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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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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목욕시키기


BY 그대향기 2008-11-29

 

 

돌꼬~~

이리 와라~~

맛있는 거 먹자~~

 

돌꼬.

우리집 시츄 이름이다.

이쁜 이름도 많더만 딸은 돌꼬라고 지었다.

큰 딸이 강원도에서 대학을 다닐 때 밤 늦게 집으로 들어오면 너무 썰렁하고 심심해서

애완견센터에서 시츄 어린 수컷을 거금을 주고 사서 키웠는데 공부가 바빠지고

돌 볼 시간적 여유도 생각처럼 만만한게 아니다보니 대학 3 학년 때

\"엄마.....시츄 좀 키우실래요?\"

\"집에 말티즈 있는데 시츄까지?\"

\"학교 늦게 마치고 돌아오면 혼자서 너무 심심해해서 안되겠어요.

엄마가 좀 데리고 있어주세요.

배변 가리게 훈련시켜뒀고요 , 간단한 명령어는 다 알아들어요.\"

\" 그래도 두마리씩은 방에서 못 키운다. 엄마도 바쁜데....어쩌겠니? 그럼 데려와라.\"

 

딸은 집이 그리워서 동네 이름 돌꼬를 시츄이름으로 했고

강원도에서 수업이 없는 날 이쁜 가방에 넣어서 데려온 돌꼬는 속 눈썹이 5센티미터는

족히 될만큼 긴~~속눈썹에 기본 명령어들은 다 알아 듣는 영특한 강아지였다.

말티즈도 잘 아시는 분이 아파트에서 키우시다가 주민들의 항의에 못 견디셔서

우리집에 맡긴 노후견이었는데 그러잖아도 심한 피부병에다가 털빠짐이 심해서

어쩔까....하고 있던 차에 밖으로 내 보내고 시츄를 키우기 시작했다.

물론 말티즈 주인한테 양해를 구했다.

피부병이 심해서 각질도 일어나고 거실에서 잠도 자는 애들이 있어서 곤란하니

방에서 더는 못 키우고 밖에서 키워도 좋겠는지요.....

오히려 미안해 하시면서.... 그럼 그렇게 하세요.....죄송해서 어째요.....

나중에 나이들어 죽게되면 연락주세요. 내려가겠습니다.

그 분들은 경기도 하고도 부천에 사시는 분이신데 개를 막내둥이처럼 키우시던 분이셨다.

 

 

말티즈가 우리집에 올 때 유난히 피부병원의 약이랑 연고가 많아서 의아했었는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우리집에 올 때 이미 개 나이 15 살) 치료도 잘 안되고

워낙에 나이가 많아서 내가 밥을 주는 새 주인인데도 늘 거리감을 주는 그런 개였다.

좋은 집을 내 주고 이불까지 깔아서 밖에서 키우기 시작하면서는

옥상에를 운동장 삼아 쫒아 다니기도 하고 볕 좋은 옥상에서 일광욕을 많이 했더니

피부병도 씻은 듯이 말끔히 나아지는게 아닌가?

약도 좋지만 사람이나 짐승이나 햇빛이 주는 공짜 치료는 그 어떤 약보다 우수한

명약인 셈이었다.

밖으로 내 쫒긴 말티즈는 오히려 피부병이 말끔히 나아졌고  방에서 보다 훨씬 건강해서

만 3 년을 더 살고 사람 나이로 치면 거의 100 살에 가까운 개 나이 18 살에 죽었다.

말티즈 주인은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 했었고 방에서보다 더 건강하게 살다가

아주 장수하고 죽은 말티즈는 우리집 향나무 밑에 고이 잠들어있다.

 

그 전에도 유기견을 키운 경험이 있었는데 난 개를 참 잘 키운다.

애기처럼 말도 시키고 물론 개는 짖는게 말이지만.ㅎㅎㅎㅎㅎ

밥도 주면서 애기한테 말 시키듯이 돌꼬야~~밥 먹고 기저귀에 가서 오줌 눠라~~

나중에 간식 줄텐데 꼭꼭 씹어먹고~~`육포 얼른 먹으면 무슨 맛이냐?

