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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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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4)


BY 菁 2008-12-15

가을이 왔음에도 선은 들어 오지 않았다.

9월이 갔다.

10월 중순에 이르자, 주변 사람들은 말 했다.

겨울이 되면, 드디어 동값( 사실은, 똥값 )이 되는 거라고. 

가여워 하는건지, 쌤통이다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걱정을 많이많이 해 주었다.

고마워라!  고마워 죽겠어라!

사람보다 귀한게 없다면서, 금값,은값,동값과 비교 하다니...  답답해라!

 

선은, 이제 지치게 봤으니, 보란듯이 화려한 연애를 해 봐야 겠는데... 

아무도 나랑 연애 할 생각을 안 한다.  

하다못해,  늘상 마주치는 못 생긴 \' 미스터 황 \' 마저도, 나를 안 봐 주더라.

제가 뭐라고!  

 감히,  열일곱번 이상의 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결혼 하고픈 여자 1위로 꼽힌,

나를...  안 봐?!  제가 뭐라고!

\' 미스터 황 \' 만 보면, 괜스레 짜증이 솟구쳐서, 쌀쌀하게 대헀더니,

어느날, 맞아 죽고 싶은지, 내가 노처녀 히스테리 증세를 보인다나?!

참고, 또 참았다.   화, 안 내려고 무진장 참았다. 

내, 주먹이 정말 울었다.   남들은, 그걸 손에 땀을 쥔다고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건... 여자의 주먹이 우는 것이다.

 

어느날, \' 미스터 황 \'의 애인을 보고, 가을의 고독에 빠져서, 몇일간 헤어나지 못했었다.

왜냐면, \' 미스터 황 \' 보다 못 생긴 여인였다.

그러나, 그녀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낭낭하게 울리는 풍경소리 같았다.

통통한 손을 아롱아롱 흔들며, 말을 하는데... 귀여운 코알라 같았다.

그러니까...  왠지, 음지에 버려진 기분였다.

난, 죽어도 연애는 못 할거라는 예감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연애결혼을 성사 시킬 인물이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몇일간, 가을이 미치게 고독했다.

나의 목소리는, 흔드렁 거리며 굴러 다니는, 찌그러진 양은그릇 같은데...  말이다.

나는, 손은 전혀 안 움직이고,

목을 딱딱 좌우로 꺽고, 앞머리를 푸푸 불어 올리는, 레슬링 선수 같은데...말이다.

땅땅하고, 펑펑하고, 자그마한 여인이 까르르 웃으며,

\' 미스터 황 \'의 가슴에 불을 쿠악 지피는, 모습에 기가 파라락 죽은 것이다.

 

그런, 고독한 가을이라 그랬는지... 과거에 연연 했다.

뒤돌아 보며, 관계를 정리 해 봤다.

처음엔, 이웃 아주머니들이나,  엄마의 친구들이 선을 주선 했었다.

특징은, 자신들과 그닥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소개 한다.

인물이 훌륭하고, 메너가 좋고, 집안이 좋은 사람을 소개 한다.

왜냐면, 친구라는 관계에 탈이 생길까봐... 그런가?  그런 것 같다.

 

다음엔, 친척들이 선이나 보라고 했다.

특징은, 직업과 생활력이 꽤 좋은 사람들을 소개 한다.  

인물은 안 따진다.   집안은 비슷하면 되는게 진리다.  

바로, 다음달이라도 결혼 할 준비가 된 사람들을 소개 한다. 

왜냐면, 혈연이라는 관계에 탈이 생길까봐... 그럴걸?  그럴 것이다.

 

그 다음엔, 엄마의,친구의, 계원의, 동생이나, 언니가,  얼른 해 치우자는 작전으로 사람을 소개 한다.

직업도, 집안도, 인물도, 기타등등도, 일단 만나서 당사자 간에 해결 하라고 한다.

남과 여는, 싫든, 좋든, 주변에서 이미 결혼식을 치뤄내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생연분이라고 우겨 준다. 

그럼, 남과 여는, 서너번을 정신없이 만나면서, 결혼 해야 하나?  싶다가,

주변에서 안심하고 돌아서면, 정신을 바싹 차리고,  없었던 일로 하자면서, 반전을 만들어 낸다.

왜냐면, 악연이라는 관계와 연결 될까봐... 그랬다.

 

고독에 잠겨서,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집에 자주 놀러 오는 친군데... 엄마가 좋아 한다.

싹싹하고, 상냥하고, 잘 웃는다나?   내, 보긴엔 아줌마같은 친구였다.

