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20 아들을 내치고…
이태리에서 돌아와 가게를 한바퀴 돌아본 딸은,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바꾸자고 한다.
한 이불을 덮고 살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남편과 나 사이에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어서일까, 아들과 딸은 신기하리만큼 다르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낡은 도덕교과서가 딸을 보고있으면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다.
비록 아들이 한계를 느끼고 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긴 했지만, 다시 태어나도 아들이 딸을 이해하고 딸이 아들을 이해하는 일이 있을까…
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사는 일이 우리에겐 그저 이루지 못할 가슴 아픈 꿈일 뿐이다.
오자마자 딸은 인터넷을 통해 중고 스피커와 씨디플레이어를 샀다.
레스토랑에는 음악이 있어야 하고 그 음악이 레스토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기도 하는 거란다.
아들이 사다놓은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은 딸이 생각하는 레스토랑 음악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치인 나는 음악이 있어도 없어도 구분도 못하지만 볼륨을 높인 딸이 선택한 음악이 흐르는 식당은 뭔가 모르지만 생기가 흐른다.
식당에 오는 손님 중에 음악이 좋다, 무슨 음악이냐…를 묻는 사람이 생겼다.
한 사람, 두 사람…음악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
컨츄리 뮤직을 하는 사람은 테네시의 네시빌로, 락뮤직을 하는 사람은 이곳 오스틴으로 모인다더니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이리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아들은 딸이 선택한 음악이 못마땅하다.
볼륨을 줄이란다.
아들은 단순히 음악의 볼륨을 줄이라고 했지만, 나는 드디어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에 불이 붙었구나… 하고 느낀다.
날 닮아 느긋한 줄 알았던 녀석이, 스트레스가 심해서였을까…도화선 길이가 제 아빠처럼 짧아졌다.
볼륨을 줄일 시간도 주지 않고 폭팔해버렸다.
달래보려는 내 노력은 부채질에 불과하고, 폭팔하고 불 타는 아들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는데, 한바탕 소란을 피우다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딸도 폭탄인데… 같이 있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앞 일이 아득하여 가슴이 답답하다.
식당이 살아날까 말까는 깜깜한 어둠인데, 아들과 딸이 싸우게 될 것은 불보듯 훤하다.
둘이 부딪치지 않게 하려면 하나를 보내는 수 밖에 없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울증으로 자꾸 죽고싶은 생각이 난다는 아들이다.
하지만 어미가, 어미가 되어 죽고 싶다는 아들은 내치는 일이 쉬울 수가 없다.
간난아기 때부터 항상 웃고 다녀 헤~보라는 별명이 붙었던 아들, 엄마가 하고 싶은 식당 일을 돕기 위해 학교를 중단하고 앞장 서 식당을 만들어 준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