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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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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BY 菁 2009-04-06

어젯밤엔,  응급실에 갔었지.

내가 아파서... 

가끔씩, 아프긴 했지만,  응급실에 가서, 안정제를 놓아 달라고... 제발... 숨이 막혀서 힘들다고.

그랬었지.

 

아...

응급실로 실려 가며 연약한 연기를 해내는,  여리고, 가녀리고, 청순한 여배우의 모습은 거짓.

망할 연기일 뿐.

 

엉클어진 머리에, 늘어진 트레이닝 바지와 음식냄새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깜장색 웃도리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몸을 감싼 역시 깜장색 외투.

입에서는 쓴냄새와 신냄새가 넘어 오고,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이 가프게 몰아 쉬며,

가슴에 주먹처럼 뭉친 뭔가를 뱉어 보려고 애를, 애를 써도 않돼.

젠장!

혈압 정상!

심전도 정상!

 

이런...  내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하루를 보내다니......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   

그러나,  내가 왜!  책임을 져!

내, 인생이라 그렇지!

누가, 책임을 져!

 

참... 힘든 것이 사람이라는 물이다.

어떤 물은, 위에서 흘러 왔으니, 조심스럽게 비켜줘야 하고,

어떤 물은,  비가 와서 합쳐진 빗물일 뿐인데, 펑펑 돌맹이를 파내며, 나의 결을 흐려 놓는다.

또, 어떤 물은, 내 결인냥, 미치게 떨어지지도 않고, 붙어서...  같이 흐르려 한다.

사람 속에서 살자니 참았는데, 

어디로 흘러 갈지도 모르면서,  혼자 둥둥 떠있는 차고 맑은 얼음인냥... 그런, 사람은 싫다.

 

이제는, 싫은 사람을 참아낼 여력이 없어,

어린아이의 흉내를 냈다.    카랑카랑한 그들의 언어로...

젠장!

중년의 나이에, 어린아이들이 잘난 척 하면서, 내뱉는 솔직함을 흉내 냈더니,

심장과 머리가 휘휘 저어 놓은, 쇠죽처럼 뜨겁다.

젠장!

아직 결혼 하지 않은 그대들, 아름다운 처녀들이여!

 

웨딩드레스, 입고 거닐면서 다짐하라!

사랑 해서 결혼 했지만,  내 고통을 참아 내면서 까지, 사랑하는 사랑은, 사랑도 뭣도 아니다!

흐린 물과는 애초에 상대를 말자!

물이 맑아 지겠거니 싶은, 순수한 생각은 하질 말자!

윗물이 맑아야 한다고 하지만,  맑은 윗물도 힘들거든, 넘쳐 버려라! 

아...

젠장!

그저...  결혼을 하려거든,

더욱 강하게 자기애로 무장하라!

 

자신을 위해 참지말고,  사랑하는 그를 위해 참지 말고...

참다가 죽도록 힘들면,  못난 사람만 되는 것.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생각 했다.

아파도, 맘이 아무리 아파도...  여배우처럼 꾸미고 아프자!

젠장!

아니다!

아파 죽겠는데, 그따위가 무슨 소용있겠는가?

 

오늘도,  하루종일 잤다.

저녁이 왔나?  했더니,

슬퍼 죽겠다.   세시도 안 됐다.

빨리빨리 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