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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순이


BY 달맞이 2008-07-13

우리집 순이

이름 : 순이

성별 : 이름으로 봐선 여자 인거 같은데 구별 안됨

나이: 22살

 

우리집 곰돌이 인형 신상 명세서다.

우리 아들보다 출생이 몇달 앞선다.

그러니까 서열상 우리 아들 보다 위라고 해야 할까?

 

순이는 내가 처음으로 사본 인형이다.

길가 리어카에서 환한 미소로 나를 유혹했던 순이...

나는 그 미소와 깨끗하고 포근함을 5000원에 샀다.

 

하얀 솜털에 빨간 체크 무늬 귀와 발바닥을 하고 있다.

22년 동안 처음엔 나의 사랑을 받았고 그후 몇년 동안은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잘때 품에 꼬옥 안고 자기에 적당한 체구에 순한 성품 탓일게다.

그러함으로 남편의 시기와 질투 또한 한몸에 받았으나 우직한 성품으로 잘 참아 내고 있다.

작은 아이 크기 만한 강아지 인형, 작고 귀여운 각종 동물 인형들이 수없이 우리집을 거쳐서

폐기 처분 또는 입양을 보냇으나 순이는 우리집 터줏 대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들과의 추억을 공유하는 어린 시절엔 순이가 있다.

가끔씩 \'어, 순이가 안보이네. 어디갔지?\'

하면서 찾아다 보이는 곳에 갖다 두기도 하고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 순이가 있다.

 

몇년전 순이에게 예쁜 옷을 하나 해 입힐까 생각도 해 보았다.

20년 넘게 옷한벌 없이 지내게 한 무관심의 보상으로 말이다.

이젠 순이의 미소는 인자한 노인의 미소다.

작고 지저분해진 인형이지만 임신의 기쁨과 아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추억의 타임 캡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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