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학교 운동장 놀이기구중에
지구본처럼 생긴 일명
뺑뺑이라고 불리우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수많은 아이들이
그 놀이기구에 엉켜 빠른속도로 뱅글뱅글 돌리면서
소리지르고 노는 그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참 재밌어보였다.
겁도 많고 어지러움증에 유독 약한 난.
그 놀이기구를 아이들과 엉겨타고 싶어도 놀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놀이기구에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혼자서 도둑고양이처럼
그 놀이기구를 양팔로 붙잡고 천천히 돌리며
잠시나마 짧은 스릴을 즐기고 있는 순간..
어느틈엔가 같은반 개구쟁이 녀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와
나 혼자 타고 있던 뺑뺑이를
마구마구 돌리기시작하는데...
정말 눈앞이 아무 것도 안보였다.
그저 나의 비명을 엄살로만 알았던 녀석은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돌리고..돌리고..돌리는데..
그러다 결국.. 난..
부웅~~~
허공을 날라 한여름 아스팔트에 껌딱지 붙은거마냥
운동장 모래바닥에 큰대자로 철퍼덕 엎어져
귀신처럼 턱밑에 피를 질질 흘린채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으니.... ㅡ,ㅡ^
그때 다친 영광의 흉터가 아직까지도 턱밑에 존재하고 있다..
그 이후 노사연의 돌고 돌아~라는 노래도 싫을정도로
빙글빙글 도는건 아예 타지도..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운명의 순간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카더니만..
작년에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한국무용.
난 그곳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많은 노력과 열정을 아끼지않고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금 역시도 보내고 있다..
중학교때 무용과목이 있었다.
발레 기초동작을 가르치던 무용선생님께서
내게 무용을 적극 추천하시길래
난 미래의 예쁜 발레리라를 떠올리며
쪼르르 엄마에게 냅다 달려가
무용 가르쳐 달라고 졸랐더니
울엄니 나를 완전 삼류소설의 여주인공 맹글드라..흑..--;;;
어쨌든 그때 못한 그 무용을
뒤늦게 한국무용을 만나
그 한을 이제야 푸나 싶더니만
뜻하지 않은 곳에 역경을 만나는데
그건 바로 빙글빙글 돌아야하는 동작이었던 것이다.
살풀이,장구춤,한량무,
새타령,창부타령.
입춤.동래교방,
어느덧 7작품을 배우고
지금은 진도북춤을 배우고 있는데...
그 많은 작품을 배우면서 내게 크게 와닿는 숙제 하나는
빙글빙글 도는 동작이 그 어느춤이건 꼭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어지러움 때문에 도는 동작들을
따라하기가 내게 너무 힘이 들었다.
한바퀴 돌면 흠칫!
두바퀴 돌면 멍@~때린다.. **:
어쩜좋아. ...ㅜㅜ
선생님께서도 우리가 전문무용수가 아니니
원작에 있는 회전수보다 줄여서 가르치건만
유난히 도는 거에 약한 난..
그 순간만큼은 난코스가 아닐수 없다.
어릴때부터 뺑글뺑글 돌다 다친
쓰라린 과거?를 갖고 있는 나인데.. .
그나마 수업시간에 도는건 나름
꾀부리다가 다음 동작 따라가면 되지만 ..
바로 문제는 공연이다.
6개월여 배운 장구춤으로
공연무대 계획이 세군데가 잡혔다.
장구를 어깨에 메고 아주 빠르게 세바퀴를
뱅글뱅글 돌아야하는데 ..진짜 죽을 지경이다.
“어흑~ 샘님 두바퀴로 줄여주면 안돼겠남요?
..저 어지러워서 세바퀴는 더 이상 못돌겠떠여~”
선생님은 나의 하소연에도 아랑곳않고
마치 베토벤바이러스에 강마에처럼
“안되는게 어딨어! 원래는 다섯바퀴였다구.
연습하면 다 돌수 있다니깐! 얼른 다시 돌아봐!“
에효효..-,-;;
남들 빙글빙글 돌때
난 비잉글~ 비잉글~~
간신히 세바퀴 돌고나면
술한잔 먹은사람처럼 정신이 몽롱~@@;;
남들은 세바퀴 재빠르게 돌아
제자리 쌩긋 찾고 서있는데
난 아직도 두바퀴째를 열라 눈돌아가게 돌고 있으니..
흠마...나 ..아직도 ...돌고 있니...흑..
“비아야! 그렇게 눈을 아래로 보고 도니깐 어지럽지!
도는 방향을 보면서 돌으라고!! 자 다시 돌아봐~!“
와~나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러던 어느날..
10월의 가을햇빛 화사하게 내려쬐는
그 넓디 넓은 공연무대에서
빨간장구를 메고 팽글팽글 잘 돌아가는
여인네가 서 있었으니
하하하..
그게 바로 십수년전 뺑뺑이타다가
아스팔트에 껌딱지처럼붙어 기절하고 쓰러져있던
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역시 강마에 같은 지도자는 세상에 존재해야만 한다.
나 같은 사람을 이리 돌게 하였으니...
그려..
역시 안되는건 없었다.
해야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 하게 되는구나...
그런 내 자신을 보면서
몸도 돌고 마음도 돌고.
한곳에 필 꽂히면 이리 미치는 나 .
내가 마치 요즘 유행곡인 미쳤어 라는
노래속의 주인공인양
가끔 혼자 그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내가 미쳤어~~
미쳤어~~내가 미쳤어~~~^^
내가 돌았어~~
돌았어~~
세번 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