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맘이 너무 급했나 커튼가게 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너무 빨리 건너 뛰었네.
남편 선배 이야길 좀 더 했어야 하는데 말야.
그 선배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 앞에서 잡화점을 했는데 그 아파트가 재개발 공사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하더라고.
사실은 그것을 미리 알고 재개발을 하고 나면 더 나을 거라는 기대로 그 잡화점을 시작했는데 재개발 공사를 하면서 길을 막는 바람에 잡화점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었나봐.
그래도 꼬박꼬박 월세는 내야하니까 돈은 점점 마르고.
그 전에는 도넛가게도 하고 주유소도 하고 해서 돈을 많이 벌기도 했는데 부인과 불화하고 바람을 피우다 돈도 다 없어졌나봐.
같이 바람 피우던 여자가 차에서 떨어져 많이 다쳤는데 그 여잘 살리기 위해 돈이 많이 들었갔다고 누가 물었나 자기가 떠벌여서 알았지.
우리가 갔을 즈음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끝나고 그 잡화점도 다시 문을 열어야 되는데 건물 주인에게 밀린 월세도 갚아야하고 물건도 다시 들여야하니까 돈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 정도라면 빌려주어도 좋다고 생각했지. 장사가 되면 받으면 되니까…
그런데 밑빠진 독에 물 붓기야. 처음 빌려간 돈으로 안되는 거지.
우리가 봐도 그 장사가 살아나려면 돈이 더 필요하겠더라고, 그래서 더 빌려주었지.
그런데 그 사람들 돈이 너무 없어, 그 돈으로 장사에 필요한 돈만 쓴게 아닌 것 같아. 자기네 밀린 집세도 내고,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경비도 쓰고, 나중에 알았지만 보험료도 내고,…
할 일은 없고 그 사람들 장사하는 것을 지켜보았어.
옛날 70년 대 한국 시골 구멍가게를 연상하면 맞을꺼야.
크기는 그 보다 크지만 분위기는 딱 시골 구멍가게지.
싸구려 물건들이 먼지를 듬뿍 뒤집어 쓰고 진열되어 있어.
그 아파트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보조 아파트야,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은 한 눈에 파도 가난이 줄줄 흘러.
난 가난하게 자란 사람이야, 가난한 사람에 대해 비난할 마음도 없고 그들을 싫어하지도 않아.
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라.
일할 의욕은 없고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아이를 줄줄이 낳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야.
일부러 결혼도 안하고 그냥 같이 사는데 그 이유가 미혼모라야 정부 보조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래.
그 선배 말에 의하면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와서 가게에 확 풀어 놓고 주인을 혼란스럽게 한 다음 도둑질을 한다지.
일부러 헐렁한 옷을 입고 와서 브라속에 물건을 집어 넣어 훔친다고 해.
카메라도 곳곳에 있고 주인은 총을 들고 지키지만 때론 속수무책이래.
고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은 아예 두 사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