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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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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의 씁쓸한 광경.


BY 수련 2008-11-30

어제는 비가 내리고 나자 갑자기 쌀쌀해져서 하루종일

꼼짝않고 있다가 저녁나절에 마트에 가려고 옷을 두툼하게 입고

집을 나서면서 남편더러 같이 나가자고 방문을 열었다.

방에서 웅크리고 누워있는 남편은 손을 내 젓는다.

 

담배피우러 대문밖을 들락거리더니 \"어이구!\" 하며 춥단다.

하긴 추울때 밖에 나가면 혈압이 오를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지.

 

장갑을 껴지 않아 주머니에 손을 깊숙히 집어넣고 머플러로 입까지

막고 마트로 걸어가니 씽씽부는 바람에 눈알까지 시렸다.

그래도 마음은 시원했다.

머플러를 살짝 내려 찬공기를 들이 마시니

폐부 깊숙히 바깥공기가 들어가 움추린 온 몸의 세포에 오소소 소름이 돋게 만들며

게으른 나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장볼 꺼리를 대충 머리속으로 정리했다.

메모지에 적지않으면 꼭 한 두가지는 빼먹는데 오늘은 매운탕을 끓일 생태와

미나리, 두부,우유만 사면된다.

그 마저도 빼 먹을까봐 계속 주문을 외듯이 해야하니 이제 머리도 슬슬 녹이 슬기시작하나보다.

 

지하층으로 내려섰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북적되어 요란스럽다.

생선코너쪽으로 가는데 그 옆의 정육코너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무슨일이지? 시식코너인가? 출출한데 나도 ..

 

웬걸, 시식은 없고 쇠고기를 파는데 줄이 이어져있고 저~쪽에 이웃의 아는 엄마도 눈에 띈다.

쇠고기 싸게 파나요?

아뇨. 미국산 쇠고기를 오늘부터 판매한대요.

예? 아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저 젊은 엄마는 초등학생인 딸과 시청앞광장에 가서 시위에도 직접 참여했다면서

사람들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글썽였다고

하지않았던가.

 

그런데, 이건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러고 보니 아침에 신문기사를 보면서 쓴웃음을 짓던일이 생각난다.

전국 대형 마트 매장에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팔기 시작했는데

그 앞에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참 이율배반적이다.

 

그 젊은 엄마는 민망한지 지나치는 나에게 한마디했다.

저. 맛이 어떤지 한번 볼려고요.호호

아, 예....

 

정치에 관해 안다고 해봤자 매스컴을 통해 코끼리 뒷다리정도만 아는 주부지만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면서 두 달 가까이 촛불시위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그만 좀 하지 싶었다.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들어 잘안다.

정부에서도 광우병이 우려되는  30개월 이상 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지 못하게

해야한다. 그러나 이미  FTA협정에 가입하여 어쩔수 없는 상황이어서

쇠고기수입을 해야한다고 했다.시위 후에 30개월 미만의

소를 도축한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마저도 못믿는다고 얼마나 아우성을 쳤나.

 

그러나 내 나라 물건을 팔기위해서는 다른 나라 물건도 사주어야 한다.

그것이 상거래의 이치다.

내 물건은 팔면서 남의 것은 안사겠다는것은 어부성설이다.

수입물건을 하나라도 안쓰는 가정이 없을정도로 이미 우리나라에도 세계의 경제흐름에

다 같이 동참하고 있는것이다.

백화점의 가판대에 있는 싼옷을 잘 샀다고 쾌재를 부르며

집에와서 뒤집어 보면 made in china 다. 어디 옷 뿐인가.

집안의 물건들을 살펴보면  등바구니,이쑤시개, 인형, 장식용 꽃. 슬리퍼, 화분.....

심지어 타올까지도 made in vietnam 이어서

나도 놀랄때가 많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못 믿으면

우리나라 가정의 주부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사먹지 않으면 된다.

계속 팔리지않으면 수입업자도 수지타산이 맞지않으니 종내는 쇠고기를 계속 수입을 하지 못할것이다.

 

마트 매장안의 유기농 농산물 가격이 일반 채소보다 배나 비싸다.

유기농이 좋은 줄 알지만 서민의 주머니는 얇아  엄두도 못낸다.

 농약이 묻어있어도 깨끗이 씻어 먹으면  되니까 일반 매장의 싼 채소나, 과일을 사게 된다.

물론, 미국쇠고기가 국산 한우보다 싸다니 어려운 살림에 사 먹을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수입하여 시판되자마자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은 내 개인적으로는 볼썽사납다.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수입쇠고기를 먹지않았나?

 결코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LA 갈비도 수없이 사먹었다. 싸니까....

\'LA\'라는 이니셜이 미국산 쇠고기인줄 알고 여태껏 먹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호주산이란다)

 

손님들이 오는 날이면 LA갈비를 재어 생색을 냈었고, 제사때도 비싼 한우는

국거리용으로만 사고,동그랑땡이나 산적은 수입쇠고기를 사서 했다.

시위가 있기전에는 한때 마트에서 팔았던 미국산 쇠고기도 두어번 사 먹었다.

지금도 마트에 가면 재어놓은 수입 불고기를 잘 사서 구워 먹는다.

 

 

줄은 선 저 사람들도 주머니가 얇아서 값이 싼 미국산 쇠고기를 사려고 하겠지.

아니면 그 젊은 엄마 말처럼 맛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할것이고.

굳이 그 사람들을  흉볼 마음은 아니다. 촛불 시위를 안한 사람들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많던 춧불이 하늘거리는 광경이 채 사라지기전에 쇠고기를 수입해서 마트에 나오자 마자

장사진을 이루는 그 모습에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 뿐이다.

 

생태 한마리, 미나리, 두부를 사고 마트를 나섰다. 봉지를 팔에 끼우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가벼운 느낌에 아차! 하고 장바구니안을 들여다 보니 또 한 가지 빼먹었다.

우유.

 

이 건망증을 어찌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