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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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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오는 소리.


BY 오월 2009-02-23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어딘가에 욕심껏

감춰두고 조금씩 꺼내쓰고 싶을만큼 날씨가 좋다.

촉촉한 땅을 밟아보니 응달진 곳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

날 거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강원도 근접한 곳이라

늘 봄이 늦은 곳인데 허리를 굽혀 꽃밭을 유심히 들여다

보다 \"심봤다\"

늘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잎과 꽃이 따로피는

상사화가 어린싹을 땅위로 쏙 밀어올렸다.

 

그 옆 이름모를 꽃 새싹도 뾰족히 올라와 있다.

막 눈물이 날거 같다.

그들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다시 아니 더 탐스럽게 올해도 어김없이 날 찾아주었다.

작년 흐드러진 국화꽃 마른 덤불 속에도 쑥을닮은 어린 새순이

아장거리고 올라와 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그 추운날에 벌벌 떨고 다니며 짝짓기 시켜논 개 두 마리 한 마리가

하얀 강아지 한마리 검은 강아지 한마리 두 마리를 낳았다.

검은 강아지는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고 흰강아지 한 마리가

굼벵이 벌레처럼 통통하게 살올라 꿈틀거린다.

엄마는 오줌도 똥도 모두 배설하기가 무섭게 받아 먹는다.

털이 탐스럽고 우아한 한 마리는 아마 새끼를 배지 못한

모양이다. 두 마리 개가 따뜻한 봄날 새끼들과 해바라기

하는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련만...

 

봄이 흐드러질 꽃밭 너머 작은 개울에 아직은 다 녹지

않은 살얼음들 사이로 맑은 물이 졸졸졸 흘러간다.

오월이네 마당은 지금 참 소란스럽다.

나무위로 물 오르는 소리 땅을 헤집고 꽃 올라오는 소리

강아지 엄마찾는 소리 겨우네 잠자든 장비들도 붉은색 녹이불을

훌훌 벗어던지고 오늘 현장으로 한 대 실려갔다.

제일먼저 재 너머로 봄마중을 나간 놈이다.

감나무,앵두나무,단풍나무,뽕나무,두릅나무 느티나무 등등

사사삭 물 오르는 소리 내 발걸음을 따라 걷는 개가 관심

가져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앙앙거린다 

어디에 이 감격을 알려야 하나 꽃들이 솟아나고 있어요

 

아기같은 내음으로 모습으로 그들이 아장거리며 오월이네

마당을 찾아 왔어요 검불들을 한 아름 안고와 내 보물을

숨기 듯 다시 그들의 여린몸들을 덮어둔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혹여 다시 혹한이 찾아와 그들의 여린몸이 꽁꽁 얼면

어쩌지 덮어둔 검불이 혹 또 숨막히지 않을지 걱정이다

작년 그토록 나 살아가는 기쁨을 준 그들이 아장거리고

다시 찾아왔다.

너무나 행복하다.곧 우물가에 앵두꽃이 미풍에 날으는

그 날도 오겠지....

고 예쁘고 여리고 고운색 금낭화는 몇 포기나 올라올까

살아있다는 것 살아 간다는 것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구나.

그리고 행복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