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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언덕


BY 바늘 2008-10-21

힘이들면 나는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나빠진 시력 때문에 일부러 눈을 크게 뜨고  딸아이에게 더듬 더듬

문자를 보낸다

 

\"지금 어디니?\"

 

한참을 걸려 보낸 단순한 문자에 이쁜 딸의 답변 메세지는 참으로 신속하게 급행으로 날아든다 

 

 

\"엄마 나 지금 퇴근하려는데\"

 

때로 \"지하철  신도림 통과중\"

 

어쩌다는 \"오늘 직장 회식이라 늦어\"

 

가끔은\"대학 친구들 만나서 신촌에서 좀 놀다가 가려구\"

 

어제도 퇴근길 버스안에서 이쁜딸에게

 

\"어디니?\"

 

\"응 엄마 나 지금 집으로 가는 지하철인데\"

 

\"어머 그러니? 그럼 우리 만나서 함께 들어가자~\"

 

\"그러자 엄마~ 알았어요~\"

 

하루 일과가 너무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여서 쌓인 스트레스가  넘쳐날때 나는 종종 퇴근길

딸에게 SOS 문자를 보낸다.

 

이제 딸아이는 나에게 자식이기에 앞서 친구처럼 든든한 벗으로 다가온다.

 

직장 이야기를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지나온  악몽같은 몇 년간 어둠의 세월을 곱씹어도 서로 맞장구 쳐가며

 

\"엄마 맞어 맞어 그때 그랬지~ \"

 

두 번 정도 딸아이가 맛있는 저녁을 시샛말로 쏘고 한 번 정도 엄마인 내가 계산을 하는데

식사후 디저트로 근사한 커피 전문점에 들러 마주보고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남들처럼 완벽한 가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의 안정이 있기까지 가족 모두 잘 지내왔다는

서로의 격려도 종종 나눈다.

 

저녁을 먹고 운동삼아 일부러 1시간 정도 팔짱을 끼고 아파트 마을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데 밤하늘에 둥근 달이 참 보기 좋은 날도 있고 어떤날은 초승달이 나름대로 근사한 

날도있다.

 

케잌과  쿠키를 제과점에 진열된 상품처럼 모양도 좋고 맛도 있게 만드는 이쁜 딸은

친구들 모임이 있으면 손수 만든 빵과 쿠키를 예쁜 상자에 리본까지 묶어 가지고 가는데 인기가 최고란다.

 

그럴때 친구들은 왁자지껄 서로 후원자가 될터이니 동업으로

주문 제과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한단다.

 

근무가 없는 주말이면 딸 아이는 혼자 스스로 독학(?)으로 공부하여

완벽에 가까운 케잌과 쿠키, 종류도 다양한 파이를 척척 잘도 굽는데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하단다.

 

여건이 되면 외국에 나가  제과 제빵 공부를 하고 싶다는데

현실은 본인의 소질과 전여 무관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니 부모로써 그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파트 놀이터~

 

과년한 스물넷 아가씨인 딸과 오십 나이 엄마가 그네를 탄다

 

낮에 놀이터에 그네는 아이들 차지였겠지만  깊어가는 밤 달빛아래 별빛아래에 나란히 앉아

딸과 엄마는 흔들 흔들 그네를 탄다.

 

이런 나름대로 평온의 시간이 오기까지 많이도 힘들어 했었던 이쁜딸과 나!

 

그네를 타다가 시소에도 앉아 보았다

 

웃음이 난다.

 

한참을 그렇게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놀다보니 낮시간 직장에서 헝클어지고

망가진 어수선한 마음은 정리가 되고 문득 불행보다 행복에 가까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퇴근길 재래시장 슈퍼에 들러 쎄일중인 돼지 고기를 서너근 사왔다.

 

된장에 커피와 양파, 마늘을 넉넉하게 넣고 보쌈용으로 삶고 있는데

요즘 새벽마다 딸과 아들은 토잌 시험 준비로 종로 어학원에 둘이 나란히 다니는데 잠이 부족한지 둘다

피곤해 보인다

 

딸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침대에 쓰러져 지금 자고 있고

아들 아이는  과외 아르바이트가서 아직 귀가 전이다

 

늦은 저녁이겠지만  딸과 아들아이가  잘 삶아진 보쌈에 지난번 담근 포기 김치를 곁들여

맛나게 먹을 생각을 하니 나름대로 행복하다.

 

누린내도 전혀 안나고 고기도 적당하게 잘 익었는데

아들 아이는 언제 오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