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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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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BY 정자 2008-10-16

동갑내기

 

발을 만져보니 이미 굳을 데로 굳어 마른장작이고 체온도 차갑습니다.

지극히 가장 낮은 온도로 한 줄기라도 통하는 핏줄이 있으면 이렇게 차가운 발이 아닐텐데.

난 뜨거운 수건을 비닐에 감싸고 몇 번이나 문지르고 누르고 그랬지요.

 

간병인을 두지 못 해 칠순노모가 대신 늘 상 옆에서 간병을 해주는 데.

받는 딸이나 해 주는 어머니나 마음이 늘 아프셨지요.

 

토요일 되기 전 금요일 되면 중학생인 딸과 아들이 병문안을 옵니다.

아들보다 딸이 창가에 앉아 쫑알쫑알 병원 오는 길에 냉이꽃인지.. 달래가 내 손 한뼘만큼 컷다고

나무가 연두색으로 키가 크는 버드나무를 보고 왔다고 하니 엄마가 환하게 웃믐소리가 흐드러집니다.

 

라면을 무지 좋아하나 봅니다. 하긴 요즘 애들 라면 싫어하는 애가 어디 있겠어요.

엄마는 암덩어리가 허리에 척수를 누르고 자라는 병에 걸린 후 하반신마비가 되었지요.

그래도 아직 손은 움직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얼굴을 닦으려고 거울도 들고 머리빗질을 하려지만

딸이 굳이 엄마의 머리삔을 갖고 해 준다고 떼를 쓰네요.

 

그렇게 딸이 머릿결을 쓰다듬는 동안 아들은 엄마의 발톱을 손질 해준다고 합니다.

참 행복한 얼굴을 한 엄마의 얼굴을 전 그 때 처음 보았어요.

이것 또한 저에겐 또 다른 축복입니다.

 

느낌이 없는 발바닥을 전 자꾸 찌르듯이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의 기도가 뇌 어느쪽 부분에 도달하여 다시 소통이 되는 신경물질을 재생 할 수 있게

힘을 내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 선생님..제가 그 동안 매일 울었어요,,,죽을 까 봐.. 저 애덜을 놔두고 어떻게 먼저 가요...울 어머니도 계시는 데..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울지 않았어요. 왜냐구요..오늘 제가 살아있어서요 ..아직 심장이 벌떡벌떡 뛰네요.

  선생님 말씀데로 오늘은 참 좋은 날이예요..\" 

 

맛사지를 끝내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오는 동안 간병해주시는 어머니가 따라 나오시면서 제 손목을 잡았습니다.

이미 눈시울이 붉어지셔서 저도 같이 그만 울 뻔 했어요.

\" 선생님..정말 고맙습니다..울 에미가 이젠 기운이 나나 봅니다..  선생님  꼭 복 받으시이소..제가 드릴 것 없고

  이 말 밖엔 없어서리..\" 하시곤 주먹으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쓰윽 닦으십니다.

 

헤헤..괜찮아요..전 이미 복을 받아서 나눠 주고 있는데요..무엇보다 어머니 건강하셔야 따님 간병을 잘 해줄 수 있어요.

제가 또 올께요..그 때는 어머니어깨도 주물러 드릴께요.

 

 

닷) 몇 칠전에 저와 동갑내기인 엄마는 먼 데 가셨습니다. 오늘 그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네요..편안히 갔다고. 고맙다고.

      오늘 참 좋은날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