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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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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은 불길 속으로....


BY 그대향기 2009-02-10

 

처음에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아는 카페에 들러 화왕산 억새풀 태우기에 안 가서

그 장관을 보지 못하노라고 서운한 마음을 적었는데

카페지기님이 안 가기를 잘했다고...

지금 그 산은 지옥이라고....

바로 티비를 켜는데 세상에나......

 

이건 살아서 느껴야하는 지옥 불이다.

온 산 정상이 화마가 일렁거리고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 불 속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것 같은 실루엣이 보인다.

저건 분명히 일부러 하는 생존을 위한

필사의 탈출이 아니라 목숨을 건 대 탈출이었다.

앞에서는 70 여 미터에 달하는 불기둥이 덮쳐오고 있으니

그 불 속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뒷걸음 칠 수 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 산 정상을 몇번 올라 가 봐서 지형을 좀은 아는데

산 정상 억새풀이 있는 부분은 두리펀펀하고

그 옆으로는 배바위라고 하는 큰 돌이 있다.

그 옆은 낭떠러지라 화마가 그 긴~`불기둥을 일렁이며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오면 백이면 백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낭더러진 줄 알면서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을까?

어느 누가 불길 속에서 초연 할 수 있을까?

몇백도 아니면 그 이상일 그 열기 속에서

빠져나갈 길은 정녕 아무 곳에도 없었을 것이다.

 

앞에서는 어마어마한 불 기둥에 열기가

뒤에는 낭떠러지가 있는 한 밤의 화왕산 정상은

그야말로 살아서 느껴야만 했던 생지옥이 아니었을까?

불을 당기는 순간 어마어마한 힘의 불길이

회오리 바람처럼 일면서 불길을 바꾸었다니....

그 현장에서 좀 일찍 내려온 지인의 말을 빌자면

안전저지선도 너무 가까웠고

안전 불감증이 없잖아 있었단다.

3 년마다 하는 행사에 큰 무리가 없었기에

올해도 괜찮겠지.....멋진 불구경을 하는거야.

그리곤 각자가 가진 소원을 빌어보는거야....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등반객들은 저마다의 기원을 가슴에 안고

스텐바이~`큐~~!!! 를 기다리며 숨 죽여 그 광경을 기대했건만

불이 점화되는 순간~~~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회리바람 같은 불길이 산 정상을 휘돌아 감기는데

겨울 의류가 거의 패딩이고 화학섬유라 순식간에

옷에 붙은 불은 온 몸으로 번지고

그 불길은 형체도 못 알아보는 끔찍한 주검을 만들고야 말았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죽는 그 순간까지 본인이 죽는 줄 알면서도 뛰쳐 나올 수도 없었고

아무도 그 불길 속을 뛰어 들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가 없었으니....

엄마~~

여보~~~

00씨~~~

 

죽음을 지켜보면서 애타게 부르는 절규...절규들....

피를 토하며 불러보지만 아무도 그 부름에 답하는 이 없고

사람의 키 몇배나 되는 불기둥만이 굶주린 화마가 되어

더 삼킬 것을 찾아 이리저리 혀를 낼름거린다.

미쳐버린 불길은 길길이 날뛰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방향없이 휘몰아쳤다고 한다.

삽시간에 산 정상을 덮치고 아비규환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아~~~

그 순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예견하지 못했던 처참한 순간들.

같이 온 친지들이 안 보여도 어디서 찾을까?

휴대폰이 울리고 정다운 목소리가 응답하면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생지옥에서 저희를 건져 주심을 감사합니다.

일행을 찾은 분들은 다행이지만

일행이 먼 나라에 가시고 응답이 없거나

너무도 심한 화상에 거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면

그 슬픔을 어찌할꼬?

그 황당함을 어이 말로 다 할까?

 

지인 중의 한 사람이 군청 공무원이라 안부를 물으니

그 현장에 파견 근무 갔다가 화상이 심해서 창녕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큰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다니 참 걱정이다.

1~2 도의 화상이 아닌가 보다.

그럼 치료가 되더라도 일상생활이 많이 어려울건데

부디 좋은 치료를 잘 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화상의 흔적은 참으로 힘들게 만든다.

피부가 당기고 조직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니

그 후유증을 어이 다 감당할까?

좋은 병원에서 유능한 의사의  치료를 받고

다시 사는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

살아남은 것이 죽는 이만 못한 그런 비극은 없기를....

 

군이나 국가에서 적절한 보상이나 조치가 있기를.

인재라면 그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겠고

천재지변라면 위로금이나 모금운동을 해서라도

화마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새 삶이 있기를 바란다.

어려울  때 서로 도우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니었던가~!!

더 이상의 사망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현재 치료 중에 있는 환자들도 조속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적절한 귀가조치가 이루어지기를....

앞으로도 연속해서 억새풀 태우기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 번 일을 본보기 삼아 완벽한 안전대책을  하고 행사를 치루기를.

 

살아남은 사람들과 사망자들이 어제의 그 순간을 알기나 했을까?

내가 화왕산 옆에 산다는 그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안부전화가 온다.

고마운 사람들.

그래.

이게 사람사는 아름다움이리라.

안부 물어주고 안녕을 빌어주는.

전 괜찮아요.

이른 아침에 남편은 집에서 기르는 말라뮤트 큰 놈을

짐차에 태우고 화왕산엘 갔었다.

혹시나 밤에 산 반대편으로 도망가다가 조난 당한 사람이 있나 해서.

다행히 수습이 잘 이루어져서 조난자는 안 보이더란다.

 

 

생을 달리한 분들의 유가족이나 살아 남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많은 분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난감하다.

내가 창녕에 살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왜 이리 난감한지..

왜 이리도 미안하고 송구스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