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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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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죄송합니다


BY 코스모스 2008-12-10

이십여년만에 새로 장만한 딸집에 오셔서 흐뭇해 하시며 여기 저기 들러보던 당신이

아이들이 보던 앨범을 당겨서 넘겨보실때도 저는 몰랐습니다

한참뒤 돌아가시면서 너한테는 있을줄 알았는데 엄마 사진이 안보인다시길래 다른앨범에 있다고 대꾸하면서

그냥지나쳤습니다

북적대던 형제들과 당신이 함께 떠나고 남겨진 흔적들을 정리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혼자가 된 시간에서야

아버지가 엄마가 그리웠을거라는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벌써이십오년전에 세상을 떠나신엄마 너무 젊은 나이에  쓰러져 가시는 날까지 일년여를 그저 숨만 쉬고 계셨던

엄마만이 가슴아파서 남겨진 아버지는 헤라리지 못했습니다

가끔 찾아가는 엄마 무덤 가에 버려진 소주 병을 보면서 어떤마음으로 엄마를 찾았을지 순간 가슴이 아팠지만 또 그때뿐이었죠

홀로 보낸 몇년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가 재혼을 하실때도 전 반대를 하는 못된 딸이었습니다

혼자 사시기에는 너무 젊으셨던 아버지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어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도 그냥 참아내던 착한당신

엄마 떠나신후 한번도 웃는걸보지못했던 당신이 새로운 분과의 생활이후 다시 웃음을 되찾는걸보면서

아버지의 인생만 생각하고 잘해드리라고 동생들에겐 당부하면서도 정작 저 자신은 그러질 못했어요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추석 친정에 들렀다가 오랬만에 뵌 아버지  

약주에취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당신이 어렵게 꺼내신     

 네 엄마를 생각하며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전 이제 그만     

아버지를 이해해 드리자고 생각했죠 

나만 세월이 흘러도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엄마를 가슴에 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도 이십여년을 품속에서 엄마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걸 그제야 안겁니다

아버지 당신이 홀로남겨지셨던 그때만큼의 세월을 살아내고서야  당신의 아픔을 헤아리는 철없는 딸 용서해 주세요

생각만 해도 목이아파와 금기시했던 엄마와의 추억도 이제 꺼내볼수 있을것 같으니 다음에 만나면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싶네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엄마몫까지 곁에 있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