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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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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BY 선물 2009-03-02

처음 뷔페를 먹던 날.

 

대학 1학년 때였다.

성당 주일학교 교사 1년을 마친 뒤, 한 해 수고에 대한 선물로 뷔페 식사를 단체로 하게 해 주었다.

잠실 교통회관 뷔페.

뷔페는 처음이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촌스럽게 행동하고 싶진 않았다.

적당히 눈치껏 남들 하는 대로 따라서 줄서서 기다리고 먹었다.

아마도 뷔페를 처음 먹는 사람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실수가 처음부터 많은 양의 음식을 접시에 담아오는 일일 것이다.

한 그릇에 수북한 음식을 담아 와서 먹으니 바로 배가 불렀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서 음식 앞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무심코 빈 접시를 들고 따라 나가려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른 사람들의 빈 접시를 보게 되었다.

슬쩍 둘러보니 다들 빈손으로 일어선다.

나도 접시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들 따라 똑같이 행동하고 먹었다.

그렇게 두 번까지는 일어섰지만 세 번, 네 번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좀 심하게 느껴졌다.

욕심들이 과하군.

그런데 그들이 과자도 담아오고 과일도 담아오는 것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같이 일어서서 나가자는 동료에게 나는 이 정도면 된다고 잘라 말했던 것이 후회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점잖은 척, 세련된 척 하려다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고 말았다.

누구라도 다 느꼈을 것이다.

젬마는 뷔페가 처음이군.

아마도 뷔페가 처음인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유난히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까닭이리라.

 

그렇듯이 나는 모든 <처음>에 어색하고 주눅 들었다.

또한 그것을 숨기려는 모습은 더 억지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나는 왜 보여지는 내 모습에 이리도 얽매이는가.

 

아침에 환경운동가인 외국인에 대한 글의 일부를 읽었다.

뷔페 접시를 하나 이상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접시를 계속 쓰자면 엄청남 양의 설거지가 발생할 것이고 세제도 수고로움도 참 많이 낭비되겠구나 하는...

그래도 생각만 그랬을 뿐 촌스러운 사람이 되기 싫어 오히려 더 많은 수의 접시를 소비했었다.

생각의 실천. 그것은 쉽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남편은 나와 제법 다른 면이 있다.

칼국수 집이나 해장국 집이나 등등의 음식점에서 용도별로 그릇이 계속 교환되면 뒤에 나오는 그릇을 깨끗이 쌓아두고 먹던 그릇에 계속 먹게 한다.

물론 그것이 너무나 곤란한 지경이라면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만 웬만한 경우엔 다 그렇게 행동한다.

 

앞으로는 나도 되도록이면 하나의 접시로 해결해야지.

그런데 과연 그렇게 생각대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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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글.

 

어떤 엄마에게 말썽부리는 아들이 있었다.

늘 찢어진 청바지에 헐렁한 티를 입고 머리는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리고 다니는 아들이었다.

얼마나 봐 주기가 어렵던지 늘상 그 문제로 언성을 높였다.

어느 날 그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아들을 입관시킬 때,

엄마는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옷차림대로 입혀 주었다.

그리고 하는 말.

<네가 죽고 나서야 그리도 원하는 것을 해 주는구나.>

 

한번 나서 살다 가는 생.

찰나처럼 짧다면 짧은 시간.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살다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린 왜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지?

 

왜냐구?

지금 너, 몰라서 묻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