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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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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방법(2)


BY 미낭 2008-11-28

 

얼마전 감기 치료하러 내과에 갔다가 진료를 마친 내 뒤꼭지에 대고 의사선생님은 말햇다.

\"저희 비만 치료도 합니다..\"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 뒤태를 들킨듯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래도 어쩌랴..

이것이 엄연한 나의 현실이다.

 

살빠진다고 먹어보라는것은 모두 먹어본 나다.

한달에 10kg은 대놓고 빠진다는 한약은 물론이고, 애낳고 먹었던 제니칼, 내과처방 식욕억제제까지..

매번 조금빠졌다가 다시 도로 살이 통통오르는 나의 의지박약을 지켜보던 남편-나의 파트너이자 애증덩어리..은

항상 기차게 말을 하지..

\"생각해봐라.. 뭘 안먹어야지 살이 빠지지 매번 뭘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이상한 논리는 뭐냐..?\"고..

하긴 그말은 맞다..

항상 갑작스레 식욕을 줄이려고 치면 나도모르게 위기감이 느껴지곤 했다..

인생이 항상 모자람의 연속인데

내 스스로를 손쉽게 위안삼던 음식물까지 줄어 든다는것이 그리 서글플 수가 없었다..

다른 무엇인가가 나의 빈부분을 채워주면 모를까  그자리에서 행복감을 바로 맛볼 수있는 먹는즐거움이 없다면.... 

 

 

남들에게 \"얼굴의 꽃이 폈다\"라는 찬사를 들어보긴 했었다..

15년전쯤이던가..?  

누구에게나 찬란한 이십대의 시절...

고등학교 은사의 소개로 방배동 먹자골목안에 있던 허름한 화실을 하나 소개받았다.

단촐하다는 말은 그럴때 쓰는것처럼 비대칭으로 늘어선 커다란 방안에  이젤과 물감 꾸러미뿐...

아! 인상깊던게 하나 있긴했다.

컴컴한 계단을 오르자 마자  문을 열고들어가던 복도끝에 걸렸었던 피에타의 뎃셍은 가는이의 시선을 붙잡기도 했지..

그길로  아침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후엔 그림을 배우러 방배동엘 갔다.

지금 생각하면 항상 술냄새 풍기던 그에게서 흥미가 있었던것이 우선이었지만..

옆에 앉아서 뎃생의 그림을 수정해주는 그는 연필끝에서 스멀 스멀 나오던 형태감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민했다.

그 무렵이었던것 같다.

그림을 그릴때도 뭘 먹냐는 그의 농섞인 핀잔을 들은후에 이상하게도 살이 빠졌다.

나도 모르게 나의  대사량을 높여주는 시니컬한 음색과 묘한 긴장감, 음식물의 포만감대신 느껴지는 안도감이랄까..?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려지고 그로인해 약간의 혈압이 높아지는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림이 완성되가고 그림이 채워질 수록 그에대한 호기심도 깊어져갔다..

말 수가 극히 적었던 그에게 하루종일 듣는 말은 두마디 정도.

사람이 들고 나도  고개들어 오는이 확인하는 눈길뿐.

그리는 내내 무심히 있다가 옆으로 비켜 앉으라는 턱짓 한번.

그리곤 실소 한번 흘리고 \"이렇게 밖엔 안되요..?\" 한다.

재능이 없는 내가 안쓰러웠던가.

입 밖으로 흘려도 될만한 모욕이었던가..?

내가 무의식으로 그랬던 것처럼 어찌보면 그도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번 붙잡으면 4시간씩 앉아 있어야하는 데생은 인물을 바꿔가며 계속이었다.

힘이 있던 아그리빠, 섬세한 줄리앙, 머리땋은 비너스 등등...

 

그것들이 나를 좀 먹었던지 점점 살이 내렸고 어느날 버스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생이 경악을 하듯 캐 물었다.

\"너 연애하지..?\"

그리곤 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얼굴에 꽃이 핀다는 말을 덧 붙였다.

이런 억울 할때가...

정작 그 선생의 얼굴에 꽃 핀 애인은 내가 아냐...

보이지 않았던 실타래의 악연은 거기서 부터였던것 같다..

그 동창생이 내게 했던 말들로 나의 숨은 내면의 작은 폭발이 일었다.  

 

오늘 몸무게 62.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