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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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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꼬라지를 순대집에서 보았네.


BY 청어 2009-01-26

살다보면 별 꼬라지를 다 본다지만...

순대국 한그릇 뜨끈하게 먹겠다고 갔건만.

못난 꼴만 보고 말았지.

점심때 북적대는 순대집에 걸어둔 가마솥때문에 속았다.

 

투박한 투가리에, 순박한 아주머니가, 순진한 순대국을,

베시시 웃으며 내밀 거라고 상상했지.

순대집 밖에까지 들마루를 깔고 팔고, 줄 선 손님도 있길래 맛이 좋으려니 했지.

 

은행나뭇잎이 맛있게 흩어지는 가을이라 그랬을까? 

5000원어치 순대를 기다림 끝에 포장 했는데, 한개 먹어 볼 틈도 없었지.

얼른 집으로 가서 밥을 하고, 국을 끓이며 순대를 맛 봐야지 싶었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니, 순대가 담긴 비닐봉지만 없는...기가 막힌 장보따리.

기막힌 허탈함에 \'새대가리\' 라며,

멀쩡한 머리를 퉁퉁 치는, 잘난 손과 돼지같은 입.

그러고도 부족해서,

그 젠장헐 순대국을 먹여 주고야 말겠다고, 식탐 많은 내, 위장에 약속 했었지.

겨울을 보내자니 위장이 허하다 싶었는지, 그 망헐 약속이 떠올랐지.   새대가리 주제에...

 

점심시간이니 여전히 손님이 많았고, 조금 기다리는 불편함도 당연하게 여겼지.

겨우 식탁을 차지하고 있어도,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꼴깔꼴깍 침을 삼켰지.

거뭇거뭇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흐억 거리며 먹는 모습이라니...  정겨워라!

 

내가 차지한 식탁과 마주한 식탁에 여자 세명과 중학생으로 뵈는 딸아이가 앉았지.

그들이 앉음과 동시에 내, 턱 밑에 놓여진 순대국 한그릇!

첫술을 뜨자마자 마주한 식탁의 여자들이 막걸리부터 달라고 하네?

뭐, 그럴 수 있지.  춥고, 이렇게 정겨운 분위기에서 막걸리 한잔씩 할 수도 있는 것이지.

서너번 입에 넣고 먹자니, 기대한 맛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넘어오는 순간였는데,

마주한 식탁의 여자들의 오가는 대화에 순대국 맛이 딱 떨어졌지.

많아봐야 열다섯 살의 딸아이를 옆에 두고, 

담배를 꺼내 입술의 중앙도 아니고, 입꼬리에 꼬나 물더니, 꿈벅꿈벅 연기를 피우는 꼬라지.

 

키득거리며 담배, 끊는데 도움을 안 준다며,

세명이서 작당하고 담배를 피우는 멀쩡한 대낮에 황당한 꼬라지.

다 관두고,

딸아이 옆에 앉혀두고, 담배연기 자욱하게 만들더니, 털털 담뱃재를 투가리 받침에 털었다.

안그래도 입맛이 깔깔하여 죽겠는데, 저게 무슨 버르장머리지?

막걸리 한 주전자를 비우고, 누군가 싱겁다고 투덜거리자,

쐬주 일병을 시키는 말투에선 아예 호기심도 사라졌지.  

내, 딸도 아닌 아이에 대한 근심만 생겼지.

\"  일단, 쐬주 일병!  \"  

세여자의 입이 어쩌면 그리도 똑같이 드센지...

그 망헐 담뱃재만이라도 재털이에 털것이지.

말끝마다 씨벌씨벌...  땡벌같은 여자들.

많아봐야 열다섯의 딸아이는,  담배 좀 그만 피우라며,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는, 순대집 밖으로 나갔지.

 

\"  아힛!  씨벌!  상X이랑 끝났네! 

   어제, 보고싶어서 전화했더니, 와이프가 옆에 있는지,

   전화를 세번이나 끊더라고?!

   술김에 전화를 했잖냐?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럼 안 끝났는데 씨벌!

   너, 나랑 만나야 돼는 것 아니냐?  계속, 한소리 또하고, 또하고 했더니,

   전화를 꺼버리더라.   그리고, 오늘까지 일주일째 연락이 안 돼서 미치겠다!  씨벌!

   그러고, 집구석에 들어 가서, 속상해서 쐬주를 마시는데,

   영감이 그만 마시라고 꼴값을 떨어서,

   건들지 마라!  씨벌!  하고선, 계속계속 술 펏네!  \"

 

나머지 두명의 여자들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깔깔깔 웃고,

그바람에 자욱한 담배연기가 내, 코앞까지 들이 닥쳤지.

 

\"  네가 한번만 전화 했으면, 제가 먼저 전화 했을걸?  땡겼다,밀었다를 잘 해야징...  \"

눈동자가 까맣다 못해서,

흰자위까지 촉촉하게 술방울이 맺힌 여자의 더럽게 잘난 조언엔 혀를 내둘러야 했지.

 

\"   아힛!  씨벌... 이젠, 누굴 만나?  상X이 짜식이 귀여웠는데...  \"

 

그, 가정이 있을 멍청한 짜식이 얼마나 더럽게 귀여우면,

제 귀여운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그리워 할까?

많아봐야 사십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을 빳빳히 들고,

대낮의 순대집에 쩌렁쩌렁 헛소리 울려퍼지게 하는 못난 꼬라지.

 

다 관두고,  그 아이가 불쌍한 마음과 동시에 갖게 된 걱정거리.

\'  저런 여자와 사돈지간이 돼면 어쩐다지?  \'

\'  그 가정있는 남자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면 어쩐다지?  동명이인 일테지?  \'

 

순대국은, 서너 수저를 간신히 먹었지.

이상하게도 자기의 얘기에 관심을 갖고, 측은한듯 바라보다,

막걸리만 꼴짝 거리며, 때론 쏘아보며, 지켜보는 내, 멱살을 잡진 않았지. 

구경 났냐고 하면, 이참저참 대판 싸워 볼 의양도 있었는데... 나를 가만히 놔뒀지.

 

순대집의 순대국이 왜? 잘 팔려 나가는지...  신기했지.

그런 여자들을 구경하러 오는 걸까? 

나처럼 멋도 모르고 들어 갔다가, 막걸리도 팔아주고 말이지.

 

벌건 얼굴로 일어서서,

한심한 꼬라지를 한번 더 쏘아보고, 그 여자들의 신발을 차고, 밟으며, 나와 버렸지.

여전히 등뒤에서 깔깔깔 거리는 여자들이 웃음소리는 익어버린 선지처럼... 그랬지.

망헐 연애담을 누가 궁금해 한다고.

 대낮에 난데없이 기어 들어와서, 떠벌리는 꼬라지...

어쩐다지......  입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