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고 동창 부부모임이 있는 날이다
4년동안 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요즘 몸도 추스릴겸 쉬고 있는 나에겐
외출이라는 단어가 하늘을 날으는 것 처럼 신난다
외출을 한다는 생각에 일찍 눈이 떠졌다
거실에서 텔레비젼 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니
그이가 엎드려 잠을 자는 것 같다
어제 대구에 일이 있다고 장시간 운전을 하고 와서 힘들었을까
얼른 말을 타고 허리를 주물러 주었다
엎드려 있는 그이 뒷머리가 하얗다
순간 가엾고 측은한 느낌이 든다
실업자가 되어 가장으로서 신경을 쓰느라 힘든가보다
내가 얼른 몸을 추스려 일거리를 찾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나이는 먹어도 일 할 수 있다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수 있겠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뭐 그리 힘들까 혼자 생각을 했다.
조금 있으니 그이가 선배 형님이 사무실에 와 책상하나 놔준다고 해서
거기에 간다고 하며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
엊저녁 늦게 가래떡 먹어서 밥맛이 없다며 아침 밥을 안먹는다고 한다
그냥 가는것은 내맘이 허락지 않아서 얼른
냉장고에서 마를 꺼내 우유에 갈았다
세수를 하고 그이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 혼자 사는것도 아닌데 빗을 어디에다 두었냐고 한다 \"
순간 내 가슴은 방망이질을 한다
나 안만졌는데요 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있었다
저기 있네 했더니 그는 멋적은지 아무말 안한다
부엌에서 마즙과 물 한컵을 들고 그이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위에 놓으면서 이건 혈압약 먹으라고 물을 놔주었더니
먹었다고 부드럽게 말한다
나는 아무말없이 나왔다
가슴은 여전히 화로 양념되어가는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말하지 말자
왜 말 하면 그저 목소리 톤이 높아질까
난 그런 말투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혼한지 삼십여년이 지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난 우리엄마가 홀로 키우셨어도 도 레 미 에 미 이상에 음은
높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시고 키우셨다
늘 온유하고 잔잔한 목소리 그런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큰소리로 신경질과 화가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 그저 화가 난다
금방이라도 세상이 다 무너질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잘못된 것일까
내 성격이 이상한 것일까 맘속에 회오리 바람이 인다
그는 조금전 말이 미안했는지 부드럽게 인사를 한다
그래도 내 맘이 가라앉질 않는다.
속좁은 여자일까..
맘을 다듬고 손을 내밀었다
오늘 동창회비 좀 주세요... 지갑에 있는 돈을 다 꺼내 준다
자기는 나가다가 은행에서 찾아쓰면 된다고 말이다.
겉으로 말하지 않는 그이 맘을 읽어보았다
다녀와요..
맘이 풀린다
친구들 만나러 원주로 간다
찜질방도 가고 시골 풍경도 보러 간다
내 속좁은 마음을 시골 들녘에 다 놓고 와야겠다
나이를 먹어가며 어떠한 말투에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먹도록 해봐야겠다
아무리 해 봐야 남편에 마음을 따라 갈 수가 있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