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대학생이 된다.
돌아보면 꿈같은 이야기다.
처음 아이가 마음을 잡지 못하며 아파할 때는 그저 중학교나 졸업했으면,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자 고등학교나 졸업했으면 하는 맘이었다.
그러다가 올 여름방학 때 아이는 놀라운 변화를 했다.
공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렸던 내게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 힘은 자신의 꿈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반대를 하던 부모에게 드디어 허락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자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
내신은 형편없었고 그저 수능이나 기대해야 했다.
수시 2학기에 두 곳 대학에 지원했다.
한 곳은 떨어졌고 한 곳은 최저등급제가 있어서 어제 발표가 났다.
그곳은 또 멀리 떨어진 지방이다.
그곳을 지원할 때 나는 기도드렸다.
합격, 불합격에 대한 기도가 아니었다.
어떤 결과든 그 아이가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로 인도해 주세요.
아이는 합격했다.
그런데 묘하다.
아이가 내신보다 수능이 월등하게 잘 나왔다.
공부를 늦게라도 열심히 한 때문이리라.
그래서 내심 수시에 떨어졌으면 바랬던 마음이 있었다.
왜냐면 중2부터 지금껏 떨어져 지낸 데다 대학 4년 동안 또 떨어져 지내면 결혼해서 떨어져 살 것이고 우리는 너무 많은 아까운 시간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기에... 그리고 좀 더 나은 곳에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맘도 어느 정도 작용했기에...
그런데 덜컥 합격이 된 것이다.
처음에 나는 축하의 말을 못했다.
재수를 시킬까도 생각했다.
아이는 그것은 싫다면서 합격된 것이 좋다고 한다.
남편은 그 소식을 듣고 아주 흔쾌히 축하를 전한다. 그러나 마음 한켠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나보다 낫다.
셋째 형님께 상의를 드렸다.
나를 타박하신다.
기도 드렸다면서... 좋은 결과 주셨는데 그런 맘 가지면 안 되지. 주님께 맡긴다고 했으면 이젠 감사드려야지. 아이에겐 더 잘할 거라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라고 하신다.
그래, 맞다. 내가 또 욕심이 생긴 게다.
감사를 모르면 언제나 불행이다.
딸아이에게 가서 열심히 하라고 축하해 주었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격려해 주었다.
아이는 자면서도 웃는다.
그래서 예뻐서 뺨에 뽀뽀를 해 주었다.
아이가 실은 많이 고맙다.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