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4주째 항암치료를 하였습니다. 갈수록 수월해지리라던 내 생각은 이미 빗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몸이 현저하게 약해 지는지라 기대한바와는 다르게 이번 화요일 항암치료를 받고 와서는 몸이 몹시 힘들어하였습니다. 환자 본인도 기대와 다르니 짜증이 나는 모양입니다. 좌절이 오는지 말도 안하고 예민해져서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더욱 긴장하고 어딘가 걸어야겠다고 합니다. 가까운 대공원근처 허브랜드에 같이 갔더니 풀냄새가 좋다고 하더니 15분정도 걸었는데 벌써 집에 가자고 보채서 돌아왔습니다. 30분도 버티지 못하는 자신에 놀래고 나도 놀라고 있습니다. 모무게가 많이 빠져서 바지마다 헐렁해서 흘러내립니다. 불과 1개월 안에 일어난 현저한 변화입니다. 다음날은 포천에 평강수목원에 가자고 합니다. 저녁에 선약도 있고 운전도 부담이 되어 가고 오고 너무 지치면 않될 것 같아 다시 가까운 인천대공원에 가자고 했습니다. 대공원에 상춘객이 왜 그리 많은지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신경쓰이는 것 같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한나절에 대공원을 어슬렁 거리면 곧장 병든 것이 들통날 일입니다.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나서 암환자임을 천하가 다 아는데도 약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 불안하기도 한 모양입니다. 문득 시아버님 생각이 납니다.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외로우셨던 시아버님 내가 먼저 죽으면 참 외롭겠구나 생각되었습니다. 걸음걸이가 힘이 없어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공원에 한번 가자고 그리 졸라도 말을 안듣더니 병들어서 먼저 가자고 청해서 오늘 와서 거닐자니 뭉클 가슴이 저립니다. 혼자 다니게 한다고 섭섭했던 날이 지금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눕기전에 어디서 그리 눈물이 기다리고 있다가 쏟아지는지 우울증에 걸린게 아닙니다. 무슨 작품의 주인공이라도 된양 멜랑꼬리 해진모양입니다. 그간 \"남편에게 잘못해서 몹시도 힘겹고 외로웠겠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좀 더 따뜻하게 관심갖고 잘 도와줄 수도 있었는데 내 이기심과 내 멋에 살아왔고 남편의 부족한 점만 심판관처럼 아프게 찌르기 바빴습니다. 너무 측은하고 불쌍하고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병든것처럼 죄책감도 듭니다 물론 직장에서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들 손가락에 꼽아보면서 괘씸해서 치가 떨리기도 합니다. 이 분노 마져도 참으로 용서할때 치유가 더 빠르리라고 회개도 합니다. 그 숫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늘까지 직장을 지켜오고 가정을 지켜오고 자식들을 간수하느라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 날들을 보냈을까 가슴이 져며옵니다. 내가 이렇게 뒤 늦게 깨닫고 아프건만 이제는 세월이 얼마 많지 않습니다. 건강 잃으니 모든 것을 잃었노라고 희망없는 말을 할때 몹시 가슴이 아픕니다. 건강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것이다 그러나 그 건강 다시 찾으면 모든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으니 오직 건강회복에 신경을 쓰며 즐겁게 살자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슬프고 눈물이 쏟아지는지 그것도 눈에 뜨이면 환자 충격받을까봐 몰래 울어야 하는 \"숨어우는 바람소리\"처럼 내 신세가 가련합니다. 왜 이리도 얇팍하게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살까요 천날 만날 건강할 줄 알고 남편을 소중히 여길줄 모르고 살아왔을까요 마음이 약해지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무척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립니다. 펑펑 소리내어 어디가서 실컷 울고 오고 싶은데 그럴 시간도 장소도 없습니다. 그냥 시간에 맡기도 두둥실 떠내려 가고 있습니다. 마치 먹기위해 사는것처럼 잘 먹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삽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암과의 전쟁 호락호락할 상대가 아닌지라 만만하게 생각도 못하겠고 겁먹어도 안되는 줄 알고 있건만 어디서 밀려오늘 슬픔인지 이 슬픔을 화악!~ 뽑아버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