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애들 이모 편에 음식과 아이들만 보내던 스키장에 나도 함께 가기로 했다.
행동 굼뜨고 주의력결핍장애가 있는 동생과 먼길 가자니 좀 찜찜했지만
차가 두대가 가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 한대로 가기로 했다.
동생은 방학중에 받는 연수 중이라 오후 1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큰애에게는 집에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두시가 훌쩍 넘어서야 출발했다.
설레는 마음에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을 아이들을 위해 싼 김밥과 귤을 나눠주니 좋아라 한다.
휴게소에 들러 평소에는 거의 안 사주는 과자를 집으라 하니 다들 이게 왠일인가 하면서 한봉지씩 집는다.
그 와중에 삐져서 아무것도 안 먹겠다고 버티는 막내녀석을 위해 맥반석오징어구이를 샀다.
여섯시 조금 못되어 용평에 도착했다.
스키장 근처에서 스키를 빌려 차에 싣고 그린피아 숙소로 갔다.
객실이 텅텅 비어 우리는 슬로프가 보이는 7층방을 선택했다.
35평이라 침실도 두개고 화장실과 욕실도 두개고 거실도 넓직했다.
여동생과 11살 14살 두딸과 나와 10살 16살 두 아들이 고만고만한 터울로 예전같았으면 모두 한부모였을 터라
모이면 친남매지간 못지 않게 잘 논다.
큰아이들 둘은 6시 반부터 시작되는 스키를 타러 가야 했으므로
동치미말이 국수를 서둘러 만들어 먹이니 오는 도중에 김밥과 과자를 먹었어도 잘들 먹는다.
남은 작은 아이 둘은 각자 가지고온 닌텐도 게임에 빠졌다.
여동생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난 가지고간 만두피에 만두속을 채워 60개를 만들어 베란다에 내 놓았다.
밤 10에 돌아온 아이들과 남은 식구들에게 왕만두 60개를 삶아 놓으니 처음에는 게눈 감추듯 먹다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한다.
우리 식구 기준으로 만두를 삶았나 보다. 여남은 개 남은 건 내일 아침 떡만두국에 퐁당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8시 반부터 스키를 타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아이들이 도무지 자려고 하지를 않았다.
자정이 넘어 억지로 잠자리에 들게 했다.
다음날 7시에 맞춰 놓은 알람소리에 깨어 떡만두국을 끓여 먹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난 장갑을 안 챙기는 바람에 다시 객실로 갔다가 동생 일행을 찾으니 저만치 보인다.
반가움도 잠시 그 순간 잠깐 정신을 잃었다.
뒤통수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떠보니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와 차 사이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별이 반짝이면서 일어나려는데 어질어질 했다.
동생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다시 객실로 돌아오려는데 몸이 휘청거리는 게 걸음이 똑바로 걸어지지도 않았다.
침대에 한참을 누워 진정을 하고 나니 어지럼증이 가셨다.
애들을 위해 어묵국물을 내고 가지고간 어묵을 끓는물에 데쳐 내어 어묵국물에 퐁당하여 두고 동생을 불렀다.
동생은 힘들더라도 어묵을 냄비째 스키장으로 가지고 가자 했다.
겨울날씨치고는 포근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볼이 발갛다.
작은녀석은 처음 타보는 스키에 푹 빠져 오줌 마려운 것도 참고 타다가 바지에 오줌을 싼 상태였다.
그 상태로 타다가는 바지가 얼 텐데 아이는 스키 그만 타라고 할까봐 괜찮다고 우긴다.
객실로 데리고 가 여벌옷으로 갈아입혔다.
아이들이 다시 노는 동안 시판되고 있는 찹쌀호떡믹스를 반죽하여 호떡을 구웠다.
호떡 굽는 동안 동생은 늘어지게 잤다.
뿌시시 일어난 동생이 호떡을 보더니 아이들보다 더 좋아라 하면서 두개나 먹어치운다.
나머지 여덟개를 두개씩 먹이면 되겠거니 했는데 큰녀석이 세개 먹는 바람에 작은 애들은 한개반씩 먹었단다.
우리집 작은녀석은 아빠를 닮아 겁이 없다.
스키교습도 안 받고 형과 누나가 가르쳐 준 게 전부인데 리프트를 타겠다고 하도 조르기에 리프트이용권을 끊어줬다.
그 바람에 곤돌라 타던 큰 애들이 그 애 보호차원에서 리프트를 함께 타게 되었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4시 반까지 타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애들이 돌아올 무렵 만들어둔 떡볶이로 점심을 대신하고 애들은 게임방으로 보냈다.
큰애 둘에게는 우리 작은녀석 잘 돌봐준 상인 셈이다.
8시에 아이들을 데려와 저녁식사로 고추장제육불고기를 생배추에 싸서 먹였다.
하루 더 자고 아침에 출발해도 되지만 또 스키를 타겠다고 아이들이 조를 게 뻔하므로 밤에 출발하기로 했다.
짐을 챙기다 보니 먹으려고 가져간 걸 반도 못 먹었다. 도로 아이스박스에 담는 걸 본 동생이
\"다음부터는 언니네 기준으로 먹을 거 챙겨오지 말고 그냥 보통사람 기준으로 챙겨 와. 잡채랑 돈가스랑 라면이 그대로 있네.
어디 가서 이박쯤 더 하고 돌아가도 되겠다. 언니 가게 또 제끼고 강릉쪽으로 갈래?\"
\"내가 다치지만 않았어도 그러고 싶다만 이번에는 그냥 철수하자.\"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겨울연가 촬영장소로 가서 카페 구경도 하고 마차에 타고 사진도 찍고...
뒷자리에 않은 아이들의 재재거림이 멈추고 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휴게소에 들러 주유까지 하고 왔어도 2시간 10분만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애들아빠도 난폭운전으로 유명한데 동생도 한가락 했다.
옆에 앉은 난 오금이 저려 혼났다.
속도감시카메라가 보이는 곳마다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왔음에 감사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스키탄 것처럼 쑤시고 배도 땡긴다.
그래도 이틀간 비워놓은 가게라 버릴 것도 많고 음식도 다 새로 해야 했으므로 밤 아홉시까지 많이 바빴다.
지금 상태는 머리를 숙이면 좀 아프다.
제부에게 전화하니 며칠 지켜보다 후유증이 심해지면 약을 지어보내겠단다.
제발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