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난 목요일에 한 정기검진 결과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행사가 줄줄이 줄줄이...
할머니들 모두 모시고 부산 복음병원으로 비타민병원으로
또 시아버님 입원 해 계신 우리들 병원으로....
이른 아침에는 또 우리 집 최고령 할머니 생신 상 차림에.
새벽기도를 마치고 부랴부랴 미역국 끓이랴
지난 밤에 미리 애벌 삶아 놓은 쇠고기... 메추리 알 넣고
알마늘이랑 꽈리고추 넣고 장조림하랴
샐러드 만들랴 할머니가 가장 즐기시는 쇠고기 불고기 하랴
잘 익은 딸기 씻어서 이쁜 접시에 담으랴....
.................
직원이 있는데 하필 어제가 휴일이라 혼자서 아침 일찍 동동 걸음.
미리 불려 놓은 찹쌀에 까만 동부 넣고 찰밥을 찌고
이것 저것 혼자서 분주하게 주방을 스키타듯 미끄러지며
몇가지 반찬을 만들다 보니 할머니들이 거들어 주신다면서
빈 그릇도 설겆이 해 주시고 식탁도 닦으신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대가 80~90 세 이다보니 바깥 활동은 많이 못하시고
안에서 꼼지락 거리시는 부엌 일 정도는 거들어 주신다.
촛불 켠 케잌으로 생신 축하 노래도 불러 드리고
축복 기도도 맘껏 해 드렸다.
올해 95 세시니 오래 사세요~이러는 인사는 뭣 해서 백수하세요~~해 드리니
웃으시며 벌써 95 세나 되었는데 금방 백살일건데 더 살아야지...ㅎㅎㅎ
와르르르.........
모두가 다 한바탕 웃고는 즐겁게 식사를 끝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여자는 여자시라
예배시간에 분을 하얗게 바르시고
입술연지도 약하게 바르시는 할머니.
그래서 언제까지 더 바르실지는 몰라도
생신선물로 나는 화운데이션을 선물해 드렸다.
함박 웃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이거 내가 다 바르고 죽으라꼬?ㅎㅎㅎ
네에....다 바르시면 새로 사 드릴께요~`
건강하시기만 하세요...
부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이런 저런 즐거운 이야기를 하다가 복음병원에서
기념행사를 하나 마치고 비타민 병원에서는 할머니들 통증 치료.
물론 나도 꼽사리 끼어서 치료하고.ㅎㅎㅎ
허리통증치료와 테니스엘보..목 통증치료.
할머니들이 치료를 하시는 동안 남편은 병원 밖에서 백병원으로 전화.
미리 해 둔 정기검진 결과를 알아 봤나보다.
전화를 하는 동안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만약을 대비해서 마음 단단히 먹고 있다던데..
나보고도 준비하라고 그러더니만.
또 독방에 갇혀서 며칠동안 밖에도 못 나가는 엄한 치료를 감당해야 한다면...
그 몸서리 쳐 지는 물고문에(거의 하루종일 물만 마시란단다.)
이상한 약물을 투입하고 그 약물이 몸 밖으로 다 나올 때 까지
물로써 씻어내듯이 해야 한단다.
내장기관들을....
그러니 그 물량이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
입원하면서 펫트병으로 큰 병으로 물만 짐처럼 사 안고 들어간다.
음식냄새의 공포.
밖에도 못 나가는 독방의 고독까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그 고문들이 생각 나 전화를 거는 그 시간.
통화음이 들리고 담당간화사의 음성이 들릴 때 까지
혼자서 느끼며 심장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떨림은.
치료를 마치고 내려 온 나에게 남편이 그런다.
\"나..병원에 안 와도 됐다는데?...\"
그러는 남편의 얼굴은 봄 햇살보다 더 환했다~`ㅎㅎ
아...
내가 이렇게도 좋은데 본인이야 얼마나 좋을까?
고맙고 또 감사했다.
\"정말? 안 가도 됐데요? 다행이다...참 다행이다..\"
이런 말로 밖에는 위로가 없을까?
그 많은 말 중에서 이정도로만?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남편은 또 격리되는 생횔이 이어질까 두렵고 망설여지는데
이젠 병원에 안 와도 된다니.
아니 이번에만이라도 안 가도 된다니.
또 내년이나 그 후년에 또 정기검진이 있더라도
이번 한번만이라도 안 가도 된다니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암 검진을 받고 암이 아니랍니다~~
이런 판결을 받은 만큼 기쁘고 반갑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또 몇년을 더 버티는거다.
목에 난 거의 30 센티미터도 더 되는 난도질의 이 흉터는
살아가면서 경계 해야 할 암의 공포증을 늘 달고 다니는 상징이지만
그런반면 우리가 늘 경각심을 갖고 살아가는 좋은 흔적이다.
남편은 갑상선이 아예없다.
다 제거해 버리고.
그 없어진 갑상선의 기능을 평생 신지로이드란 약으로 보충한다.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있었던 과거이니 어쩌랴?
받아들이고 죽음으로 내 몰리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지.
옛날 남편을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들 셋 낳으며
이런저런 세월 다 겪고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참 많이도 울 일... 가슴 아팠던 일...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지만
그 때 그 때 마다 남편은 연하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나를 위로했고
감싸줬고 사랑이란 위대한 힘으로 둥지를 만들어 가족들을 안심시켰었다.
가진게 없었던 우리들의 젊은 날.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고 다 이룰 수 있는 일들로만 알고 살았다.
세상사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고 난 지금도
우리가 갖지 못한 거에 그리 연연해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많이 가지는 만큼 누군가가 덜 가지게 되겠지..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만큼만 가지자.
부부사이나 애들 교육이 어려울 만큼은 아니게 알맞게 가지자.
그렇게 위로하며 그렇게 장담하며 살았던 우리.
중간에 큰 아픔을 주신 것에도... 이김주심에도 감사했다.
지금.
우리는 또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살고싶다.
새 봄..
모든게 새롭게 시작하듯이.
우리
또 이렇게 신선하게 시작하련다.
연애시절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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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 주시는 여러님들 궁금해 하실까 봐 이 글 올립니다.
늘 걱정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살겠습니다.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 전하며 봄날 희망을 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