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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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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 속 불행에도


BY 바다새 2008-12-09

 

 

운전하는 중에 습관처럼 즐겨듣는 라디오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악조건인 상황 속에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웃돕기 코너가 있기도 합니다.

며칠 전 그날도 어김없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낯익은 음성을 듣고 있었지요.

두 진행자의 구성진 음성에 늘 맘이 편하다 느끼곤 했었습니다.


사연인즉, 올해 서른 한 살의 청년이며 희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병에 걸릴 확률은 겨우 1퍼센트였습니다. 

한마디로 억세게 재수 없는 사나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고, 그 분 역시 중병을 앓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근근이 생활비를 벌며 어머니의 병원비까지 보태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청년의 음성은 잔잔했고 참으로 침착하였습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모든 생을 포기한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진행자는 말하기를, 내공이 쌓였거나 달관한 자세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깊은 속내가 가속페달을 밟는 제 귓전과 명치께로 꽂혀왔습니다.

이내 그 말들은 한 줄기 쫀득한 울먹거림으로 뭉쳐져 비상주차를 하게 했지요.


수차례 이어지는 항암치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병이 완치될 정도로 호전되어 퇴원을 하게 되었고, 청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자신의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자 했답니다.

허나 청년의 소박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퇴원 일주일 만에 병이 더 악화되어 치료 이전상황보다 어려운 지경이 된 것입니다.

미처 발견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다른 곳으로 감염이 되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한 상황임에도 그 청년은 차분한 음성으로 다음의 말을 이어갑니다.

“내게 이런 환경이 있어진 것은, 분명히 절대자가 뭔가 깨닫게 할 의미가 있어서 그럴 겁니다. 나는 그것을 알아가며 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의 일들이 곧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될 날이 꼭 올 것입니다.”


순간 부끄러운 설움 한 덩이를 누가 볼세라 고개 숙이고 눈물 속에 버무려 쏟아냈습니다. 

불혹 갓 넘긴 내 삶이,

세상 고통 전부 짊어지고 가는 듯 우거지상 했던 내 꼴이,

어찌나 한심한 볼기짝인지요.

곤장 천대를 맞아도 정신 못 차릴 거라 스스로 중얼댔습니다.

지구상 누구나 겪는 백 퍼센트 확률 모래알만큼 분량의 고난임에도 태산을 끌어안은 듯 한숨짓고 주저앉은 일들이 허다했습니다. 

단 일 퍼센트의 좁다란 확률 속에 묶인 청년도 그 토록 아름다운 의미를 찾고 있건만.


그저 감사할일입니다.

다른 이의 불행을 알게 되어서라기보다,

그가 겪는 억세게 재수 옴 붙은 삶이 내 현실 아니라는 이유보다,

우리네 살아짐이 거저된 것이 아닌 의미 있음에 감사할 다름입니다.


깜박이던 비상등을 거두며 다시 일차선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어느새 프로그램은 끝나고 국산돼지고기 애용하라는 광고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저녁식탁엔 오랜만에 아이들 좋아하는 고추장불고기라도 올려야겠습니다.

특수치료 받느라 땀 흘리는 아들의 볼이 미어지도록 지글대고 볶아놓겠습니다.

세상 어느 마을쯤에도 나와 같은 무게의 짐을 지고 의미 찾아가는 이들이 분명히 있겠지요?

                                                        2008년 12월7일에.

 

 

근 삼년쯤.....눈팅만 하다가 인사드립니다.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곳은 따뜻하고 인연깊은 공간입니다.

옛정이 그리워 덜컥 들이댑니다^^

아컴가족들........잘 지내시지요?

아줌마의 지혜와 힘이 필요한 요즘이라는걸 자주 느낍니다.

모두.......힘내자구요~!!!   빠샤~!!!!!

 

바다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