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가슴이 콩콩뛰고 얼굴이 붉어지고, 때론 콩콩뛰던 심장이 딱 멈추기도 하고, 풍선처럼 부풀어 붕붕 떠다니며 살기도 하는 것이 사랑인 줄 알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평생이 행복할 줄 알았다.
아들과 딸을 낳아 기르면서 그 보다 더 큰 사랑과 행복이 있음도 알았다.
날 향해 귀밑머리 날리며 달려오는 아들을 향해 마주 달려가 안아들고 요 이쁜 것, 요 이쁜 것... 요것이 날 이리 좋아해 주다니...눈물나게 좋았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들과 딸을 양팔에 끼고 누워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차츰 그 사랑이 시들해졌다.
내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차츰 오고 가는 사랑의 양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난 다음에는 아이들과의 사이에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너 그럴 수 있어 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준 사랑을 되찮아오고 싶을 만큼 인색한 순간들도 있었다.
사랑을 주고 빚쟁이 노릇을 하러 들기도 하였다.
사랑의 빚을 못 돌려 받을 바에는 더이상 사랑을 주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힘겨웠다.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겨웠다.
그들이 내 가족임을 부인하고 그만 돌아서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부인하고 돌아서도 그들은 여전히 내 아들이고 내 딸이었다.
그들을 그만 사랑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
아, 그래 사랑은 그냥 주는 것이구나.
그들이 내 사랑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구나.
아이들을 통해 남편에 대한 사랑을 다시 배운다.
어쩌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남편을 보고 가슴 콩콩뛰던 그 순간으로...
내가 좋아할 수 없는 성품을 가진 남편이라도 내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할 수 없는 행복이구나.
내가 좋아할 수 없어도 괜찮아.
그것은 문제가 아니야.
내가 그를 위해 밥상을 차릴 수 있고, 빨래도 할 수 있고, 청소도 할 수 있고, 그 부모에게 효도 할 수도 있고...
무엇이든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이제야 나는 내 사랑이 주는 것을 통해서 받는 것임도 안다.
내 사랑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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