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매의 막내였던 나
언제나 시끌벅적 왁자지껄 하루 한시라도
혼자 고요한 시간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나
골방에 틀어박혀 고요한 혼자를 즐겨보고 싶다는 사치스런 생각을 하곤 했던 나
언제나 심심한 아이
언제나 혼자 노는 아이
사랑스런 모노
혼자 길을 아끼며 걸었다
뭐 이런 되도 않는 낙서를 해대던 나 ..
이랬던 내가
아침 새벽 신랑의 로드매니저를 하던 일도 그만두게 되고
엄청시리 먹어대던 두 아들 넘들에게 먹일 음식을 온종일 하며
땀을 질질 흘리고 설거지에 파묻혀 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며
꿈꾸면 살아왔던 그 시간들이 바로 내게 행복이고 꽉 차 있던 혼자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들 뭐 먹고 싶니?\"
항상 준비된 자세로 ..사랑스러운 질문을 하면
\"네 오늘은 용의 골과 봉황의 알이 먹고 싶어요 후 훗 \"
장난 어린 답을 늘어놓고 학교를 가던 넘들 ...
\"엄마 왜 형아가 좋아하는 것만 만들었어요 난 @@가 먹고 싶었는데 ..\"
\"할 수 없다 뭐 그럼 네가 좋아하는 걸 지금 부터 만들자 ..\"
신랑이 오면 큰소리를 쳐대며 식성이 각각이라 내가 얼마나 힘드는지 아냐고 볼멘 소리를 하면
\"응 엄마가 오늘 식당 주인이네 ..\"
(물론 주말에 한번쯤은 온 식구들이 모여서 식탁다리가 살짝 기울여지게 많은 음식을 해 댈때도 있긴 하지만)
신랑이 바쁘면 바쁠수록
아들이 크면 클수록 나혼자만의 시간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내가 할애해야 했던 집안일에 소요했던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큰 아들녀석은
병원 기숙사에서 한달에 한두번 집에 오면 잘오는 거고
특별히 자기 용돈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전화마저 뜸하다
둘째 아들 녀석도
본과에 올라가더니 무슨 실습이 그리도 많은지
얼굴 보기가 어렵다
\"엄마 저 오늘 저녁 먹고 와요\"
\"왜?\"
동아리 모임 신입생 환영회 연합엠티 군대간 친구의 휴가 ..등등
윽 ...@#$@%
사정을 하면서 아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고 안달을 떤다 ^^;;;
아들이 저녁을 먹고 온다는 단 한마디에
스케줄이 비어 있는 날은
고독이 가슴을 쳐대며 공포의 싸이렌을 울려댄다
소속에의 간절한 소망이 생기고
사람들의 소리가 그립고
햇빛마저 그리워진다
이 기나긴 하루
.......무얼 하며 지내야 하나
하며 혼자만의 독백을 한다
울리지도 않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족이란 테두리에 나를 동여매놓고 살아왔던 나
주부의 완벽한 희생없인 온전한 가족의 평화가 어렵다고
혼자만의 희생을 옭아매며 살아온 나
갑자기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그 흔적 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조심스럽게 나에게도 문을 두드려 보아야겠다
내 문을 열고 들어가 새로운 문을 만들어내면서
이 고독과 권태와 처절하게 싸우면서 새로운 자아를 만나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