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모양이 나이키의 로고를 닮았을까? 누군가 내가 즐겨 신는 고무신을 \'조선 나이키\' 란다.
그 이유를 모르지만 나는 그냥 편해서 신는다. 고무신에는 아련한 옛추억이 스며있다.
반세기 전, 그 시절엔 춥고 배고프고 대부분 사람들이 다 가난했고 물자도 귀한 시절이라
고무신 한켤레도 귀한 물건이였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누구와 공동으로 나눌수 없는 물건이라
사람마다 앞앞이 자기 신발이 있어야 함으로
식구 많은 집에는 고무신을 사 대기도 힘겨운 시절이였지 싶다.
옷이나 우산이나 다른 필수품은 아부지 쓰던 것을 아들 손자가 쓰기도 하고
급하면 아무거나 대충 걸치고 비오면 아무 우산이나 먼저 들고 나가는 것이 임자이기도 하지만
고무신 만큼은 반드시 자기 물건을 짝찾아 신어야했다.
대체로 하얀 고무신은 보기는 좋지만 잘 떨어지는 폐단이 있음으로 좀 있는 집에서나 신고
대부분 사람들은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아부지 고무신 하얀고무신, 내고무신 깜장고무신\' 이런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자동차 바퀴를 얇게 펴서 팡팡 찍어 만든 검정고무신, 그 물건은 참 질기기도 유별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내 검정고무신 한켤레로 버틴 사람들이 많다.
그시절 나이롱양말과 검정고무신은 참 위대한 발명품이였다.
나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 아닌데 얘기가 자꾸 딴데로 샌다. 흐흐
...
내가 귀농하고 첫번째로 오일장 장터에 나가서 산 물건이 하얀 남자고무신이다
작년 여름엔 한켤레로 여름을 났다.
집에서나 외출할 때나 어디서나 하얀고무신을 신고 다니니
가까이 사는 막내 외삼촌이 \"니 그거 좋으나?\" \'예 좋~슴니더\' 했더니
삼촌도 따라쟁이, 장에가서 하얀고무신을 사셨단다. ㅎㅎ
어쨌든 작년 여름부터 신기 시작한 남자고무신은 내게는 어느듯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모처럼 먼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옷은 몇년을 사지 않아도 아직 이것저것 골라 입을만큼 되는데 적당한 신발이 없다.
하얀색 예쁜 샌들이 있으면 좋은데 참 아쉽다. ㅜㅜ
뒷굽이 좀 높은 분홍색 가죽샌들이 있는데 그림의 떡이다.
내가 언제 저렇키 예쁜 꼬까신을 발에 끌고 다녔던가 싶다.
논밭을 헤메이고 장단지 굴리고 휘젖고 가마솥에 불질하고
하루종일 발바닥에 물마를 날 없이 마당을 휘젖고 다녀서 그런지 발바닥도 넙데데 해졌다
그래 할수없이 고무신 신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눔의 신이 닳아 씻어도 하얀빛이 덜하고 꼬지꼬지하다
그 뜨거운 불볕 더위에 일행을 끄직고 대구 서문시장을 돌고 돌아 밀짚모자 하나 사고
하얀고무신을 새로 샀다. 물론 남자고무신,
코끝이 뾰족나온 여자고무신은 처음부터 사절이다.
내가 뭐 모양보고 고무신 신는 것이 아니고 편할라고 신는 것이다.
전직 국회의원 선배님 앞에서 발을 끄떡 내 보이며 \'선배님 이거 바요~\' 했더니
\"으하하하 잘 어울린다. 최** 교수가 꼭 저렇게 신고 다닌다. 잘 어울린다야~\"
\'맞아요. 이거 나를 위해 만든 물건인가봐요~\'
어쨌거나 내가 고무신을 신고부터 알게된 사실은 아직도 고무신공장이 고무신을 만들어 파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고 그 절대수요자는 절에 사는 스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스님신발인 모양이다.
현대식 숙녀복에 남자고무신과 보릿짚모자는 참 은근슬쩍 웃긴 것,
부조화 같으면서 조화로운.. 사람들에겐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없는 패션이 되어버린 것이다.
7월 7일, 경주 장날,
억수로 덥다. 무지하게 덥다. 시원한 에어콘에 들어가지 않으면 견딜 수없을만큼 덥다.
어쩌다가 새벽장을 놓치고 아침장도 둥둥거리다가 놓치고 오후장에 나가게 되었는데
이눔의 불볕더위가 아스팔트 위에서 그 위력을 아낌없이 떨치고 있는 시간이였다.
아랫시장 새로 생긴 넓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껏 달구어진 아스팔트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본능적으로 들어올려진 새까만 내발등이 공중에 휘휘 돈다.
얇아진 고무신 바닥이 장작불같은 아스팔트를 만나 키쓰!
불타는 키쓰 한방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 그 이유를 판단하기까지 몇초 걸렸다.
..
아직도 난장에 앉아 오색 파라솔 그늘아래 농산물을 파는 할매들의 뜨거운 삶의 현장을 돌아보며
그나마 고무신 신고 불바닥을 살살 피해 다닐수 있는 내 발에 감사하며 고추를 사고 쥐눈이 콩을 사고
고추와 콩잎을 사려니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라 좋은 물건도 다 시들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아~ 시원한 얼음냉수가 그리운 날,
집에 와서 지하수 틀어 달구어진 장독대에 샤워를 시키는데 발바닥에 물이 푹 올라온다.
으메, 여기 어디 온천 터졌나?
고무신 밑바닥이 얇아져 물이 샌다.
삼영언니의 말씀 \"애기야 이거는 마린날 신꼬 새거 하나 사 신어라\"
\'언니, 나 마른날 추진날 가려가며 고무신 따로신을 만큼 알뜰한 인간이 아닌데요..\'
이글이글 타는 태양이 옆집 건물 뒤를 넘어 불국사 역집을 향해 뉘엿뉘엿 내려 가시고
마당 한구석 담벼락 아래 시퍼런 호로비닐을 깔고 얼음같은 지하수를 흠뻑 틀어 먼지묻은 발을 씻으며
밑창 뚫어진 고무신을 씻는다.
얼마전 수요예배 가다가 돌계단에 부딧혀 마빡에 알사탕같은 혹을 달고 눈탱이 밤탱이 됐던
삼영언니 얼굴에 시퍼런 멍이 가시고 아직도 뽈따구니 거무퉤퉤 누런 자국이 나를 조금 슬프게 한다.
압력솥에 더위를 넣어 감자 삶는다. 히힛!
갖 삶아낸 타박감자를 먹으며 삼영언니캉 두키서 마주보며
으하하 하하하하하 더위야 가라!! 펏떡 지나 가버려!!
`08, 7,7,
토함산 된장녀의 일기
이제 내겐 쓸모 없어진 물건, 나눔 할까요?
살짝 이마를 내민 조선나이키, 물새는 헌신 말고 가죽샌들요, ㅎㅎ
(나눔방 주소 : http://cafe.daum.net/jerone3 알뜰나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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