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5시 KE086 뉴욕발 인천공항으로 아들이 도착한다
남편과 공항에 도착했는데 한산하고 적막하다
어디다 차를 세워야 하는지 조금 헤깔렸다
지상에 차를 세우려고 여기 저기 궁리를 하다가 드디어 자리를 정했다
이미 비행기는 도착하고 수속중이었다
스멀스멀 오래전에 멍청, 바보가 되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남편이 미국 다녀오던 날 이른 새벽 마중을 나갔다
지하주차은 얼마나 넓고 차를 어디다 세우고 어디가 입국장인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두렵기까지 했다
간신히 비행기도착 시간을 맞췄는데 분명히 A출구로 나온다고 했는데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20분이상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B출구로 나왔다고 한다
바로 옆 출구였지만 그쪽으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분명히 A출구로만 나온다고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지니스칸을 타고 온지라 먼저 나왔으나 20여분 헤멘 것이 불쾌한 모양이다.
화를 내기에 멋진 상봉은 물건너 가버렸다
돌아오는 길 내내 아무 말이 없이 달렸고 변명도 치사해서 오늘까지
멍청하고 센스없는 바보로 낙인찍인 채 지내왔다
오늘 드디어 그날의 심경을 간단히 묘사했다
지상주차장에서도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절절매었고
그날 새벽 지하에서 어리둥절하고 고생했던 사실을 조금 언급했다
아직도 왜 두 출구로 동시에 사람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아무말도 댓구가 없었고 그날의 상황을 변명한들 감성 전달이 안되지만
오래오래 묵혀 두었던 바보 컴프렉스를 조금 해소할려는 속셈이었다
촌사람 공항 노이로제는 언제나 있다
만날 사람 제때 몬 만날까봐 속이 타기는 지레공포증은 언제나 비슷하다
필리핀에서 1시간여 미국에서 온 시누이를 기다리다가 황망했던 기억도 있다
분명히 마중을 나와서 2시간이나 같은 장소에서 기다렸다는데
우리도 1시간 넘어 같은 장소에서 배회하였는데 결국은 못 만나고
따가이따이를 휩쓸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음날 극적으로 만나게 되고 보니 약 5분 거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숙소를 정하였었다
비싼 돈을 낭비하며 호텔을 예약해 놓았건만 이중 경비를 낭비하고 속태우며
낯선 필리핀에서 사람을 찾을려니 얼마나 힘들었던지 조카 결혼축하를 위해서 갔다가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올뻔 한 기억이다
약속과 만남 그게 인간사에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공항 공포증은 내게 만만치 않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