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58

횡재


BY 그대향기 2008-08-06

 

 

며느리가 워낙에 항아리들을 좋아하고 화초를 모으다 보니 시어머니께서

부산에 사시는 친구분들에게 연락 연락을 하시더니만 드디어~~~

큰 항아리를 얻어주셨다.

그것도 다섯개 씩이나.....

큰 수련회를 다 마치고 몸은 흐물흐물 땅으로 꺼지려고 하는데도

남편은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나질 않는다고 부산까지 가서

항아리를 공수해 오기로 했다.

부산 대연동 그 복잡한 상가 3층 집에서 어른 키의 반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무게와 크기의 항아리 다섯을 내려 오는데.......

 

아.

난 남편을 너무 혹사시킨다.

둘이서 땀을 완전 비처럼 줄...줄....흘리며 항아리를 들고 내리는데

집주인 할아버지께서는 인자하시고 참 곱게 나이드신 분이셨고

일일이 따라 나오시며 3 층 높이에서 물을 주시고 오렌지쥬스를 주시고

더러워진 손도 씻으라시며 세면장으로 안내하셨다.

아내되신 할머니 친구의 아들인 우리가 얻으러 간 항아리였는데

무거워서 어찌 하겠냐시며 같이 못 도와주심을 미안해 하셨다.

얼마 전에 운동가셨다가 허리랑 팔을 좀 다치셨다며 끝까지 미안하다신다.ㅎㅎㅎ

항아리 값이 얼마나 비싼지 좀 큰 것은 10 만원이 훨씬 넘는다.

마음은 큰 거 작은거 모양데로 다 사 모으고 싶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참고 사는데 내 마음을 훤~히 다 아시는 시엄마께서 친구분한테서 얻어주신거다.

한달음에 가지러 가 준 남편도 고맙고 그 큰 항아리를 다섯개나 주신 분께는

그 값에 상당한 금을 쳐드리진 못했지만 우리 나름의 선물은 드리고 왔다.

건강식품으로 네박스.

마침 할아버지께서 뼈를 좀 다쳐계셔서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요즘 나오는 싼 항아리가 아니고 정말 옛날 방식으로 만든 독.

물항아리도 하나 주셨는데 정말  멋있고 예쁘고 귀한 물건.

그냥 화단 옆에 세워 두기만 해도 멋 있을 것 같다.

흔치 않은 물독이다.

색도 흔한 것이 아니고.

오늘 난 완전 횡재한 기분이다.ㅎㅎㅎ

어제는 시어머니한테서 꽃도 동냥해 오고....

애기범부채.

자잘한 꽃이 빨갛게 다닥다닥 피는 예쁜 꽃이 어머니 화단에 있길레

\"어머니. 내년 봄에 분갈이 하시면 작은 순 좀 나눠주세요.\"

그냥 내년까지 기다리며 참으려 했는데 어머니는

\"아 그냥 가져가라. 내년에 내가 순 얻어 올께.

너네 집에 많아도 거기 있으면 더 어울릴 거다.\"

\"정말 주시려고요?

봄에 제가 얻어 갈께요.\"

\"아니다. 화분도 마땅찮고...너네 집에서 잘 키워라.\"

난 더 사양은 안하고.... 아니지.

더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냉큼 집어서 차에 실었다.ㅎㅎㅎㅎ

\"어머니. 내년에 꼭 드릴께요.\"

남편은 온갖 것을 다 얻어 간다며 웃고 서 있고 아버님은 더 가져가라 하신다.

어머님이 얼마나 화초를 좋아하시는데 더 가져가요????

어머님 마음 변하시기 전에 부르릉.....차에 시동걸고 집으로~~

 

내일 아침에 2층으로 항아리 다 올리고 잘 진열해 두면???

\"그대향기 머무는 곳...\"도 화단 중간에 자릴 잡았고

꽃들만 있던 화단보다 훨씬 분위기 있는 화단이 되었다.

큰 행사를 치르면서 따로 수고비를 많진 않지만 받았고

그 돈은 가정에 쓰이는게 아니고 책이나 화초구입 같은 걸로 하니까

여름꽃이 다 지고 나면 가을 냄새가 나는 꽃 몇을 사고 싶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지쳐도 벤취에 앉아서 피고지는 여러 꽃들을 보면서

위로를 얻고 새 힘을 얻는다면 꽃이 내겐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한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다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꽃도 피워 놓고 날 기다리고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을 안고 날 위로해 준다.

유행하는 옷에는 둔해도 화초나 화분에는 눈이 반짝한다.ㅎㅎㅎ

다소 무거운 돌도 된 그릇들을 좋아하는게 무리긴 무리다.

2 층으로 옮기는게 너무 힘든 작업이다 보니 공사가 없는 요즘은 탐을 내긴 해도

구입은 자제하는 편이다.

공사가 있는 기간이었다면 아마도...ㅎㅎㅎㅎ

언젠가가 되긴 하겠지만 마당이 넓은 땅이 있는 집에 살게되면

온갖 모양의 다양하고 재밌는 수집품으로 집을 꾸미고 손님을 맞고싶다.

무리수가 아니라면 작은 것들을 하나 둘씩 모으며 준비하리라.

 

여동생이 이런류의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위로 오빠들도 기이한 돌이나

난을 붙힐 수 있는 돌을 모았다가 친정에 가게 되면 가져 가란다.

돈으로 사게 되면 만만찮은 금액을 치뤄야 하는 물건들도 아는 분들의 사랑으로

꽤 많이 모였다.

소중하고 귀한 추억들이고 정성들이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고 정이 담겨 있어서 못 버리다 보니

난 항상 짐이 많다.ㅎㅎㅎ

그래도 기꺼이 안고 살 것 같아서 행복한 고민 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