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53

나 왜 이럴까?


BY 그대향기 2009-04-29

오늘 완전 망할 뻔 했다.

사람이 건망증에 걸려들면 이렇게도 망가지는구나....

 

오늘 김해공항.

계획된 일정이었다면 나도 필리핀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

그러나 사정상 무산되고 대신 가시는 분들의 짐들을 공수해 갔다.

창연에서 할머니 한분 마산에서 또 한분.

두분의 개인적인 소지품들 큰 가방 세 개와

필리핀 가셔서 드실 30 인분의 밑반찬 박스 서너개.

만만찮은 짐들을 싣고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돼지 독감에  세상은 온통 초긴장 상태여도 여행객들은 여전히 많다는 느낌이었라.

쌀쌀한 날씬데도 상하의 나라 휴양지의  복장을 하고 온 젊은 애들부터

아찔한 복장을 하고 온 이상한 (내 눈에는 분명 그래 보였다) 여자애들 하며

울긋불긋 중년 아줌마들의 전형적인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복장.

눈요기하기에도 난 바빴다.ㅎㅎㅎㅎ

국제선 터미널인지라 사람들도 다국적이라 이색적이고

이것 저것 볼거리가 참 많았다.

촌 아줌마가 공항에만 오면 두리번 거리기에 바쁘다.

 

국내선 터미널에 내려야 하는데 국제선 앞에 잘못 하차를 했다.

김해에서 인천 공항으로 다시 가서 비행기를 갈아 타시는데

깜빡하고는 국제선 터미널 앞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하다가

국내선이란 걸 알고 다시 짐을 차에 실었다.

여러가지 여행가방과 밑반찬들을 우루루..내리다가

도로 옮겨 실으면서 내 가방도 같이 내렸다.

.

.

초등학교 선배님이 내가 공항에 온다고  부산시내에서 

일부러 시간내 만나러 오셔서 방가방가~~인사도 나누고.

짐을 옮겨 싣고 국내선 터미널 앞에서 짐 정리를 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보니 어~~어~~어~~

까만 내 핸드백이 없다????? ~~

차에 봐도 없다.

조수석 내 자리에도 뒷좌석에도...없다~~!!!

갑자기 가슴이 벌렁벌렁...쿵~~!!하고 뭔가가 내려 앉는 기분.

그럼 어디에???

아까 국제선 터미널 앞에서 이동차에 실어두고

몸만 국내선으로 온 모양이다.

 

당황스럽다기보다는 일의 앞 뒤를 이해하기가 순간적으로 어려웠다.

방금 들고 있었던 내 가방이 감쪽같이 없다니..

할말을 잊고 멍~~해서 있자니

같이 가신 국제베테랑 한 젊은 할머님.

내가 갔다오지.

너무 오래지 않았으니 괜찮을거야.

기다리고 있어요.

그분이 급히 뛰어 뛰어서

아까 그 국제선 터미널  사람 많은 앞으로 이동하시는 동안

난 할 말을 잊고 그냥 국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처럼 서 있고.....

남편은 급하게 차를 몰아 한참을 돌아서 국제선으로 다시 가는데

바로 앞인 것 같아도 거리가 꽤  되는 거리.

우짜꼬...

그 백에 내 지갑이며 디지털카메라 남편의 현금 카드가 다 들어 있는 지갑까지.

사람들이 북적대는 그 앞에서 누가 가져 간다면??

난 거의 99 % 이상은 없어진 줄 알고 포기....

나머지 1% 는 내 작은 바램일 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그 곳에 그냥 둔 가방이 온전할지는...

만약이.... 현실이 될 경우를 생각하며

그 대책만 고민 하던 중.

남편의 차가 빠르게 달려 온다.

올 것이 왔구나.

혼 날 준비에 가슴이 조마조마.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의 얼굴이 밝다.

아..차에서 내리는 할머니 손에는 내 까만 가방이 들려 있었다.

우...와...

어디 있던가요?

그게~~공항대합실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막 가방 안을 열어 보려는 찰나에

그 가방 우리거에요. 주세요~~그랬지.

히유.......

오늘 완전 얼이 빠질 뻔.

소지품을 참 잘 챙기는 편인데 어쩌다가....

현금이야 몇십만원 안 들어 있었지만 카드는?

요즘 지능범들이 머리가 좋아서 금방 찌르륵..찌르륵~~~촤르륵.......

비밀번호까지 척척 알아내서 현금서비스 확...받아버리던데.

 

가방안에 소지품들이 그냥 다 들어 있다.

얌전히.ㅎㅎㅎ

초등학교 선배님을 만난 즐거움에 덜렁대다가 얼빠진 아줌마.ㅎㅎㅎ

그래도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 가방 잃어버렸다면 오늘 선배님 만나서 죄송스럽고 민망할 뻔.

큰 돈은 없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던 소지품들이 더 중요했기에

아찔...했었다.

카드의 재발급이며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이며 책과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까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 이제 늙는가 봐...ㅎㅎㅎ

십분 정도 단위로 정신이 없어... 가방을 두고 막 다니지...

 

리틀~~

너를 떠나 보내던 그 국제선 터미널에서 엄마 맘이 아리더구나.

네가 울면서 빨려 들어가던 국제선 게이트는 여전하게 그 곳에  있었는데

안 보고 싶더라구.

울 것만 같았어.

네가 큰 가방을 들고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울면서 들어 갔던 그 곳.

웃으면서 돌아 오너라~`ㅎㅎㅎ

엄만.... 너희들 얼굴도 잊을라 겁난다~`ㅋㅋㅋ

아빠는 오늘 엄마한테 완전 화 낼 뻔 하다가 풀렸단다.

오다가 화원에 들러서 꽃도 사 주시던데???ㅎㅎㅎ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아마도...ㅋㅋㅋㅋ

요것조것 몇개를 골라 담다가 또 욕심이 과했지.

이번엔 싫은 소리 한마디 하시더라.

어디다가 다 심을라냐고..

담엔 화원에는 안 가련다.

될라는지는 몰라도.ㅋㅋㅋㅋ

갔다~~하면 정신이 아득~~해져서 말이야.

옷가게에선 동그라미에 혼이 나가버리고 화원에선 꽃들의 잔치에 또...ㅎㅎ

어리버리 엄마가 오늘 아주 큰일 날 뻔 했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었단다.

고맙지 뭐냐.

엄마 닮지 말아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