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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가슴에 걸리는 아픔


BY 선물 2009-04-20

내내 마음에 걸리는 기사가 있다.

하 수상한 시절이다 보니 별별 사연들을 다 접하게 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으레 그러려니 타성에 젖어 지나치고 말았던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이 사연은 몹시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보이스피싱에 걸려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한 학비를 다 잃고 자살한 여대생 사건.

 

<지난 달 31일, 여대생 20살 류모양이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전화금융사기인 이른바 \'보이스 피싱\' 때문에

등록금으로 마련한 650만원을 사기당한 지

7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기사의 일부분이다.

 

살아오면서 내 나름대로 이런저런 아픔들을 겪은 인생이다.

자식의 자리에서, 아내의 자리에서, 며느리의 자리에서, 그리고 엄마의 자리에서 모두 다 아픔을 겪었다.

언제나 가장 아프게 느껴졌던 것은 그 순간 내가 겪는 고통이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희석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이 된 아픔들을 공평하게 되새겨 보았을 때 정말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은 바로 엄마의 자리에서 겪는 고통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보다 냉정한 이성으로 들여다보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자식의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제 3자의 일이라도 엄마의 자리에서 힘들어 하는 이들을 볼 때 가장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내 것이 아닌데도 꼭 내 것인 양 아픔을 체험한다.

 

이 기사를 대하면서도 가슴이 쿵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아픔을 느꼈다.

내가 그 여대생에게 다 미안했다.

나중에 전화사기단 일당들을 모두 검거했다는데 그들을 향한 내 분노가 극에 달한다.

그 여대생이 겪었을 7시간의 마음이 걸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얼마나 암담하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억울하고 스스로가 한심했을까.

 

그러나 아이야.

아무리 그래도 꽃 같은 네 인생을 그렇게 쉽게 꺾지는 말지.

네가 조금만 더 대담했다면 좋았으련만.

어찌 연한 꽃잎 되어 스러져갔니.

 

사채를 빌려 썼다가 빚을 갚지 못하고 폭력배들의 횡포에 의해 결국 유흥업소에 몸을 맡긴 여대생과 그 사실을 알고 딸을 죽인 뒤, 스스로 자실한 아버지의 사연 또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다.

자식 둔 엄마라서 그들의 사연이 나를 내내 울린다.

내겐 더할 수 없는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