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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위선


BY 선물 2008-11-19

어머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부모가 죽으면 딸이 진심으로 운다는.
며느리 눈물은 아마도 억지일 거라는.
어머님도 그러셨다고 했다.
솔직히 시부모님 돌아가실 때 별로 슬프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며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도 하셨다.
그 말씀만 들으면 속이 상했다.
어머님 돌아가시면 과연 내가 울지, 울더라도 얼마나 울지 사실 난 모른다.
그러나 이젠 미리부터 겁이 난다.
꼭 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절로 나오는 통곡일지라도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생겼다.
어머님 혼령이 내 옆에서 우는지 안 우는지, 울더라도 진짜 눈물이지, 가짜 눈물인지  확인하실 것만 같다.
이미 내 눈물은 오롯이 진실된 것이기는 어렵게 생겼다.

어머님의 말씀을 세째 시누님이 들으셨다.
다행이었다.
세째 형님은 내가 진짜 울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른 시누님들은 울겠지만 자신은 그냥 어머니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시겠거니 생각하며 편한 맘으로 있으실거라고 했다.
눈물 같은 것 그래서 안 날 거라고.
옆에서 쭈삣거리며 내가 말했다.
저도 못 울지 몰라요. 너무 긴장하면 눈물이 안 날 것 같아요.
어머님이 그러신다.
그래, 맞다. 안 울면 어떠노. 이렇게 온 몸이 아파 죽겠는데 정말 빨리 저 세상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외숙부님 돌아 가신 뒤로 어머님 정말 삶이 싫어지신 것 같다.

한편으로 내 부담을 덜어주신 형님이 은근히 고마웠다.
언제가 될지도 모를 그 어느 날, 나는 눈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러면 정말 진실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으리라.

내가 이와 관련된 글을 간혹 쓰게 되는데 그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 또 진심과 위선에 대한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말을 할 때 되도록이면 거짓은 피하려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거짓을 행할 경우도 생긴다.
그게 더 필요한 경우는 또 그렇게 한다.
단, 나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거짓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한다.
그 정도의 가치관은 형성되어 있으리라 나를 믿는다.

당연히 위선을 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것을 잘 구분할 수가 없다.
내 도리라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이게 진심인가 아닌가 따질 이유가 없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그게 위선일까.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도 하기 싫다면 하지 않는 것이 진실되게 사는 사람으로서 행할 바일까.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면 그게 꼭 진심이고 정성이고 하지 않더라도 행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굳이 그것을 따지고 드는 사람이 나는 좀 피곤하게 느껴진다.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의 일에 왈가왈부 하지 않고 살려는 사람이다.
내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이상 내 판단이 잘못될 여지도 많으므로 나는 어떤 일이나 논쟁에 대해서 비교적 한발 물러서는 편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자칫하면 서로 무관심한 차가운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물러서 있다고 말은 하지만 나서질 못하고 용기가 부족할 뿐이지, 언제나 세상을 향한 관심의 눈은 부릅뜨고 있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자꾸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진다.
악플에 관한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까닭이다.
최근 문근영 씨의 악플과 관련한 몇몇 기사를 접했다.
사실 그녀의 기부 선행기사가 나왔을 때 문득 두려운 맘이 들었다.
어쩌면 또 한바탕 시끄럽겠구나.
내가 그렇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생각하면 슬픈 현실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너무 무감각하게 돌을 던지는 것을 보며 내 주위엔 그런 사람들이 정말 없는 것 같은데 그것도 군중심리가 작용하면 달라지는지 사람들이 너무 분별력이 없이 난폭해지는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문근영 씨의 팬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부 선행을 접하면서는 얼마나 대견하고 장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혹시나 또 악플로 고생하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었다.
누구의 말처럼 만에 하나라도 그녀의 선행이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한 위선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녀에 대한 장한 생각이 조금도 감해지지 않는다.
어디 위선감별기가 있어 그것을 적발해내야만 직성이 풀릴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위선이면 더 이상 선을 행하지 말라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고백하자면 나는 위선이라도 좀 더 행해야 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가난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
어찌 됐든 종부세는 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정말 수입은 너무도 적어서 생활은 지독하게 찌들리고 있다.
그래서 자꾸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형편이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남에게 베풀어야 할 때 자꾸 맘을 닫게 된다.
물론 그럴 때면  맘이 정말 지옥이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남편을 믿기에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맘이 약하고 남 불쌍한 것을 못 본다.
그래서 예전에 형편이 좋았을 때는 속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좋단다. 어쨌든 우리보다 못 사는 사람에게 간 돈이니까.
지금도 미사 중에 어디 어려운 다른 단체에서 도움을 청하면 적은 돈이라도 얼마간 꼭 약정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면서 이러는 남편이 답답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선뜻 맘을 못 쓸때 대신 과감한 결정을 해 주는 남편이 차라리 고맙기도 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여유가 있다고 그렇게 다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마음이 흐르지 않으면 참 어려운 것이 그런 개인적인 기부이다.

무슨 재난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면 기업들이 거액을 기부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때도 회사 이름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든 뭐든 많이만 내주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 돈으로 정말 절박한 사람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자꾸 왜곡하고 따지고 한다면 앞으로 누가 그런 일에 선뜻 나설 것인가.
마땅히 칭찬하고 격려해서 그런 행위가 확산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그 반대로 되고 있으니 씁쓰레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히려 왜곡하고 곡해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선을 행하는 사람들로 세상이 우뚝 섰으면 좋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