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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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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안 아픈줄 알았어요.


BY 수련 2009-03-04

우리 딸이 하는 말입니다.

 

어제  뭘 잘못먹었는지 저녁이 되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와 구토를 했는데 배에 통증은 그치지않고

계속되더군요.

 

혹시 식중독인가? 뭘 먹었지?

요플레를 먹었는데 ?.

식구들 먹으라고 아끼다가 유효기간 지나고 나면 부랴부랴 먹죠.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흘이나 지났더군요.

그러나 그정도 가지고 식중독은 아닌것 같고.

 

배가 아픈 와중에도 곰곰히 생각하니 점심먹은것이

체한것 같았어요.

남편이

이틀째 바깥에도 나가지않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속상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견디기 힘들더군요.

운동을 열심히 해야 온몸의 세포가 활발해져서 뇌에까지

영향을 미칠건데 나혼자 속을 끓이며 남편을 안타깝게 쳐다볼 뿐입니다.

 

금연클리닉에서 보조약을 먹고있는데 아마 그 약이 무력하게 만드는것 같아요.

그렇다고 약을 끊을수는 없죠. 이왕 시작했으니 담배는 꼭  끊어야 하니까요.

담배개비 양은 많이 줄었는데 화가나나 봅니다.

그러니 마누라가 더 보기싫겠죠.

요즘 나하고 통 눈도 마주치지않으려 하네요.

 

점심먹으면서 가슴이 답답하더니 아마 그때 체했나봐요.

 

딸이 회식하고 온다고 늦는다고 해서 남편방문을 열고

아프다고, 약 좀 사다달라고. 했더니 들은척도 안하더군요.

요즘 마누라가 미운데 약을 사다줄리가 없죠.

아니 말을 못하는데 약국에 가서 어떻게 약을 달라고 하냐, 그런 표정이데요.

 

다시 마루에 나와 이불을 깔고 누었는데 갈수록 배가 더 아팠어요.

9시가 지나면서 도저히 참지못해 매실엑기스를 물에 타서 마시고,

서랍을뒤져 정로환을 먹고..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딸에게 문자를 보냈죠.

\'배가 너무 아프니 약국에 들러 약 좀 사오너라\'

 

빠지지않고 꼭 시청하던 \'에덴의 동쪽\'도 안보고 뒹굴뒹굴 거렸어요.

애기 낳을때 배를 트는것 같았어요.

 

아,  아픈건 정말 싫어. 나는 아프면 안된다고 다짐을 했는데...

내가 아프면 남편은 어쩌라고. 이대로 죽으면?

혼자서 소설을 쓰고 있었죠.ㅎㅎㅎ

 

딸이 약을 사와 얼른 먹었어요.

딸아이는 내 손바닥 가운데를 누르고 등을 두드려주고 배를 주물러주고.

딸이 있으니 좋습디다.

\"엄마, 체했네요. 우리 옴마는 절대 안아픈줄 알았는데..엄마도 아프네.\"

 

그렇습니다. 엄마는 아프지 않는줄 알았습니다.

남편과 결혼전에 등산을 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엄마가 아픈 표정을 짓더군요.

많이 아프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등산가라고 손을 저었어요.

엄마는 그 날, 많이 아팠답니다. 그런데 나는 남자친구와 뒤도 안돌아보고 등산을 갔어요.

이웃집 아주머니가 약을 지어주고 그래도 낫지않아 병원에가서 주사를 맞았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그 일이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엄마는  아프지 않는줄 알았으니까요.

 

오늘도 하루종일 누워서 뒹구니 허리가 아프네요.

 

그런데 남편은 허리도 아프지 않나?

날씨도 따뜻한데 등산이나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