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퇴근 할 무렵이었다.
사진관에 가셨던 선배님이
멋진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들어오셨다.
2주 전 일요일에 올랐던 어떤 산(山)에서
찍었다는 일몰(日沒) 풍경이었는데
근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액자를 벽에 거는 선배님께
“정말 사진을 잘 찍으시네요!”라고 칭찬을 해 드렸다.
그러자 칭찬에 고무되신 선배님은
“그래? 좋았어, 내일은 내가 점심 산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장면요, 짬뽕이요?” 라고 물었더니
그러한 중식 메뉴는 이미 값이 올라서 차라리
그걸 먹을 거면 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밥을 먹는 게 낫다고 하셨다.
그도 맞는 말이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고
퇴근을 준비하는데 선배님이 다시 물었다.
“날씨도 좋은데 오는 일요일엔
우리 산악회 차를 타고 산이라도 오르지 그래?”
하지만 나는 이내 손사래를 쳤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이나 장거리를 가서
다시금 서너 시간의 산행(山行)까지 치자면
얼추 하루종일의 시간이 필요한 산악회의 산행은 예전부터 딱 질색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고작 30분도 안 되어
도달할 수 있는 금쪽같은 보문산이 지척에 있는 때문이었다.
대전시민의 허파 역할에도 손색없는
보문산에 오르자면 우선 돈이 별로 안 들었다.
간단한 식수 한 병 챙기고 한 줄에 1000원하는
김밥을 두 줄만 사면 그걸로 ‘땡’이었다.
하지만 이젠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그건 우선 김밥 한 줄에 1천원시대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때문이다.
이제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은 편의점에나 가야
사 먹을 수 있지 동네와 시내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김밥 집에선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돼 버렸다.
헌데 소비자들의 심리는 묘하다.
뭐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특정대상
상품의 값이 오르면 ‘일단은’ 안 먹고 안 사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 풍향계 탓일까...
동네의 김밥집 하나가 최근 급매물로 나왔다.
하여간 프랜차이즈 김밥 집에선 이미 인상하여
한 줄에 1500원인 김밥이 편의점에선
여전히 1000원짜리라고 하여 편의점에서의
김밥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원유는 물론이요 금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또한 일제히 하늘 향해 널뛰기를 하는
형국이고 보니 편의점에서의 김밥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비쳐진다.
수입은 일정한데(혹은 줄고 있는데) 물가만 오르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스테그 플레이션(stagflation)의 현상이다.
1천원짜리 김밥(집)도 앞으론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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