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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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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의 행복.


BY 오월 2009-04-06

결혼하는 날이였어.

이른아침에 혼자 일어나 목욕탕앞에 쭈그리고

앉아 문열기를 기다렸지

대충 때만 불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결혼식장이

있는 남편의 동네로 부랴부랴 옮겨 갔지.

무엇이 그렇게 기죽어 하는 결혼인지 남편 동네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렸어  식장에 도착하니 식장에

딸린 미용실에서 신부 화장을 하는데 얼굴 맛사지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바로 신부화장이 이어질 판에 갑자기 얼굴에 맛사지를

받은 들 화장이 곱게 먹을리 없지

내가 보기엔 별 솜씨도 없는 것 같더구만 그 분장같은

화장이 끝나는 내내 난 맛사지도 받지 않고 신부화장

하로 왔다고 구박을 받았어.

 

그리고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러 오십이 되어 가건만

난 편안히 누워 남의손에 얼굴맡겨 맛사지라는 걸 받아

본 적이 없네 아이하나 들쳐업고 아이하나 걸려 시댁에

가면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도 동네 화장품  아줌마

가 데려온 아가씨에게 얼굴맡겨 맛사지 받는 형님이

참 부러웠어. 요즘 회사일로 가끔 드나드는 관공서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하는 친절인데도 난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으면 작은 것이라도 꼭 보답을 하고싶어져.

 

그 관공서 직원이 참 친절해서 느낌이 좋았는데 어느날

머뭇거리며 명함 한 장을 내미는 거야.

\"제,아내가 하는 샵입니다.가끔 이용 좀 해주세요\"

받아들고 살펴보니 피부관리실이야

일단 집에 돌아와 그런곳에 아기자기 잘 어울릴거 같은

질그릇 화분을 하나 맞췄지 잘 자라는 식물들을 고루고루

심고 질그릇 화분이 꽤 비싸드라고.....

 

그리고 작은 상품권이나 하나 장만해 인사를 하러갈까

남편에게 상의를 했어.남편이 펄쩍 뛰면서\" 바보야 왜

상품권을 줘 당신이 가서 맛사지 받으면 되지 이제 당신도

좀 그러고 살아도 돼 내가 용돈 꼬불쳤다 당신 가는 날 꼭

줄께 직접가서 받고 와\"

ㅠ,ㅠ 내가 어떻게 그런 곳에 누워 남에게 맛사지를 받아

그냥 인사만 하고 올래

\"그랬단 봐 가만 안둘거야  이제 당신도 그런곳에

가도 될만한 위치가 된거야\" ㅠ,ㅠ

 

남편이 힘을 실어 주지만 용기가 없었어.

마침 동생 군대간다고 올라온 딸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

딸이 너무 좋아하는 거야.얼굴 작아지는 경락 맛사지도 받고

싶다고 남편에게 특별 휴가를 받아 모처럼 딸아이와

팔짱끼고 데이트를 즐기다 느즈막히 샵에 들렸어.

몇 가지 상담을 받고 날 밝히며 딸과 나란히 침대에 누웠지

다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장화같은 기계는 오랜세월 살아

내느라 지친 내 다리를 쪼물락쪼물락 거리고 간지럽다고

티없이 맑은 얼굴로

여유 부리며 까르락 거리는 딸아이 웃음 소리는 하얀 박꽃같이

내 가슴에 피어났어. 예쁜 종업원이 환한 불빛을 들이대고

\"피부는 무지 좋으신데요 코에 피지가 많아요. 얼굴이 참

작으시네요 ㅎㅎㅎ\"하면서

 

핸드링을 하고 목과 어깨를 풀어주는데 아이고 아이고

나도 모르게 자지러 지는 소리가 입에서 터져 나오는 거야.

난 딸에게 자랑스러웠어.

참 초라한 엄마가 너무너무 열심히 살아 난 오십을 바라보고

받아보는 맛사지를 내 딸은 스물을 갓넘긴 나이에 누려보니

딸에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구김없이 누릴걸 누릴줄 아는

딸아이가 사랑스러웠어.

거즈로 얼굴을 폭 덮고 다리를 통째로 집어삼킨 기계는

제 할일을 열심히 하고 연잎위로 구르는 물방울 같은 클래식

음악은 내 귓가를 굴러 다니고 난 은은한 불빛이 켜진

천정을 바라보며 회한의 한 순간을 보냈어.

어쩌면 어쩌면 참 고단한 삶이였던 거 같기도 했어.

내 살아온 지난 날들이.

 

처음이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줄 몰랐네.

딸아이와 샵에 오기전 맛있다고 무리하게 마셔댄 카푸치노

때문인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생리현상.

체면도 있고 그래서 참으려 했는데 그 체면 지키려다 더 큰체면

잃을까봐 얼굴에 거즈를 뒤집어 쓰고 이불을 겉고 거울을 보니

영락없는 미이라야.그래도 어떡해 살금 문을열고 밖으로 나가니

와하하 웃고 난리가 났어 자기네 샵 오픈하고 얼굴에 거즈 쓰고

화장실 가겠다고 나온 손님은 처음이라나 딸아이 힘 빌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용기 내보았지만 역시 난 촌닭이였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나오며 내가 그랬어

참 고맙다고  어쩌면 강제성띤 이런 기회가 없었던 들

난 평생 날 위해 고딴 투자 생각도 못하고 살았을 거야.

부탁을 받고 사실 부담을 느낀것도 사실이지만 날 위한

작은 투자가 작은 시간이 날 참 행복하게 했어.

아마 내가 무지 누리고 사는 여자였다면 이 작은 일에

이렇게 행복하진 않았을거야 딸이 그러네 \"엄마.우리

 다음에 집에오면 또 가자!\"

그래 우리 꼭 가자 내가 그렇게 말했어.

우물안 개구리가 보는 하늘은 작고 둥글어.

하지만 그 작은 하늘에도 잿빛 구름이 흘러가고 흰눈도 내리고

폭풍도 치고 고운 구름도 흘러가.오늘 동그란 하늘에

밝은 햇님 비친다.참 따뜻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