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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댁이 취직했대요.~


BY 그대향기 2008-05-29

 

4월 5일에 딸을 시집 보내고 한시간이면 가는 거리에 살고 있어도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애들에게 이바지 음식 해서 같이 사돈댁에

들렀을 때 어린 며느리 잘 부탁한다고....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내 딸이거니...하시고 잘 다독여 주시라고

공부만 하던 학생의 신분으로 바로 신부가 된 아이를

어여삐 봐 주시고 소꿉놀이처럼 살테니까 자주 챙겨주시라고....

강가에 어린애 두고 자리를 비우는 엄마가 되어 참 여러가지로

당부하고 조심시키고 내려온지도 한달 하고도 보름이나 지났다.

 

그 동안 크고 작은 수련회로 우리 부부는 여전히 바쁘고

남편은 시집 보낸 딸의 집에 자주 전화하는 것 까지도 말리는 편이니

저녁 일을 마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서 휭~~하니

다녀오고 싶어도 마음만 애들 아파트 현관 앞까지 몇번을 갔던지...

여러가지로 현대판 아빠면서도 유독 애들 살림에는

장모가 , 친정엄마가 간섭하는 걸 질색으로 여긴다.

그렇다고 우리가 엄마의 내정간섭을 받은 것도 아니고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사는 살림도 아닌데

사위의 자존심과 딸의 친정 의존도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면서

전화도 오는 전화만 받으라고 할 정도로 보수적인 점도 강한 남편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딸하고 통화 한 걸  알면 어찌 지낸다 하더냐?

건강은?

둘이 재밌게 지낸다더냐?

시어른들의 사랑은?

교회생활은 무리없이 하고 있는지?

참 여러가지를 은근슬쩍 물어온다.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어찌 어린애를 시집 보내 놓고 엄마가 가만 기다릴까.....

 

신혼여행 다녀온 후 그 주간에 남편의 엄명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딸네 집에 띠리리....전화를 하니

\"엄마? 나 취직했어요.

악기점인데 무지 크고 교회집사님이 하시고 언니처럼 잘 해 주셔요.

오빠(딸의 남편) 출근하고 나면 심심하다니까

아는 선배가 소개해 줬어요.

내일부터 출근해요.

월급타면 엄마 뭘 해 드릴까요?

생각 해 두셨다가 얘기하세요.

지금까지 받기만 했으니까 이젠 해 드릴께요.\"

참 기특한 딸이다.

어린앤 줄로만 알았더니 실속은 다 차린다.

아침 밥도 꼬박꼬박 해서 남편을 출근을 시킨다니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대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 앞가림도 어려울건데 밥까지 해서 ......

힘들지? 하고 물었더니 힘은 들어도 하는데 까지 해 볼란다니.

그렇게 해서 악기점에서 복학할 때 까지 알바를 하는 것 같더니

며칠 전 밤중에 전화가 왔다.

밤에 전화가 자주 오는 우리집 인데도 늦게 딸의 번호가 찍혀서 오잉?

\"엄마. 엄마를 한번도 못 만나고 쉬는 날이 없어서 힘들어요.

국정공휴일도 안 놀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찬양대에

앉다보니 오후에도 찬양 연습에 뭐 뭐 하다보면 밤 중이고

엄마가 우리집에 안 오시면 정말 못 만나겠어요.\"

 

악기점이 크다보니 일은 많고  주일 이외의 휴일은 없어서

 첫 직장이 많이 힘들다고

그래도 주인들이 좋아서 견딜만하다고......

그러던  딸이 그저께 다소 들 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다니는 교회의 잘 아시는 분이 소개를 해 줬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의 건설회사 사무실에 일자리를 얻었단다.

전날 면접을 봤고 내일부터 출근을  한다면서

휴일마다 놀고 출퇴근버스가 아파트 앞까지 오고가고 다 한단다.

급료도 악기점에서 보다 거의 배 수준으로 높았다.

악기점도 급료가 낮은 건 아니었는데 이 번에는 정말 좋은 조건이다.

15 년을 근무한 엄마하고 맞먹는 수준이니.

어쨌거나 잘 된 일이니까 착실히 학교 복할 때 까지는 다니라고 했다.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제일 좋은 것은 딸이 어리다 보니

대인관계에도 좋을거고 세상과의 첫 대면인데 현장에서

잘 배우고 시간도 바쁘지 않아서 낮에는 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며

좋아한다.

참 다행이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요즘 어디 그런 좋은데가.....

웃으면서 학교 그만 다니고 아예 눌러 앉아라고 했더니 저도 웃는다.

\"그래도 엄마~`대학은 졸업해 놓고 진로를 잡아야지요.

저 부자로 살거거든요~~기대하세요.

엄마 큰 딸 성공할 거니까.

지금 잘 배워서 나중에 이런 회사 제가 하나 차리죠 뭐.

