 주변이 다 환해보였다.
나무막대기 한줄기에 가득 핀 하얀 꽃무리들은 봄을 알리고
그로 인해 마음마저 설레게 한다.
환자들은 자주 내게 간호사님? 하고 부르며 한탄을 하신다.
이 주사를 맞으면 언제쯤 날까요?
죽고 싶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허리가 안 아파서 일을 할 수 있으니 부럽소~
남편이 내가 아프다고 하니까 싫어해요.
서러워서 눈물이 나네요.
더러 서럽게 우는 환자들이 많다. 나이 먹어 아프다는 것이 눈물을 훌훌 나게 한다.
그 심정을 나는 알 것 같다.
젊을 땐 사는 것에 바빠 나를 돌보지 못하고 살다가
육십을 넘다보면 대부분 허리가 안 좋고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세 가지 병중 한 가지를 안 갖고 사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
며칠 만에 벚꽃은 화르륵 지고 꽃 진 자리엔 초록이 무성하다.
금방 화르륵 불사르다가 지는 벚꽃이 되고 싶지 않아 난 백일홍 꽃이 될 거야,
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었다.
며칠 만에 져버리고 마는 꽃은 되기 싫다고 백일동안 피는 꽃이거나
천일동안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 천일홍이 되고 싶다고.
세월이 흘러 오십이 되고 칠십이 되어도 늙고 싶지 않고 아프고 싶지 않다.
삼십 중반인 간호사가 마흔 아홉만큼 주름과 잡티와 색이 바랜 내 얼굴을 보며
전 예쁘게 늙을 거예요, 한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있고, 나이만큼 늙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골 깊은 자국들…….
오늘도 환자들은 넘쳐 나고 흘러간 세월 앞에서 눈물 흘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사나흘 화려했던 벚꽃이 지던 날
백일홍 꽃이고 싶어, 천일홍 꽃이 될 거야, 나는 떠들었다 허허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