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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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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집 며느리


BY 오월 2008-10-22

아들이 내 운전 솜씨가 절대 늘지 않을 거라며 극구 말리는

내 전용길  신호등도 없고 추월선도 없고 운좋으면 사무실 도착

때까지 다른차 만나지 않아도 되는길

사과꽃이 피기 시작하는 그 과수원에 내 눈길이 머물기 시작한다.

사과 나무에서는 아기빛 연분홍 사과꽃이 피기 시작하고 고 보다

앞서 피기 시작하는 민들레는 사과 과수원에 카펫 처럼 노란꽃을

피워 놓고 키를 조금 더 키운 꽃대에선 비누방울같은 민들레 하얀

씨앗들이 봄바람에 홀홀 사과밭 주위를 떠다닌다.

 

난 아직 여물지 못한 감성으로 그 노란빛 융단깔린 과수원밭에 작은

요정 또는 작은 천사들이 소풍을 나왔을거같은 착각에 끝간데 없이

펼쳐진 과수원밭에 앉아 나도 노란 나비가 되어 과수원밭을 날아다니곤 했다.

키가 큰 사과나무는 분홍빛의 꽃을 키작은 민들레는 샛노란 꽃을 그 위로

하얗게 쏟아져 내린 비누방울 바닥은 온통 초록빛

내가 그 아름다운 광경을 표현해 내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한 십 년을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봄을 맞고 여름을 맞고 겨울을 맞고 있다.

한 삼 년 전 늘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으셨던 친정 엄마가 처음으로 손에서

일을 놓고 긴 시간 우리집에 와 계셨다.

그날도 퇴근을 함께하며 옆자리에 타신 친정엄마가 그 과수원을 지날때

아마 요맘때쯤 이였을거 같다 내 친정 식구들은 모두들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날은 배가 고프셨는지 그 과수원앞에 임시 좌판을 설치하고 파는

사과를 한 바구니만 사자고 하셨다. 난 차를 길가에 세우고 엄마랑 사과 한 바구니를

사서 운전을 하는데 엄마가 와사삭 사과를 깨물어 드시며 와!!맛있다 먹어봐

하시며 꿀맛이다 맛있다를 연발하셨다..

 

엄마는 정말 그 사과맛이 꿀맛 이였을까 아니면 생전 처음으로 가지는 딸과의 시간

들이 꿀맛이였을까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과장법을 쫌 써서 머리통만한 사과를 엄마 한 입

나 한 입 사이좋게 다 드시더니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사과는 처음 먹어본다

하셨다. 난 농사를 짓지도 않고 누구에게 퍼 줄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가끔 내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사과를 보내주며 그 과수원집 며느리를 알게

되었다  또다시 과장법을 좀 쓰면 자신들의 땅이 어디에 있는줄도 모를만큼 많은

땅과 과수원을 가진 사람들 그렇게 인연을 맺어 눈인사 정도 했을 뿐인데

 

그집 며느리는 차를 끌고가다 만나도 웃음띤 얼굴로 인사를 하고 과수원밭에 새참을

이고 가다가도 인사를 하고 넓은 과수원에서 밥을 먹다가도 인사를 한다.

작년 까지만 해도 늘 시부모님들이 사과를 파시고 며느리는 돕는 역을 하더니 올 해는

시부모님들은 멀찌거니 떨어져 앉으셔서 안보는 척 며느리의 거동을 보시고 며느리는

사는 사과의 양보다 많아 질까 자꾸만 말리는 나에게 맛보기라며 비닐봉지에 자꾸만

사과를 담는다 저 멀리서 바라보는 시어른 눈치가 난 왜자꾸 보이는지 어서 자리를

뜨려는 내 눈에 뽀얀 피부의 예쁜딸 둘이 쌍둥이 같이 개량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물러나신 자리에 며느리가 주권을 잡고 딸들이 거드는 모양이다

 

처녀같은 엄마에게 이런 딸들이 둘씩이나 있었느냐 물었더니 첫째는 여식 둘째는 여자

셋째는 딸 그리고 넷째는 아들이라고 그 가녀린 몸에 곱고 흰 피부는 햇볕으로 기미가

까맣게 앉은 얼굴 하지만 한 번도 찡그린 얼굴을 본적이 없는 참 맑은사람

스물 둘 어린 나이 새벽일찍 시집을 와 아이가 벌써 고 3이라며 까르륵 웃는다

어느 날은 창고까지 사과를 사로 따라 갔다가 요것 몸에 무지 좋은 것이래요

하면서 꺼내놓은 내 손가락보다 더 크고 흰 꿈틀거리는 굼벵이에 놀라 소리를 냅다

질렀더니 민망한 얼굴로 그거 몸에 디게 좋은거라 비싸게 주고 산건데 하는 소리를

듣고 그 모습이 왜 이리 짠 하던지 그 과수원집은 집 모양이 특이하다

지렛대를 집 밑에 넣고 힘껏 힘을주면 집이 데굴데굴 굴러갈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땅이 많아 부자 굼벵이를 먹는 부자 그림같은 집을 가져 부자.

 

난 그런것들 보다 늘 검은 기미를 잔뜩 얻은 얼굴에도 그 아이같은 천진한 미소를

머금고 붉은 사과가 주저리주저리 열린 과수원 앞에서 사과를 파는 그 며느리의

모습이 두고두고 내 살아가는 동안 맑은 하나의 동화같은 풍경으로 남을 것 같다.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애 간장을 태운 그 과수원의 탐스런 사과로

혹 그 맑은 심정의 며느리가 조금의 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열 번이면 열 번 그렇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과수원집 며느리 근데,난 왜 그 며느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싸아 하고 아파오는지 참 모르겠다.그는 내가 상상도 못할만큼

부자인데............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붉은 단풍처럼 곱던 그 과수원의 사과도 가을날 맑은 바람

같은 며느리의 미소도  사라지고 난 또 내년 봄까지 삭막하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