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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BY 동해바다 2008-11-30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막이 역할을 충분히 해 줄것 같은 도심의 빌딩도 어쩌지 못하는 날쌘돌이 같은 
     바람이다.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다 먹고남은 생선가시마냥 앙상하게도 잎맥만 남아
     길 위를 뒹굴고 있다.
     스산한 거리에 초겨울의 기운이 몸속 깊이 파고든다.

     내일이면 아니 조금 후면 전역하는 아들녀석, 2년여의 특전사 복무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11월 30일 사회로의 복귀다.
     나이 들어감과 더불어 왠 시간이 이리도 빠른지 겉잡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을 전역 전야, 그 녀석에게 이 밤은 기대와 염려로 
     가득할 것이다.
     도피하듯 입대한 군복무기간, 나름 편안한 군생활로 마음도 안정이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차츰 일깨우고 있다는 편지를 시작으로 간간히 보내는 편지 
     안에 그 녀석의 속내를 알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일생일대의 전환기를 군 복무기간에 맞을 줄이야....

     전역 3개월을 앞두고 그 이는 다시는 못볼 세상으로 떠나 버렸고 스물 세살 나이에 
     한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책임을 부여받게 되었으니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제 아비의 장례를 치루고 복귀한 후 보내온 편지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그 녀석의 
     가슴절절함을 읽을수 있었다.
     드문드문 걸려오던 전화도 3일에 한번씩 염려섞인 안부를 물었고, 동생에게도 잔소리를 
     늘어놓은 오빠로 매김질하는 것 같았다. 
     여리면서도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녀석, 군 입대 전과 후 달라졌지만 달라진 것 
     같지 않은 사회로의 복귀가 그녀석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지 염려스럽다.  
     당장 함께 할 원룸생활의 불편함도, 제대로 뒷받침 해주지 못할것 같은 에미의 모자람도 
     모두 수용해야 할텐데 이 또한 염려스럽다.

     사회를 잘 알면서도 실 사회는 전혀 깡통인 아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며 이 에미에게 가르치려 들지만 저 스스로 걱정을 싸매고 사는 아들..
     이제 든든한 보디가드처럼 보호자가 되어 내게 큰힘이 되어주고 있는 딸과 함께 한지붕 
     한가족이 되어 살아갈 날이 시작된다.
     작지만 큰 품 안에 아들을 보듬어 줘야겠다.

     딸아이와 케익을 준비해야지. 전역하는 내일 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