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배우다, like son like father란 말에 웃었다.
서양사람들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말을 쓰는구나하고 웃었다.
그 땐 남편에겐 불만이 있어도 아들에겐 없었으니까 웃을 수 있었다.
시아버지가 쓰는 말을 그대로 쓰는 남편에게 화가 날 때가 많았다.
세대가 다르고 교육수준도 다른데 어찌 고리타분한 시아버지하고 똑 같은 사고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들은 남편에게 불만이 많다.
불만이 많은 정도가 내가 보기에도 지나쳐 큰일이구나 싶을 때가 많다.
내 탓이지, 하고 자책할 때도 많다.
아들 앞에서 남편 흉을 보는 것이 아니었는데...내가 경솔했구나 후회할 때도 많다.
아들은 날 닮았다고 그랬다.
모두들 그렇게 말했고 나도 그리 생각했다.
아들이 자라서 따로 살기 시작했고 몇 년 만에 아들을 만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아들이 자기가 날 닮은 점도 있지만 아빠를 닮은 점도 많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니?...그럼 아들인데...하면서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난 남편하고 사는 것이 힘들다.
남편이 날 사랑하는 것도 알고, 나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같이 사는 것이 힘들다.
내가 힘든 만큼 남편도 힘들겠지...하면서 삭히려고 애쓰지만 아무리 애써도 혼자서 엉엉 울 때가 많을 만큼 힘들다.
난 남편이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용기도 없고 소심하고 겁이 많아 우유부단하고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성미는 급해서 툭하면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하고 일단 문제가 생기면 남의 탓을 한다고 싫어한다.
편견이 많아서 사람을 한국사람, 미국사람, 노숙자,부자, 여자, 남자, 젊은 사람, 늙은 사람,...이런식으로 싸잡아 이야기하는 습관도 싫다.
사람이 사람 나름이고 미국 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 사람은 다 마찬가지지...늙고 젊고 나이가 무슨 상관이람, 생각의 차이지...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만 공허한 바람일 뿐 그가 말하는 습관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 아들을 보면서 마치 남편을 보는 것 같아 슬프고 화가 난다.
내가 키웠는데...날 닮았다고 했는데...
남편은 아침 일찍 직장에 가고 밤 늦게 돌아오고 휴일에도 아이들하고 놀아 준 적도 없는데...
닮을래도 닮을 시간도 없었는데...
이해가 안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어찌 될 수가 있는지...
내 아들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점점 남편의 아들이 되어간다.
아빠를 닮은 딸을 통해 남편을 이해하려 애썼는데 이젠 아들을 통해 남편을 이해할 때가 되었나보다.
남편에게 화가 날 때, 그래 내 아들도 똑 같지...참자. 참자.
남편이 미워 시어머니까지 미울 때, 내 아들과 살 여자도 날 미워하겠지...참자.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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