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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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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여자입니까?


BY 바다새 2009-03-10

 

 


가끔 몇몇 아는 동네아낙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맘 편하게 얘기 나누는 정도이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불쑥 초밥이 먹고 싶다하여 즉흥적으로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제 얼굴이 피곤해 보이는지 묻습니다.

“시댁 다녀온다더니 힘들었나 봐요?”

“네에..., 좀 피곤하네요.”

그 정도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처음엔 제 걱정을 해주는가 싶었습니다.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여자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갑니다.

“하여간, 대단해요. 난 그렇게 못살아!”

뭐가 대단하다는 것인지, 무엇을 못살겠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불가였습니다.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처음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지 그게 뭐예요? 일 년에 삼십 번은 넘게 가죠?”

얘긴즉, 저의 시댁나들이가 탐탁지 않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대꾸하기 싫었지만 전체 분위기도 있고 해서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매일 전화를 드리는 것도 아니고,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 어디 있나요? 집안에 행사 있을 때 찾아뵙고, 좀 뜸했다 싶으면 한 달에 한번쯤 가는 건데요 뭐.”

옆에 있던 아낙이 한마디 거들더군요.

“난 명절 때 딱 두 번만 가요. 이젠 아예 그러려니 하던데요.”

여섯 명 모인 자리에 저하나만 멍청해져 갑니다.

더 흥분하며 할 얘기도 아닌 듯해서 제가 말을 정리해보려 했습니다.

“그저 자신의 취향대로, 생각대로 살면 되겠죠. 그냥 나는 이대로 살래요. 애들 앞에서 시부모께 제대로 못하면서 말로만 예절바른 아이 되거라 하긴 좀 그래서요. 보고 배우는 게 아이들이잖아요. 그리구 난 사실 효부도 아닌걸요. 어쩌다 한번 찾아가 한 끼 밥해드리는 게 전부인데요 뭐.”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두 갈래 길로 판단이 되어지는 것이 아닌 듯 했습니다.

제발 여기에서 화제가 바뀌기를 속으로 빌기까지 했답니다.

맨 처음 그 여자가 계속 톤이 높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렇게 희생하면 무슨 대가가 돌아오는데요? 나중에 상처받지 않겠어요?”

기가 막혔습니다.

대화 속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저는 절대로 효부가 아닙니다.

내키지 않는 효행을 억지로 꾸며서 가식적인 태도로 시부모님 대하지도 않습니다.

주어지는 일에, 시부모와 만나지는 순간만이라도 정성껏 해드릴 뿐입니다.

누구를 위해서도, 무엇을 바라거나 기대해서도 아닙니다.

제 맘이 편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이웃에게나 형편 어려운 이를 도울 적에도 그런 마음입니다.

베풀면 내 자식이라도 복을 받겠지 하는.

저의 생각을 주관적인 해석으로만 주장하고 있는 건가요?


부모가 자식 키울 때 정해진 대가 지불 받을 것을 계산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조건을 내 걸며 ‘네가 자랄 때 내 속을 이만큼 썩였으니 그거 갚아라.’하는 부모는 또 몇이나 될까요?

그럼에도 자식인 우리네는 시부모를 향해 가끔 저울질을 합니다.

‘이정도 해드렸는데, 나한테 이렇게 하다니....,’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일부 몰상식한 시부모 또한 있다는 것 까지도.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는 이글을 쓰는 이 순간.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습니다.

대여섯 명 모인자리에 저만 멍청한 여자라, 한심하다 하니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제 자신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챙겼나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시댁에 이정도 하는 것도 도가 넘치는,

제 밥 못 챙겨먹고 얼이 빠진,

야무지지 못한 여자가 바로 저라는 얘기였습니다.

앞 다투어 자신들은 시댁을 어떻게 길들였다는 얘기만 늘어놓더군요.


정말, 궁금합니다.

나는 어떤 여자입니까?




2009년 3월 10일에 무거운 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