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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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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부라보콘 2


BY 은나라 2008-10-21

70년대 먹거리가 뻔한 그 시절 부라보콘은 아이스크림중 당연 으뜸이었다.

 

난, 그다지 아이스크림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부라보콘은 내 어린 소녀 시절 많은 추억을 담고 있다.

이모가 생각나고, 내가 그리도 좋아라 했던 선생님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표를 작성할 때면 선생님은 몇몇의 아이들을 남겨 일을 시키시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께 불려가 선생님 일을 돕는건 아이들을 으쓱하게 하고 기분좋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사춘기 단발머리 여중생에겐 또다른 기쁨과 부끄러운 설램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난, 정말 선생님을 많이 좋아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모든 여학생과 여선생님까지도

선생님은 인기가 많으셨다. 키가 훤칠히 팔십도 넘고, 그 특유의 엉뚱함과 열정이 모두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그 선생님반 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은 부러워하고 이야기를 펼쳤다.

 

선생님은 일을 돕고 나면 무언가를 꼭 사주셨다.

 

어느 하루 후텁지근하게 더운날 사주셨던게 부라보콘 이었다.

온 동네가 정전이 되었던 터라 가게방 냉장고도 성할리 없건만 선생님이 집어 주시는 부라보콘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부라보콘 뚜껑을 잡고 옆으로 돌리는 순간 줄줄세는 부라보콘을 난 정말 먹을

수가 없었다. 검정 교복치마에 뚝뚝 정말 창피하고 부끄럽고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지금도 난, 그때의 추억이 너무도 그립다.

살다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때 그시절이 참으로 그립다.

요즘 아이들도 그럴까.

아들만 있는 나로서는 참 재미없어서 아이에게 그런걸 찾기가 힘들단 생각이 든다.

 

가끔 난, 비밀 일기장을 펼치듯 생각을 한다.

선생님의 홈피를 방문해서 몇자 적어 놓기도 한다.

선생님은 작년에 명퇴를 하시고 지금은 여행과 독서 그리고 컴퓨터로 시간을 보내신단다.

정말 믿기지 않는다. 어느새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셨고 이젠 그토록 학생들에게 애정넘치셨던 분이

이젠 학교에 계시지 않는다는 건 좀 당황스런 일이다.

나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고 세월이 흘렀다는 얘긴데 왜 그리도 엇그제일 같은지.

 

나도 머지않아 그나이.

큰애를 보며 \"너 보다 더 어린나이에 엄만 선생님을 짝사랑 했는데 넌 좋아하는 여학생은 없니?\"

기대도 않지만, 아인 버럭 엄마 왜그래. 성질부터 낸다. 아마도 얘도 사춘기가 맞는것 같다.

아마도 좋아하는 여학생 한명쯤 가슴에 품고 있을런지도...

 

남펀을 처음 만날때만 해도 설래는 부라보콘 이상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무덤덤히 간혹 일찍 퇴근해 오면 무슨일 있어. 어디 아픈거 아냐. 라고 묻는다.

저녁을 먹고 오는 날이 많아 작은애와 어머니의 밥상을 차릴땐 정말 맘이 가볍다.

왜일까. 언제부터 인지 그렇다.

토요일, 일요일 운동가고 없으면 난 참 홀가분한 기분이다.

남들은 이해할까. 그런데 난 입으론 투정을 한다. 당신 너무한거 아냐. 집안에도 신경써야지라고.

또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까.

익숙해서 소중함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귀찮을 때가 있다.

나도 안식년을 달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