친구가 남자 좀 만나 보란다.   

이상하게 \" 남자라도 좀 만나라! \"  이렇게, 들렸다.

 

그러니까...

마지막엔, 친구들이 소개 한다.

문제는, 자기도 별 수 없으면서... 

인물은, 눈높이를 맞춰서 인지,  든든함 보다는, 얄상함이 풍기는 사람을 소개 한다.

직업은, 주로 프리하게 자기사업을 한다는데... 어른들은, 싫어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결혼을 하자는 건지? 말 자는 건지?  나처럼, 심심해서 나와 본게 분명한 사람들.

집안은, 좋은데 다 귀찮고, 뭐니뭐니 해도,  평생 애인같은 여자 만나서, 잘 살고픈 사람들.

혹은, 동생같은......

그런, 남자들을 소개 한다.

그닥 오래 만날 필요를 느끼진 못 한다.

왜냐면,  인연이라는 관계와 연결될까봐.  그랬지...뭐.

 

친구의 소개로 남자를 만났다.

동생같은 남자가 웃는 것도 수줍어서, 헤매더라.

하얀 손가락은, 핸들이나 돌릴 힘이 있을까?  싶은 지경였고,

살랑살랑 퍼머를 한 앞머리는,  내 머리카락보다 예쁘더라.

저런저런...  레스토랑 불빛에 반짝이는 입술 좀 보시라!

립크로쥬 발랐구나?!   그것도, 딸기맛에 연핑크색으로!

구두 좀 봐라?!  거의 빨강빛에 가까운 갈색이더라.

 

\' 내, 이럴 줄 알았지!   완전, 제 스타일을... 친구도 아냐!  나쁜녀어언!  \' 

차라리, 고독이나 즐길 걸 싶은... 쌀쌀한  순간였다.

 

내가 묻고, 남자가 대답하는 식였다.

레스토랑을 나오니, 11월의 쌀쌀한 가을바람이 참으로 추웠다.

남자는, 영화를 보자고 했지만,  내가 영화 보게 생겼어? 

여린 남자에게 영화는 안 좋아 한다고 하니, 당황을 하더라.

난, 괜스레 미안해져서...  이렇게 말 했다.

 

\" 집이 어디예요?  바래다 주께요.  가죠?!  차 있어요?  \"

남자는, 작은 얼굴이 일그러질만큼 웃었다.

남자의 집은, 도시의 한복판에 위치 한다고 했다.

그럼 잘 됐다고, 걸어서 바래다 줄테니,

집에 가서 긴장 풀라는 설명까지 해대며, 씩씩하게 걸어서,남자아이를 대려다 줬다.

걷는 중에, 사람들과 부딪치곤 했는데, 남자아이는 경호원처럼 막으려 했다.

 

\" 나, 그런 거 제일 싫어 해요.  그냥 가지요? \"  라고, 말했다.

난, 정말 남자가 지나친 메너를 보이면, 짜증이 났었다.  귀찮음이랄까? 

 

남자는, 저기 보이는 대문이 자신의 집이라고 했다.

그러냐고?  잘 들어가서, 따뜻한 우유 마시고 자라고 했다.

남자는, 피시식 웃었다.

그러더니, 나를 바래다 준다나?

아! 됐다고 했다.  지금 바로 택시를 탈터이니, 걱정도 말라고 했다.

그러는 동안, 전혀 웃질 않았던 나.

 

집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잠이라도 자야지 싶어서 잤다.

자는데, 전화기가 볼에 부딪혔다.  전화 받으란다.

그 남자였다.   내일 영화 보자고...

미친다!  우유까지 먹으라고 했건만.

자다 깨서, 정신이 없으니, 다음에 통화 하자고 했다.

전화를 끊자 마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  야!  너, 재주 좋다?   그 남자가 너무너무 고맙단다!

   아주 뾰옹 갔다네?!  그 남자 너무 샤프 하잖냐? 

   외아들이라서 그런지... 귀티가 좔좔 흐르지?  \"  호들갑은...  나쁘녀어언.

 

\"  샤프는 무슨...  샤프심 아니고?  \"  시큰둥... 억울한녀어언.

그러니까...

외아들로 귀하게 자란 귀공자에게, 쏘머즈같은, 누나같은, 이상형의 여자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지, 웃지도 못하고,

마침 감기 걸린, 여린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우유까지 먹으라고... 한 거지?

 

미친다!

내가 뭘?

미친거 아냐?

11월은 쌀쌀하다 못해, 무서웠다.

왜냐면, 집착이라는 관계와 마주쳤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