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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47

가족사진


BY 그대향기 2008-05-22

 

 

우리 집에는 그 흔한 가족사진 액자가 없다.

다른 가정을 방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집에는 가족 모두가

치~즈 아니면 김~치 또는 위스키~를 하는 입 모양으로

밝고 최대한 이쁘게 나오려고 한 표정이 역력한 가족사진이,

가족 대부분이 정장을 쭉 ㅡㅡ빼 입고 탈렌트 모집 심사 때 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고 고상하게 웃는 대형사진틀이 있는데,

우리집에는 없다.

간단한 스냅사진은 있는데 가족 전부가 다 찍힌 사진도 드물고

거의 대부분이 나와 딸 둘, 아들까지만 있고 남편은 찍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좀 찍어 달래라고 하고 같이 찍자고 해도

남편은 독 사진이나 가끔 한장 찍고 가족사진을 같이 안 찍으려한다.

카메라 사진도 잘 안찍으려 하는데 사진관에서의 정형화된 사진~~

정말 안 찍어준다.

 

남편의 사진거부증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내가 막 백일을 지나고 발병한 갑상선 암.

다른 사람은 갑상선 암이라도 간단하게 목에 상처도 목걸이를 하면

가릴정도던데 남편은 목 거의 대 부분을 난도질한 형국이다.

꼭 조폭 중에서도 행동파 두목 같은 험한 상처가

목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나 암이 넓게 분포되었던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상처로 봐선 꽤 심각했었던 것 같다.

웃도리 옷도 목이 없는 라운드 티 셔츠는 기피하는 경향이 많고

거의 대부분이  와이셔츠나 남방 중에서도 카라 부분이 차이나에 가까운

카라를 선호하고, 티 셔츠도 카라부분이 빳빳한 스타일.

집도의도 참....아무리  남자라도 스타일 좀 살리게 해 주시지

저렇게 막무가내로 칼질을 해 놓으시다니..........

후후훗.......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양반 암이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암 이었다면?.........

아찔하다.

 

서른초반의 애 셋 딸린 젊은 엄마가 수술실 밖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수술실 문이 열릴 때 마다 여섯시간 뒤에 내 이름이 불리기를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던가?

수술하던 당일에 간호사가 침대를 밀고 가면서 수술시간이

여섯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했을 때

옆 침대에 계시던 선배들이(?) 미리 보호자를 부르면 그건 잘못되는

거라며 사람을 긴장시켰고 나는 정말 여섯시간만 흐르기를

두손에 손가락 자욱이 날 정도로 꽉 잡고 수술실 앞을 지켰었다.

여러개의 수술방이 같이 있던 관계로 스르륵.......

옆방의 수술실 문이 열릴 때도 간이 툭 ㅡㅡㅡㅡ떨어져 버린듯

사색이 되어 챠트를 든 간호사 입만 멍~~해서 바라봤다.

\'제발 다른 보호자 이름을 불러주세요.\'

\'여섯시간 전에는 제 이름을 잊어주세요\'

그러기를 몇번이나 했던가.

피를 말린다는 표현이 어떤 건지 그 때는 이해가 되었었다.

거의 정확히 여섯시간이 지나고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보호자를 찾을 때 튕기듯이 일어나

 \"네\"

복도가 울리도록 대답했던 그 날.

피범벅이 된 퉁퉁 부은 얼굴로 마취가 채 깨기도 전에

내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 남편.

 

그 남편이 자기의 목에 있는 험한 상처와 얼굴이 말라보인다는

주위사람들의 염려섞인 인삿말이 걸려서 가족사진을 찍지 않겠노라

선언을 했었다.

나는 늘 보니까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가끔보는 사람들이

지나는 인삿말이라도 \"요즘 바쁘신가 얼굴에 살이 좀 빠졌어요?\"

이런 말만 해도 신경이 쓰이는가 자꾸 묻는다.

\"정말 살이 빠졌나?\"

\"아니~~옛날하고 똑 같아.

처음 연애할 때랑 거의 비슷해.

살이 빠지긴 뭘 빠졌다고 그래요?\"

 

4월 5일에 사위를 보면서 남편이 여름방학 때 둘째 내려오고

막내 방학하면 큰애 부부랑 같이 가족사진을 찍자고 한다.

사진관에서 뽀샵처리 해 준다니까 얼굴 통통하게 처리해서

한장 찍어 두잔다.

난 수술하고 세월도 많이 지났고 여느 사람들과 똑 같은 일상생활을

감당하는 ,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리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천년을 살아도 한번은 꼭 이별을 한다는데 우리의 이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 남편이 먼저일 거란다.

자기는 수술도 했고 생각도 나보다 덜 건전하고 운전도 많이 하고

위험에 훨씬 많이 노출되어 있다면서.

그럴 때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남편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그래도 나보다 더 오래 산다는 생각에는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네?\"

\"아니고~~`애들이 있으니까 계산해 보는 거지요\"

\"무슨 계산?\"

\"공부시키는데 얼마나 들까? 앞으로 몇년을 더 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으로 계산이 복잡하니까......\"

우린 이런 말도 가볍게 나눈다.

너무도 건강하고 당당하게 암과 맞서 싸웠고 지금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기에 어느 날 갑자기라는 생각은........

늘 남편은 자기가 나보다 먼저 갈거니까 많은 걸 준비해 두고 간다고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본인은 많이 쓸쓸해 뵌다.

밖으로 표내지 않고 속울음을 우는 아내가 기특도 하다며

지금처럼 씩씩하고 긍정적으로만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일부러는 그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찻집에 둘이서 분위기 내러가면

이런얘기 저런얘기 하다가 결국에는 또 그 얘기로 종결짓는다.

자기가 먼저 가고 나면 애들에게 짐이 되는 엄마가 되면 안된다고

나 혼자서 생을 마감 할 때 까지 먹고 살 준비는 다 해 주겠다니........

우린 그런 얘기도 참 설렁설렁 하면서 진담반 농담반으로 한다.

너무 심각하면 우울하고 가슴아프면 같이 울어야 하는게 싫어서다.

 

우린 서로를 많이 챙기며 사는 편이다.

수술 하기 전 부터 연상연하 커플로 친구처럼 연인처럼 누나동생처럼

오빠누나처럼 여러가지 호칭를 유지하면서 산다.

애들이 헷갈린다며 어느게 맞냐며 웃는다.ㅎㅎㅎㅎ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어디까진지 모르니까

서로에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누군가가 살이 좀 빠진 최수종을 닮았다는 말에 정말????

그러고 보니 자세히 보거나 언뜻 보면 닮긴 좀 닮았네~~~

검은 윗눈썹에 굵은 상꺼풀에, 잘 생긴 코에 좋은 메너까지.....

이 쯤이면 콩깍지도 보통 콩깍지가 아니리라.^^

 

남편이 가족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아니~이 사람이?

하는 의구심도 잠깐들었지만 16년을 별르고 별른 일인데

올 여름방학 때는  마음 변하기 전에 기필코 멋진 가족사진을

찍어서 거실 벽에 붙이리라.

지금 거실벽에는 지난 해 여름휴가 때(가을에 떠났지만)

스킨스쿠버 하면서 열심히 장비메고 바다로 막 입수하기전에

내가 디카로 찍은 남편사진이 너무 자연스럽게 잘 나온 걸 보더니

어느 날 사진관에서 크게 확대해 오더니 텔레비젼 곁에 척 ~~

걸어뒀다 글쎄.^^

사진관에서 찍어주는 사진이

너무 식상한 사진이라도 좋다.

개성이 부족한 사진이라도 좋다.

우리 가족이 다 들어있는 가족사진이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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