그 때 엄만 기뻐서 우시는 일만 하세요. 아셨죠?\"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큰소리 뻥뻥 치는

딸이 귀엽기만하다.

그래.

살아가면서 차차로 배우기로 하고 우선은 좋은 알바자리니까

복학 할 때 까지라도 착실히 일 배우고 세상도 배워가렴.

단 몇 십만원이 없어서 처참한 꼴도 당해야 하고

얼마간의 급료 인상에도 혈투가 벌어져야 하는 현실을

어린 네가 어찌 알겠니?

 

다행히 집에서도 가깝고 그다지 험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게 마음이 놓인다.

보호만 받던 학생의 신분에서 갑자기 사회인이 되어버린 딸이

걱정도 되고 살림은 잘 하고 있는지 반찬은 뭘 해서 먹는지

이것 저것 염려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남편은 애들의 아파트에 먼저 가지 말란다.

친정엄마가 자주 들락거리면서 살림에 참견하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사위도 불편해 진다고 일이 있어서

도움을 청하면 그 때 가 보란다.

죽이든 밥이든 끓여먹으면 됐고 굶지 않으니 됐단다.

혼인신고도 말끔히 끝내고 둘이서 어쨌든 살림이라고 한다니....

 

시어머니되시는 분은 나하고 싸이에서 글을 주고 받는다.

애들의 근황도 일러주시고 교회에서 딸이 사랑받고 있다는 얘기

목사님한테 귀엽을 많이 받고 있다는 얘기

나이 어린 며느리라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나이가 위인 아들보다

차분하고 신중하다시면서 만족해 하신다.

물론 부족한 점은 엄마가 알면 서운해 할까봐 안 하시는 것이겠지만....

교회내의 다른 분들도 기특해 하신다면서 걱정을 놓으시란다.

딸은 완전히 사생활이 노출된 형편이다.

엄마 아빠의 직업상 많은 분들을 알고 있고

시부모님도 목사님이시라 오나가나 면면히 아는 분들이라

뭘하든 어디 있든 누구네 딸, 누구네 며느리로 알려진 얼굴이라

솔직히 스트레스를 받는 입장인데도 엄마아빠 시부모님들에게

누가 될까봐 저도 많이 신경이 쓰인다고 실토를 한다.

교회에서도 항상 밝음 맑음 땡땡이도 못치고

점심시간에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부지런히 봉사해야 하고

옷차림도 깔끔하게 입어야 하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지.......

저도 얼마전에 딱 한번 목사님 며느리 자리가 힘드는 것 같다고.....

많은 귀, 많은 입, 많은 시선들이 부담스럽다고 얘기했다.

그냥 평범한 가정의 며느리가 되었더라면 큰 부담없이 편하게

시작했을 신혼생활을 은근히 힘들게 하는 것 같단다.

 

어린 딸이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잘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은 된다.

그런 중에서도 직장까지 나가고 있으니 생활력은 좋은데?

내 딸이지만 기특하다.

신랑이 벌어다 주는 월급으로 놀고 있으려 하지 않고

제 복학비는 제 손으로 해결하려는 딸이 참 이쁘다.

사모님은 미안하다시며 부잣집에 시집 온게 아니라서

진짜 미안하다하신다.

집에서 팡팡 노느니 알바해서 제 학비 조달하려는데도

며느리가 이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신다.

난 딸이 알바하는게 하나도 안 이상하구만.........

신체건강하고 정신 옳바른 다 큰 성인이 뭘 집에서 노느냐고

좋은 일자린데 무료함도 없애고 돈도 버니 얼마나 좋으냐고

미안해 하시지 말고 가끔 애들 아파트에 가셔서

냉장고에 간식거리나 반찬거리 좀 챙겨 주시면 고맙겠다고

젊은애들이 뭘 두려워하겠냐며 힘있고 건강할 때

많이 일하고 많이 벌어서 얼른 얼른 아파트도 늘리고

공부도 마치고 한 삼년 있다가 애기도 낳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하하하하하...많이 웃으신다.

이해해 주시고 서운하다 하지 않아서 감사하다신다.

 

\'우리사이 좋은사이 자식을 나눈사이\'

사모님이 내 홈피에 남긴 글이다.

맞다.

자식을 나눈 사인데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사돈끼리의 껄끄러운 관계도 없어지리라.

늘 대화로 서로의 자식들에게 격려하고 잘 해 주라 타이르며

사돈끼리도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면 참 편하고

더 없이 좋은 가족이 될거라 생각된다.

딸이 나가는 회사에서 복학 할 때 까지 잘 해 주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휴일에 한번 다니러 온단다.

하루 전에 연락 할테니 꼭 냉면을 해 주란다.

암.

해 주고 말고.

누가 오는데 그까짓 냉면쯤이야.....

언제가 빨간 날인가?

달력을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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