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아는 카페에 들러 화왕산 억새풀 태우기에 안 가서
그 장관을 보지 못하노라고 서운한 마음을 적었는데
카페지기님이 안 가기를 잘했다고...
지금 그 산은 지옥이라고....
바로 티비를 켜는데 세상에나......
이건 살아서 느껴야하는 지옥 불이다.
온 산 정상이 화마가 일렁거리고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그 불 속에서
무슨 영화를 찍는 것 같은 실루엣이 보인다.
저건 분명히 일부러 하는 생존을 위한
필사의 탈출이 아니라 목숨을 건 대 탈출이었다.
앞에서는 70 여 미터에 달하는 불기둥이 덮쳐오고 있으니
그 불 속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뒷걸음 칠 수 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 산 정상을 몇번 올라 가 봐서 지형을 좀은 아는데
산 정상 억새풀이 있는 부분은 두리펀펀하고
그 옆으로는 배바위라고 하는 큰 돌이 있다.
그 옆은 낭떠러지라 화마가 그 긴~`불기둥을 일렁이며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오면 백이면 백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낭더러진 줄 알면서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을까?
어느 누가 불길 속에서 초연 할 수 있을까?
몇백도 아니면 그 이상일 그 열기 속에서
빠져나갈 길은 정녕 아무 곳에도 없었을 것이다.
앞에서는 어마어마한 불 기둥에 열기가
뒤에는 낭떠러지가 있는 한 밤의 화왕산 정상은
그야말로 살아서 느껴야만 했던 생지옥이 아니었을까?
불을 당기는 순간 어마어마한 힘의 불길이
회오리 바람처럼 일면서 불길을 바꾸었다니....
그 현장에서 좀 일찍 내려온 지인의 말을 빌자면
안전저지선도 너무 가까웠고
안전 불감증이 없잖아 있었단다.
3 년마다 하는 행사에 큰 무리가 없었기에
올해도 괜찮겠지.....멋진 불구경을 하는거야.
그리곤 각자가 가진 소원을 빌어보는거야....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등반객들은 저마다의 기원을 가슴에 안고
스텐바이~`큐~~!!! 를 기다리며 숨 죽여 그 광경을 기대했건만
불이 점화되는 순간~~~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회리바람 같은 불길이 산 정상을 휘돌아 감기는데
겨울 의류가 거의 패딩이고 화학섬유라 순식간에
옷에 붙은 불은 온 몸으로 번지고
그 불길은 형체도 못 알아보는 끔찍한 주검을 만들고야 말았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죽는 그 순간까지 본인이 죽는 줄 알면서도 뛰쳐 나올 수도 없었고
아무도 그 불길 속을 뛰어 들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가 없었으니....
엄마~~
여보~~~
00씨~~~
죽음을 지켜보면서 애타게 부르는 절규...절규들....
피를 토하며 불러보지만 아무도 그 부름에 답하는 이 없고
사람의 키 몇배나 되는 불기둥만이 굶주린 화마가 되어
더 삼킬 것을 찾아 이리저리 혀를 낼름거린다.
미쳐버린 불길은 길길이 날뛰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방향없이 휘몰아쳤다고 한다.
삽시간에 산 정상을 덮치고 아비규환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아~~~
그 순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예견하지 못했던 처참한 순간들.
같이 온 친지들이 안 보여도 어디서 찾을까?
휴대폰이 울리고 정다운 목소리가 응답하면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생지옥에서 저희를 건져 주심을 감사합니다.
일행을 찾은 분들은 다행이지만
일행이 먼 나라에 가시고 응답이 없거나
너무도 심한 화상에 거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면
그 슬픔을 어찌할꼬?
그 황당함을 어이 말로 다 할까?
지인 중의 한 사람이 군청 공무원이라 안부를 물으니
그 현장에 파견 근무 갔다가 화상이 심해서 창녕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큰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다니 참 걱정이다.
1~2 도의 화상이 아닌가 보다.
그럼 치료가 되더라도 일상생활이 많이 어려울건데
부디 좋은 치료를 잘 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화상의 흔적은 참으로 힘들게 만든다.
피부가 당기고 조직이 완전히 없어져 버리니
그 후유증을 어이 다 감당할까?
좋은 병원에서 유능한 의사의 치료를 받고
다시 사는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
살아남은 것이 죽는 이만 못한 그런 비극은 없기를....
군이나 국가에서 적절한 보상이나 조치가 있기를.
인재라면 그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겠고
천재지변라면 위로금이나 모금운동을 해서라도
화마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새 삶이 있기를 바란다.
어려울 때 서로 도우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니었던가~!!
더 이상의 사망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현재 치료 중에 있는 환자들도 조속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적절한 귀가조치가 이루어지기를....
앞으로도 연속해서 억새풀 태우기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 번 일을 본보기 삼아 완벽한 안전대책을 하고 행사를 치루기를.
살아남은 사람들과 사망자들이 어제의 그 순간을 알기나 했을까?
내가 화왕산 옆에 산다는 그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안부전화가 온다.
고마운 사람들.
그래.
이게 사람사는 아름다움이리라.
안부 물어주고 안녕을 빌어주는.
전 괜찮아요.
이른 아침에 남편은 집에서 기르는 말라뮤트 큰 놈을
짐차에 태우고 화왕산엘 갔었다.
혹시나 밤에 산 반대편으로 도망가다가 조난 당한 사람이 있나 해서.
다행히 수습이 잘 이루어져서 조난자는 안 보이더란다.
생을 달리한 분들의 유가족이나 살아 남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많은 분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난감하다.
내가 창녕에 살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왜 이리 난감한지..
왜 이리도 미안하고 송구스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