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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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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BY 바늘 2008-12-29

아컴의 인연으로 알게 된 삶의 지표 같은  언니 한 분이 계십니다

지난주 송년 모임에서 만나 뵙게 되었는데 제게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이해이고 자비라는 ...

 

그간 아컴 에세이방의 어수선 날들을 멀리서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을

언니에게서 선물로 받아든 책 한 권은 제게 부족하고 모자랐던

부분에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에세이방 고운 님들!

 

문 열고 삐죽 들어와 달밤에 정든 시골  편안한 내 집 같은 에세이방에

이미 몇몇 분들은 메일로 읽어 보셨을 최근 써 놓은 글 이렇게 올려

놓고 갑니다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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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로 보내 드렸던 바늘 이의 에세이

 

 

진동으로 놓아두었던 휴대폰이 울린다.

누구에게서 걸려온 것인지 발신자 이름이 순간 눈에 들어 오는데 나도 모르게 잠시 주춤거렸다.

 

받아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그래 한해의 끝 자락이라 안부 차 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나 보다.

 

여보세요~

 

아~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지?

 

한때는서로 바빠도  통화도 자주 하고 만나서 밥도 함께 먹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도 많았던 그녀와 나!

 

세월은 무심으로 흘러 그렇게 살갑던 그녀와 나 어느 순간 세 번 그러다 두 번 나중에는 한 번으로 통화량도 줄어들고 줄어든 대화만큼 만남도 서먹하고 그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훌쩍 세 번이나 넘기고 한해의 끝 자락에서 조금은 어설프게 그간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두어 살 위로 큰 딸아이는 대학을 졸업하여 은행에

근무를 하고 있고 작은아들은 우리 집 아들과 고등학교 동창이니 아직 대학

졸업 전인데

 

그녀와 나의 인연은 아들아이 고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하면서 같은 

학급에 1학기 2학기 반장 학부형으로 만나  학급에 비품 준비라던가

행사에 간식 준비 때 서로얼굴을 익히고

 

그 후로 서로 비슷한 연배여서 아이들 학업 이야기뿐만이 아니고 가정사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당시 그녀를 알게 되어 얼마나

 신이나고 행복했던지...

 

그녀의 남편은  세무 공무원으로 오랜 세월 공직에 있다가 명퇴를 하였고 

당시 수원에 세무사를 오픈 하였었다.

 

우리 집 애들 아빠 역시  남 부러울것 없던 증권사의 지점장이었기에

그녀와 나는 여유롭게 좋은 곳에 가서 식사도 하고 여행도다니고 운전

솜씨가 능수능란하던 그녀의 기동성으로  경치 좋은 호숫가 라이브

카페에도 종종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무대에서 기쁨만 즐거움만 계속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행복에 겨운 날들은 그저 영화처럼 소설처럼 너무도 쉽게 지나 버리고

그녀와 나  사십 대를 넘어 이제 오십 대 초반에서

 

둘 다 모두 가장이 되어 인생의 굽이진 언덕길을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퇴직 후 개업했던 세무사 사무실이 경영에 고비를 맞아 회복

불가능에 놓이자 괴로움을 술로 달래다 그만 먼 길 홀로 소풍 떠나 버렸고

 

나 역시 애들 아빠가 맡은 지점에 무리한 영업 실적 관리로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도 경매에 나가고 퇴직금은 물론이고 20년

알뜰살뜰 모았던 저축금까지 모두...

 

그러 저러한 사연으로

 

그녀도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세상 속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 왔는데

 

그녀가 남편과 사별을 한지 얼마 안되어 내게 연락이 왔었다

 

산본에 커다란 DVD영화관을 오픈한다는 것이다.

 

퇴근길 직장에 함께 근무하는 후배와 동행으로 개업한다는

영화관을 방문해 보니

그녀의 곁에는 경제적으로나 풍기는 인상으로 보나

무엇하나 빠질 것 없어 뵈는 남자분이 함께...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는데  먼저 세상 떠나버린 그녀의

남편보다 오히려 더 어울림이 좋아 보였다.

 

 그 후로 그녀는 새로 만난 남자분의  사업장에 자주 들러 관리를 하고

그만큼 우리 둘의 만남도 점차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부터는 아예 

연락마저 두절이 되었었다

 

삼 년이란 세월 동안 가끔 그녀의 발신 번호가 내 휴대 전화에 부재중 통화로

찍히기도  하였지만 나는 그저 좋은 분을 만나 잘 살겠지~

 

그런 그녀와 나!

 

한해의 끝 자락에서 어제 서로 통화가 연결되어지고  그간 간직했던

지난날의 추억의 불씨가 아직 남아서인지 반가운 해후를 하게 되었다.

 

얼굴은  세월의  흘러간 흔적이 남아 이제 나이가 들어 보여도

여전히 아름다운 중년의 미모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와~~ 정말 오랜만이야~

 

그녀도 나도 너무 반가워 손을 부여잡고 눈가에는 그러렁 이슬까지 ..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재혼했지?

 

그때 그분과 재혼해서 너무도 행복할 것 같은데~ 

 

맞지  맞는 거지?

 

그래서 연락도 뜸했던 거고 나도 그렬려니 하고 지냈어~

 

 행복한 거지?

 

그녀가 잠시 침묵으로 있다 대답을 한다.

 

.

.

.

.

.

죽었어 그 사람~

 

뭐라고?

 

죽었다고?

 

휴~~~

 

그렇게 좋아 뵈던 분이 유학 가 있는 두 딸들 보러 미국에갔다가 그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단다. 

 

아~~~ 인생이란~

 

정말 묻고 싶다 

 

그녀와 나의 인생 무대의 종결은 과연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가?

 

그녀도 나도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는데 .... 

 

이건 아니잖아~~

 

분명히 아니야~~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