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나 ! 밥주삼 하고 문자가 왔다
분당에 사는 소꿉친구 정완이...동생이랑 주말 농장을 한다며
상추를 뜯을때면 내 생각이 난다고 오늘도 상추를 뜯어 가지고 달려온 것이다.
얼른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갈비살을 준비해 점심을 차렸다
친구가 뜯어온 상추를 커다란 그릇에 쏟아놓으니 한바구니다
얼른 씻어 소쿠리에 담아 내놓으니 먹음직스레 싱싱하여 밥을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욱 한 웅쿰 쑥갓 상추 오이 서너개..
와아 오이다.. 뚝 잘라 한입 베어 먹었다.
오랫만에 보는 무공해 오이..어릴적 오이밭에 가면 어디어디 달렸나
고개를 숙여 여기저기 커다란 오이를 따려고 호기심 가득했던 생각이 난다
오이........
뚝뚝 잘라가지고 상추랑 가지고 갔다.
친구는 몇년전 내가 주말농장에서 키웠다며 비가 내리는 늦은 밤중에
남편과 우산을 쓰고 상추를 뜯어주었던 생각이 났나보다.
텃밭 농사를 지어 주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젠 내가 얻어서 먹으니 감회가 새롭다. 둘이는 말하지 않아도 그맘을 안다
친구는 상추를 먹다가 작은 상자를 내민다.
주홍색 티와 초록색 커플 티다.
친구는 옷가게 가서 예쁜 옷을 사면 내생각이 나서 꼭 두벌을 산댄다.
순간 엄마처럼 눈물이 핑돈다.
효숙아 !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한다.
힘들게 사는 내가 늘 안스러워 말없이 사랑을 전하는 내 친구
힘들게 번 월급을 반 나눠 말없이 식탁위에 올려 놓고 가던 친구
강화도에 가서 병어를 먹으며 문득 내 생각이 난다며 병어 한마리 예쁜 냄비에 졸여 한시간을 차를 몰고 달려오던 내 친구
어버이 날이면 엄마가 안계신 내가 외로울까봐 꽃 한다발 사가지고 달려오는 내 친구.
예쁜 옷을 보면 맛난것을 먹으면 내가 생각난다며 달려오는 내 친구
그 사랑을 어찌 다 갚을까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갚을까
내 가슴속엔 그 친구가 어릴적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들이 남아돈다
철없던 어린시절 십리길을 걸어가노라면 지난 밤에 쪄 놓은 고구마를 들고
십리길을 걸어가며 하급생들에게 나눠주고 대장님 소리를 듣던 내 친구
난 대장님 소리를 하지 않아 고구마를 주지 않았다
동급생인 난 혼자 힘없이 걸어가며 언젠가 난 고구마를 많이 심는 집으로
시집을 가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시간을 걸어가는 신작로 길에 길건너다 죽은 개구리 주워 살아나라고
풀섶에 놓아주며 걷던 나
개구리 메뚜기들과 풀잎들과 친구하며 걷던 십리길이다.
사랑하는 내 친구가 한없이 내게 잘해주는데도 난 그 친구만 보면
그 생각이 자꾸만 살아난다.
대장님 소리 안한다고 춥던 겨울 어느날 방에서 화롯불을 쬐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을 다 데리고 나와 큰소리 치며 나오라고 외치던 그 친구의
우렁찬 목소리가 맴돈다
이젠 잊어야 하는데 그 사랑속에 저만치 묻어져야하는데 왜 안될까
추억속으로 아름답게 묻어야하는데 울컥 눈물이 솟아날때면 속깊지 못한 내가 미워진다.
잠시 동안 내 맘속에 두가지 맘들이....스쳐 지나간다.
친구와 맛나게 상추에 고기를 싸 먹으면서.. 감사와 서운함이 교차한다.
친구는 운전하고 오다가 신호위반에 걸려 육만원에 벌금을 물게 되었다
우리 집으로 벌금을 오게하라고 내가 웃으며 말했다. 친구도 웃었다.
친구는 커플로 입으라며 남편에 옷과 내옷을 꺼내어 입으라고 한다
어린아이처럼 얼른 갈아입으니 친구가 웃는다
남편에게도 갈아입으라고 성화라 갈아 입으니 친구가 이쁘다고 웃는다
속깊은 내 친구........ 가게서는 환하게 입어야한다고 말한다.
작은 헤아림에 난 하루에 힘든 맘들이 날아간다
힘든 내맘이 친구에 사랑으로 희석이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맘속에 미운 맘들을 날려보내야겠다
내가 잘하지 못해도 날 헤아려 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어 힘이난다
나도 .. 늘 작은 헤아림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친구에 사랑을 따라갈수는 없다
고마운 내 친구.. 김정완....근데 난 그녀에게 속맘을 말하지 못한다
무슨 연유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