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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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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첫 월급


BY 그대향기 2009-02-25

 

 

며칠 전이 둘째의 첫 월급 날이라고 그랬다.

잔뜩 들 뜬 목소리로

\"엄마~~뭐 갖고 싶으세요?

첫 월급으로는 부모님 속옷 사 드리는거라면서요?

근데 속옷은 좀 그렇고 평소에 갖고 싶으셨던 거 말씀하세요.

첫 월급으로는 저금 안 할래요.

엄마 아빠하고 동생거 선물로 다 쓰려구요.

학생이라 큰 맘 먹어도 못 해 드렸던 거 이 참에 효도 좀 하렵니다~`ㅎㅎ\"

 

속사포..일사천리로 저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놓는다.

기분도 좋아져 있는데다 원래도 말소리가 좀 우렁찬 둘째.

전화기 저 편으로 둘째의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한달 동안 다리 아파가며 번 돈으로

첫 월급으로 엄마 아빠의 선물을 해 드리고 싶다며

늦은 퇴근 시간에 전화를 해 주는 둘째의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 진다.

늘 천방지축...

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던 둘째가 제법인걸? ㅎㅎㅎ

 

중간에 힘들지 않냐고 전화를 했더니

\"엄마...장난 아니에요.

 온 종일 서 있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들어요?

 살짝 몸살이 왔는데도 저 결근 안하고 악착같이 출근했어요.

엄마 아빠가 회관에 16년 동안 근무하시면서

감기 몸살로는 단 하루도 결근이나 식사준비 거르지 않으셨잖아요.

그 정신 제가 이어 받았지요 뭐.하하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둘째의 톤 높은 웃음소리에 희망이 보인다.

 

남들보다 한살 어려서 입학을 했던 둘짼데...

나이보다 강한 자부심과 악착같은 악바리 근성이 있어 다행이다.

돈으로는 넣어 줄 수 없는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혼자서 밥도 해 먹어가며 꼬박꼬박 출근을 한다는데 반찬은?

거의 호텔에서 먹고 다니지만 가끔 아침은 집에서 해결하며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보내준 김치로 찌개도 곧잘 한단다.

밑반찬을 좀 보내긴 했지만 늦잠이나 자고 안 먹고 다닐까 했더니

그래도 악착같이 밥은 먹고 다닌단다.

 

마침 막내가 봄 방학이라니까 서울로 놀러 오라고.

누나가 한턱 쏜다며.ㅎㅎ

좋아라 하고 서울로 간 막내.

촌 녀석이 그 복잡하고 어려운 강남을 어짜고 찾아가나 싶어

멍청한 엄마가 걱정을 했더니..기우~~

혼자서도 누나 있는데를 잘도 찾아갔고 둘이서 백화점으로 어디로...

사흘동안을 눈 호강에  몸 호강까지 하고 돌아왔다.

돌아 온 막내의 가방에서는 짜잔~~

엄마보고 눈을 감아 보시라고 하더니 가슴에 뭘 안겨준다.

 

\"뭔데?? 어머나....\"

이쁜 포장지를 열어보니

너무나 멋진 코발트색의 핸드백이다.

\"엄마..이거 고른다고 백화점을 얼마나 돌아다녔던지..

누나랑 무지 노력했다는 점..알아 주세요.ㅎㅎ

엄마가 평소에 이런 색 좋아하시잖아요. 누나하고 잘 골랐죠?\"

그랬다 정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색으로 핸드백을 샀다.

늘 누구꺼 얻어 가지고 선물로 받은 거 도로 선물 받는 식으로

엄마가 살다보니 둘째는 꼭 새 핸드백을 선물 하고 싶었노라고 전화를 했다.

\"고마워~~너무 이쁘다~~근데..비싸지?\"

엄마 특유의 돈 걱정이 또 발동.

\"아이~엄마는...꼭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것도 루마 패션이 아닌 백화점에서요.

엄만 혼자서 절대로 백화점 안 가시잖아요.

첫 월급은 저축  안 하기로 했거든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이쁘다.

멋있다.

아들이 옆에서 보더니 씨~익 따라 웃는다.

\"엄마....저도 나중에 첫 월급타면 엄마 선물 좋은데서 좋은 거 사 드릴께요\"

으이구나~~ㅎㅎ

엄마가 선물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나 보다.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냐고..

아빠 것은 선글라스.

늘 싸구려 선글라스를 끼다가 안경알이나 빼고

서비스도 못 받아서 속 상해 하던 아빠한테는 멋지고 고급스런 선글라스를 사 드렸다.

내가 알면 놀랄 거라며 가격은 함구.

메이커가 보통은 아니었다는 거.

그냥 눈 감아 주마.

선물이라는데 참아주자.

막내 것은 봄 옷으로 아주 멋진 걸로 한벌,.

엄청 깨졌겠구나 둘째야~`

 

부산에 할아버지 걱정을 하길레 선물 보다는 현금이 나을거라며

아빠 편으로 용돈을 십만원 보내 드리기로 했다.

친손녀의 첫 월급으로 드리는  용돈.

경주 외할머니도 걱정.

그럼 외할머니한테도 용돈 십만원을 드리자.

엄마를 낳아 주셨고 너의 뿌리 외할머니께.

그리고 네가 대학 갈 때 장학금 받았던 우리 할머니들 장학회에도

장학금 좀 넣자꾸나.

큰 돈은 아니더라도 상징적인 돈이니까 이십만원.

마지막인데 이건 네가 살아가면서 기부문화를 익히게 하기 위함이야.

샘물호스피스에 네 이름으로 얼마간을 기부하자.

네가 많이는 못하더라도 여유가 생길 때 마다 어디든 불우한 이웃을 위한

기부는 좀 하고 살자.

그럼 네 마음이 더 부자가 될거야.

그래서 오만원.

큰 돈이 생기면 더 하고 살아라.

 

그리하여 둘째의 첫 월급은 다 달아나고 말았단다.ㅎㅎ

그래도..그래도 행복해 하는 둘째.

엄마가 이리저리 다 뜯어서 날려도 감사하단다.

주신 것에도 감사하고 그 한도 내에서 맞춰 살아가면 행복할거야.

몇 달 후에 계획데로 더 나은 공부를 하고 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품고

오늘도 다리가 아프도록 서 있을 둘째.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단다 둘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