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제비는 어디로 갔을까
시어머님 혼자서 농사일을 하시기 땜에 이른 봄이 시작되면 울 시댁마당에는 삽사리검정개 까지 바쁩니다
그리하여 며칠동안 정녕 100프로 내키진 않았지만 남편과 함께 어머님 일손을 돕기위해서 며칠간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시댁마당으로.....
지금 우리 농촌은 엄청 바쁜건 여러분들 아시겠지요
겨우내 얼어붙은땅을 뒤집어서부드럽게일구고 땅심은 돋구기위해서 일명 로타리를 치고 씨앗을 뿌리고 봄 햇살이
마음껏 드는 하우스안에는 고추 모종을 해야합니다
하우스 안에는 적정한 바람과 온도가 있어야하고 습기도 있어야 하니 농군의 일손은 하우스 문을 열어야 하고 또 닫아야하니 잠시도 쉴 새가 없습니다 가끔식은 봄햇살이 넘 심하면 그물막도 덮어줘야 합니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배가죽인지 등가죽인지 붙어서 넘 배가 고픕니다
저는 재빠르게 부엌으로달려가서 이것저것 준비를합니다
달래 쓴나물 봄동 그리고하우스에서막뽑아온 연두빛상추를 아무렇게한소쿠리담고 장독대 들러서 된장 한숟갈 고추장 반숟갈 참기름한숟갈 마늘다져넣고 맛난 쌈장을 만들고삼겹살 노릇노릇 구우면 부르지 않아도 뒷밭에서 일하시던 우리 식구들
멍석위에 앉아서 소주한잔 벌써 걸치고 계십니다
“어무이요 한잔받으이소 오래오래 건강하시고요”
“그래 아가야너도 한잔받거래이”
“여보야도 한잔 크크”
옆에있던 얄미운시누이“ 언냐 술 마이 먹지말고 한잔 하자 설거지하다 자빠지지말고”
동갑내기 시누이가 약을 올리지만 그냥 즐겁습니다
즐거운 오찬이 끝나고 설겆이 하고 방으로 들어서니 오참을 즐기려는 듯 자기들 편할데로 누워있는 울식구들
“아가야 오늘이 음력 며칠인고 함봐바라 난 당춰 눈이 어두버서”
“어무이요 오늘은 4월 4일 그러니께 음력 ...‘
“아가야 삼짐날이 언젠고봐라”
“삼진날요...”
“야야 삼월삼일이; 심진날아이가 제비가 온다카는데 넌 그것도모르나”
“그러니께요 어무요 다음 장날지나고 이틀뒤가 삼진날이네요”
우리어머니는 오일장 기준으로 날짜를 알려드리면 뒷말이 필요없습니다
삼진날이란 음력 삼월 삼일로서
강남같던 제비가 돌아오고 우리 농촌에 농번기가 시작되는 날이랍니다
우리 어릴적에는 처마밑에다 작은집을 짖는 제비를 흔하게 봤지요
어디서물어오는지 그 작은 입으로 나무까지랑 진흙을 물어와서 열심히 꼭곡 쪼아서 설계도도 없이 튼튼한 집을 처마밑에짝 달라붙게 아담한 집을 완성하지요
엄마는 제비똥이 떨어지지않게 널빤지를 제비집아래다 고정시켜두고 바쁜 밭일을 나가십니다
제비가 우리집에 오는날부터 우리집은 바빠지기시작 합니다
아버지는 지난겨울 통통하게 살이오른 암소 궁뎅이를 철썩철썩 치시면서 싸릿문을 나가십니다
쟁갱이를 끌고 가는 지 엄마가 아쉬운 듯 외양간에 갇힌 귀여운 송아지가 음메 음메 하고 소리를 지르면 닭장속에
같힌 장탉이 소프라노로 꼬끼오 하고 고함을 지르면 겁에질링 암탉들이 골골골 소리를지르며 구석으로 몰려갑니다
잠시동안 빨래를 하다가 새참준비를 해서 우리집 누렁이를 앞세우고 광주리를 머리에위고 작으키에 나는 바쁜 걸음으로 새참을 날음니다
들판에는 구부린 농부들의 허리에 햇살이 다가와 반짝입니다
“엄마야 아부지요”
채부르기도전에
“울딸 왔냐 조심해라 넘어진대이”
아랫논에 아재도 한식구가 되어서 비록 보리밥에 봄봉 재래기 된장이 다 지만 어느 고급집 식당 못지않게 맛난 비빔밥을 후딱 비우고 노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한사발씩 주고 받으시는 울 엄마 아부지 그리고 아재
모두들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때는잉크색 교복을 입었는데 집으로 둘아오는길에는 전깃줄에 제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내 머리에도 교복에도 제비똥이 허다하게 떨어지곤 했는데 그런날이면 난 참 재수가 없는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씩씩거렸습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툇마루에 혼자 누워서 제비를 관찰하기도 했는데요
노란입을 쫙쫙벌린 제비 새기들이 짹짹이면 제비엄마는 어데서 물고 왓는지 작은 벌레를 노란주둥이에 쏙 넣어주고 또다시 먹이를 위한 비행을 나갑니다 가끔씩을 고추 잠자리가 물려오기도 하는데 신기한게 먹이를 차레데로 돌아가면서 준다는것이였습니다 그렇게 새기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깃털이 하나둘씩 빠지고 다시자라면서 오동통 살이오르고 이른 날개짓을 할때쯤이면 우리논에는 보리가 피기시작하고 연푸른 바다가 만들어져서 부는 바람에 출렁입니다
푸른 바다가 오뉴월의 햇살을 받아서 황금빛 바다로 변할때쯤이면 제비는 그야말로물찬 제비가 되어 석양을 아름답게 수를 놓습니다
그때는 손수 낫으로보리를베던 시절이라 고양이손까지 빌려야 할만큼 하루해가 바삐가니 우리 일곱 남매는 학교보다는
농사일하기에 바빴습니다
보리를베고 타작을 하고 모내기도해야하니 일년중 제일 바쁜 시절이지요
보리타작하때는 땀은 흐흐고 보리가시는 살에 착달라붙고 얼마나 깔끄러운지 난 절데로 농사짖는 집에는 시집을 안간거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모내기가 끝나고 짙푸른 바다가 다시 울렁일때까진, 조금 여유로운 여름나기를 할수 있습니다
가끔씩 엄마아부지는 툇마루에 누워서 달콤한 오수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짧은 낮잠에서 일어나 기지게를펴면 농부들의 땀과 피를먹은 벼낱알들이 익어가고 몇안되는 부잦집과수원의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기시작하고 수확의 기쁨으로 고단함을 잊은채 들판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작고 부지런한 걸음들은 지게에다 리어카에다가 곡식들을 싣고 들어와서 창고에 한가마니 두가마니 채워두는기쁨에 해가지는줄도 모르고 늦은 저녁을 마치고 단잠에 빠집니다
그러는 날은 제비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들이 창고에 쌓이는 가미니에 눈을두고 즐거워 할때 제비는 우리집 마당을 휘이 돌고 먼데 강남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골에는 만추가 오고 있었습니다
이른봄 밭을 일구면서부터 곡식들이 익어서 창고에 들어갈때까지 동거동락을 함께 했던 제비들
지금은 들판을 지키는 사람보다 도시의빌딩에 갇혀 사는 사람이 더많아진 지 오래인데
흥부에게 로또를 안겨주고 우리 에게 희망을 전달해주었던
그 많던 제비는 어데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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