꼭..꼭...씹어먹어야 고기맛을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놈이 알아 듣던 못 알아듣던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목욕시킬 때도 어린애처럼

머리 감자~~오줌 누는데 잘 씻자~아고...이 눈 좀 봐..지지지......

그냥 막 물을 부어서 씻기는 것 보다는 개가 덜 긴장하고 몸을 맡기는 것 같아 브러쉬를

빗길 때도 중얼중얼 자꾸 말을 시키며 씻긴다.

집안 일도 바쁜데 실내에서 키우는 개를 들여 놨다고 할머니들은 난리시지만

남편도 개를 좋아하고 아들은 일주일만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강아지를 안고 한참을

둘이서만 대화를 한다.

돌꼬는 아들 품에서 뭐라고 뭐라고 꽁알꽁알.......

한참을 품에 안겨서 일러바치고 안부를 묻고 하는데...잘 살았냐?.. 공부는 잘 되고 있냐?

여자친구랑은 진전이 있냐?.. 내가 한수 가르쳐주리?..학교급식은 먹을만하냐?

엄마가 요즘 육포를 작은거 주시는데 형아가 좀 큰거 주라고  하면 안되겠니?

엄마랑 아빠는 여전히 사이가 좋으시고 형아 없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끔 안방이

좀 수상하더라.....늘 열어두고 주무시던데 가끔은 날 쫒아내시고 문을 닫고 주무시더라....

그 날은 왜 날 침대에서 내 쫒으시는거야?..형아는 알아?몰라?.........ㅎㅎㅎㅎ

 

돌꼬는 그렇게 아들하고의 긴~~긴 ~~대화를 하고서야 내려온다.

아들은 갓 목욕시켜 둔 돌꼬한테서 향긋한 린스냄새를 맡으며 돌꼬의 머리에 제 머리를

아예 맞대어서 응...응...그래..돌꼬..심심했쪄?.....형아가 보고싶었쪄?...돌꼬 목욕했네?.....

둘이서 아주 죽이 척척이다.

아들이 없을 때는 아들 방 문 앞에서는 얼씬도 않던 놈이 아들이 돌아오면 졸졸졸.....

어딜가도 따라 다니고 잠 잘 시간에 아들이 문을 닫고 자는 날엔 문 앞에서 꼬옹..꼬옹...

앓는 소리를 내며 문 열어 달라고 애원을 한다.

같이 침대에서 이불 덮고 자겠다는 이야기.

문을 열어주면 얼른 올라가서 팔까지 빌려서 사람처럼 잠을 잔다. 크.....ㅎ.ㅎ

잘못을 저질렀을 땐 가차없이 벌을 주고 잘한 일이 있을 땐 육포를 주었더니

돌꼬가 생각해도 뭔가가 잘했다 싶으면 아예 육포상자 밑에서 기다리고 앉아있다.

목욕한 날이나 미용을 하고 오는 날은 어김없이 육포상자 밑에서 기다려 자세~~ㅎㅎ

애들이 다 나가고 없는 집에서 돌꼬는 귀염을 독차지하는 막둥이같은 존재이면서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올라오면 현관까지 쫒아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꽁알꽁알 하루 일을 물어주는 정이 많은 반려견인 것이다.

 

애완견을 안 키우시는 분들은 혹여 집에서 강아지 키우는 돈이 얼마나 드는데..

하시면서 걱정들 하시겠지만 적당히만 하면 큰 돈 안들이고도 집에 온기를 불어넣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훈련만 어느 정도 되면 배변도 잘 가리고 큰 질병없이 관리만 철저히 하면

참 괜찮은 가족이 된다.

특별히 개나 고양이 같은 털짐승의 알레르기가 있다면 모를까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면서 바쁘기도 하지만 ..가령 목욕이나 미용, 기저귀갈기 같은....강아지가 주는

따뜻함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수고쯤은 당연하다고 본다.

방에서만이 아니라 마당에라도 작은 강아지가 있다면 충성심 강한 개의 이쁨을 알건데....

 

오늘도 아들이 일주일만에 오는 날이라 돌꼬는 목욕하고 기다리는 중~~

과연 오늘은 무얼 일러바칠까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