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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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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아끼려다


BY 자화상 2009-03-18

 


오늘도 택시로 병원을 다녀왔다.

벌써 10여일 되었다.

앞으로도 3주 동안 깁스를 하고 있으란다.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의 뼈가 조각이 났다고 한다.

춥다고 겨울을 마트 외에는 운동도 안 다니고 거의 방에서

지냈었다.

덕분에 다리에 힘이 풀렸나 보다.

집안의 문턱에서 발이 걸려 넘어졌다.

심하게 문턱에 부딪쳤던 발가락이 멍들고 부어올랐다.

통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더니 뼈가 조각났다고 해서

웃음이 나왔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부러지지 않았으니 대수롭지 않겠지 하고 가벼이 생각했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내 생전 처음으로 절뚝절뚝 걸으며 다리 불편한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다.

일주일은 인내로 참았는데 열흘이 되어가니 답답했고

앞으로 더 3주일을 불편하게 견디어 내야 한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택시비 5천원을 아끼려다 이게 뭔 꼴이냐고.

내 스스로 한 푼이라도 짠순이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이

결국 배보다 배꼽을 키워 버렸다.

 

10여일 전 친구 못지않게 친한 사람 병문안 가려는데

마침 방향이 같은 곳으로 가려는 사람이 차를 가지고 왔었다.

그래서 잘 되었다. 택시비 굳혀야지 하고 서둘러 외출준비 하다가

그만 쿵! 하고 여지없이 문턱에 발을 찧고 말았던 것이었다.

어이구, 내 자신 한심하다 못해 부끄럽기까지 한다.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겠다.

 

아, 날씨는 하루하루 봄날이 되어가고

춘란이며 아부틸론까지 꽃망울을 자랑하는데

나는 이렇게 산에도 밖에도 운동도 못가고 있다니.

정말 울안에 갇힌 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내가 개띠여서...)

집에 들어오기 전 화단에서 꽃을 심는 어르신이 부러워

구경 하다가 옆에 봄을 부르는 천리향을 보았다.

잔뜩 향을 뿜어 낼 준비를 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어 왔다.

발이 불편해 멀리 봄꽃 구경 가기는 틀렸고

매일 천리향의 향기나 맡으러 찾아가야겠다.

5천원 아끼려다 벌써 열배가 넘는 돈을 발가락치료 경비로 썼으니

봄나들이는 벌써 물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