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얼굴 그저그렇고 몸매 도라무통이고 가진 돈도 없고
자식 챙기고 남편 밥해대고 시댁어른들 병원일에 분주했던 내가 8급 장애라고...
한번하는 얘기를 바로 알아먹지 못하는 형광등인 내가 눈을 껌벅거리고 있으니
\"바보...이시대의 그 흔한 애인하나 없는게 정상이야? 8급장애지...\" 한다.
곧바로 하하하 웃음이 터졌지만 동시에 내머리선 과부하가 걸렸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게 틀린거야.?
선문답도 뭘알아야 화두를 삼지...
도무지 그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8급 장애\"라는 의미심장한 그 말에
갑자기 주변이 싸해지는 4차원속 나를 발견..
거울을 봤다.
전신거울은 커녕 가뭄에 콩나듯 화장하는 조그만 화장대 거울을 빼면 욕실에 걸린게 전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E.T에 나오는 주인공 모습이다.
선천적으로 큰 머리를 빼면 그동안 내가 스스로 만들어온 내몸매..
결혼후 출산과 양육을 거치면서
1.아까운 음식을 버리면 벌받을것같아서
2. 못먹는 아이티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3.너무 맛이 있어서
처리하지 못해 아구아구 먹었던 음식들은 팔뚝 밑으로 허벅지 사이로 넓은어깨로 밀리다 못해 자연스런 중력의 법칙으로 아래로 아래로 쳐져 있었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흔이 낼 모래인데...
이러다간 애인이 문제가 아닌 비만으로 우리아들 장가가는것도 못보고 콱 죽겠구나 생각됐다.
--그래 살에 밀려 차렷도 잘안되는데 이참에 한번 살이나 빼보자..
그렇다고 내가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건 아니다.
원래 외모 지상주의 프로그램이 결여된 고물 컴퓨터인지라 생각해보면 지난날도 별반 날씬한적 없다.
그런데 왠 호들갑일까..?
돌아 생각하니 나도 인생이 조금은 추잡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것 같다.
얼마전 정말 오랜만에 만났던 여고 동창이 폭력 쓰는 남편 그늘을 피해 무려 여덟살이나 어린 남자친구로 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고해성사를 내게 해오고 부터인것같다.
차분히 말을 잇는 그녀를 보면서 (당시엔 둘이 심각한사이인지 아닌지는 중요한게 아닌것 같았다)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갱생프로그램이 그 젊은 애송이라는데 충격을 받았었다.
보고만 있어도 이쁘다고 힘이난다고.. 주저리는 그녀..
그리고 보니 마농의 샘이라도 다녀온 듯 얼굴은 주름없이 반짝였던것 같다.
다시 살을 빼면 내게도 로맨틱인 뭔가가 풍겨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보다는 혹시 그전에 상태가 지금보다 낳았던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다면 하는 맘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내 머리속의 기억되어지는 스친 남자--여자보다는 효과가 더 좋을 것같다--들의 명단을 환기시키면서 다이어리를 시작해보려한다.
첫날- 6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