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1.
2008년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은 아빠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나갔다
방학도 했으니 며칠 있다가 온다고 한다
딱 1년 전 오늘....
이혼신청 하러 법원에 간 날이다
그러니까 오늘이 이혼 1주년 기념일이다
그날도 흐리고 매섭게 추운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내색 않고
태연히 tv 제야종소리를 들으며
새해계획을 세웠었다
오늘 인생의 한 획을 그었구나 거창하게 평가했다
폭력이든 외도이든 경제적 뒷받침이 되면 견디어낸다고 한다
경제적 지배는 정신적 예속을 가져온다고 한다
나도 만약 남편이 경제적으로 문제 없었으면
의처증을 견디어 냈을까 자문해 보았다
솔직히 미움의 강도는 낮춰 졌을거 같다
그래서 치료에 노력하는 기간이 연장은 되었겠지만
종착역은 마찬가지 였을거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에 대한 의무를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흔적을 보이면
상황은 변하지 않겠지만 마음은 누그러질꺼 같다
주인공끼리 이혼 기념일에 만나 식사라도 하면서 평가회를 해 볼까
복분자와 오징어 안주를 놓고 자축했다
홍등가 조명을 맞추고 클래식 음악도 틀었다
오징어를 씹으며 머릿속에서 남편을 씹다가 티비를 켜니
ebs <the english patient> 1996년 영화를 보여준다
이태리 수도원 ,이집트 사하라사막,
볼거리도 있지만 잔잔함이 아줌마들이 좋아할 영화다
내용은 진부할 수도 있고 불륜을 미화시킨 것도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몰두했다
두시가 다 되어 영화는 끝났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아파트 불이 대부분 꺼져있다
이혼 기념일이라 그런지 잠들기 아까운 밤이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